잘가요 언덕
차인표 지음, 김재홍 그림 / 살림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연기자 차인표를 알게 된 계기가 <사랑을 그대품안에> 였던가 ? 오래돼서 드라마 제목도 기억이 잘 안난다. 같이 출연한 작품의 여주인공 신애라와 결혼하면서 그는 대한민국 모든 연인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그 후로도 열심히 연기자 생활을 해와서 그는 우리에게 친숙하다.입양은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보편화되지 않은 일이다.그런데,그와 그의 아내가 아이들을 입양해서 키우는 것을 알고부터 나는 차인표에 대해 존경심을 갖게 되었다.만약,그가 애정소설을 썼다면 의아해했을 것이다.하지만,종군위안부 문제를 다룬 글이라고 했을때 당연히 차인표라면 그런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했다.연기자 차인표의 글은 어떨까? 그런 기대감으로 글을 펼쳤다.
 

 소설은 일제시대인 1930년대부터 진행된다.주 무대는 백두산천지 부근의 호랑이 마을이다.<잘가요 언덕>이라는 특이한 제목은 호랑이 마을 사람들이 누군가를 떠나보낼때 모이는 작은 언덕이름이다.이방인 황포수와 용이 등장으로 마을은 떠들썩해진다.백호에게 엄마를 잃은 용이는 포수이지만 속은 여린 아이다.사건의 주인공이 되는 촌장님의 손녀딸 순이도 엄마가 없는 아이다.그래서 용이와 순이는 닮은데가 있다.

 

 처음부터 옛날 이야기를 듣는것처럼 술술 잘 읽혀진다.황순원의 <소나기>와 알퐁스 도데의 <별>처럼 서정적이고 순수한 느낌이 든다.어디에나 있는 우리나라 시골의 고즈넉한 모습을 잘 그려내고 있다. 내가 자라온 어린시절과 비슷한 느낌이 좋다.이렇게 아늑하고 평화로운 산골마을에 나타난 가즈오라는 일본군 장교는 종군위안부 문제를 제기하는 역할을 한다.

 

<조선인 여자 인력 동원 명령서>가 있어서 소설이지만,소설같지 않은 역사를 설명해준다.이 서류의 징집 해당 인원인 단 한명의 여자에 순이가 떠오르자 독자인 나는 이제 위안부 문제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나는 조마조마하고 불안해진다.저자는 위안부 문제를 우리 모두의 문제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읽으면서 내내 눈물이 난다.남이 아닌 순이이기 때문에 눈물이 난다.종군위안부 할머니들은 우리 모두의 순이인것이다!

 

 용서는 용서를 구하는 대상이 있어야 할 수 있다.하지만 용서를 구하는 자가 없다.독일이 전쟁배상을 하고 전세계에 용서를 구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하지만 일본은 역사교과서를 왜곡시키면서 문제를 회피하고 있다.우리 정부도 일본과의 정치경제적인 이유로 종군위안부문제를 회피하고 있다.우리 모두 잊고 살았고,또는 잊혀졌던 문제를 차인표이기에 세상밖으로 끌어 낼 수 있지 않았을까?

 

 P104 국가와 국가 간에 전쟁이 벌어지고 전투 중에 군인들끼리 서로 총을 겨누는 것과,죄 없는 어린 처녀들을 일본군 위안부로 강제 집행해 가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입니다.하나는 전쟁이고,다른 하나는 범죄입니다.범죄 중에서도 최악의 범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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