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부탁해>가 베스트셀러를 자리를 지킨지 벌써 네달이 지났다. 경제학 책에 관심이 쏠려 있던 내게 '도대체 어떤 책이기에 이렇게 오랫동안 베스트셀러의 자리에서 내려올지 모를까?'의문이 생겼다.이 책을 읽고 베스트셀러는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다시금 헤아리게 만들었다.
나처럼 이 책의 가치를 모르고 계신 분들을 위해 줄거리를 간략하게 적어본다.소설은,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 (P10) 로 시작된다.그런 이유로 가족들은 모두 오빠 집에 모여서 전단지를 돌리기로 한다.아버지의 생일과 엄마 생일이 한 달 차이밖에 안 되기 때문에 서울에서 생일을 치루기로 하고 상경하던 중 아버지가 지하철에서 돌아보니 엄마가 없는 것을 알게 된다.
엄마를 잃어버리고 난 후,가족들은 모두 각자의 입장에서 엄마에 대한 자신들의 행동을 바라보는 시각으로 글이 쓰여 있다.대개의 우리나라 아버지들이 그렇듯 엄마에게 무뚝뚝한 아버지는 아버지의 입장에서 아내에게 무관심했던 자신을 아프게 너무도 아프게 반성하고 있다.우리나라의 장남들이 대게 그렇듯 큰 아들은 큰 아들의 입장에서 엄마와의 관계를 돌아보고 아프게 반성하지만,여전히 그는 자식들에게 아버지라는 역할이 갖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살림밑천이라고 희생되어 왔던 대한민국의 큰 딸들,하지만 소설 속의 큰 딸은 다행히도 엄마와 친구처럼 살가운 사이다. 큰 딸은 큰 딸의 입장에서 엄마를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엄마를 잃어버리고 나서 생각하니 진정 자신은 엄마를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반성을 한다.큰 딸과는 달리 영특한 대한민국의 작은 딸은 작은 딸의 입장에서 엄마와 또 다른 이 땅의 엄마들의 위치를 돌아본다.
읽으면서 울 엄마와 너무 비슷해서 내 엄마의 이야기를 읽는 듯했다.서두 부분을 읽으면서,자기 엄마를 잃어버렸는데 '왜 너 라는 표현을 쓰지?'의문이 생긴다. 읽다보니 아~(나)의 입장으로 생각해 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어떻게 엄마를 잃어버릴 수가 있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어딘가 성치 않았나 보다'라는 답이 나온다. 저자는,엄마를 찾기 위한 가족들의 노력과 슬픔,고통,가족들의 엄마에 대한 무관심,사회적인 무관심과 타인들의 이기심을 이야기 한다.
읽다보니 친정엄마,시어머니,나(내 딸에게 엄마),딸(나를 엄마로 둔)까지 모두 떠올랐다.울 엄마에게 너무도 무심한 내 모습을 떠 올리게 된다.나는 엄마에게 내 속 얘기를 안 하고 혼자 삭이는 편이다.그것이 엄마의 걱정을 덜어드린다는 내 나름의 속깊은? 처사다.나에게 또 다른 어머니인 시어머니의 살아온 길을 더듬어 보게 된다.그리고 이제는 내가 시어머니를 같은 여자의 입장으로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나이가 됐다는 것을 깨닫는다.소설 속의 용감한 엄마의 모습에서 '나는 내 딸에게 얼마큼 용감한 엄마로 남을 수 있을까?'내 딸은 또 어떤 엄마의 삶을 살게 될까? 수많은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책을 읽는 내내 눈물을 삼켜야했다.펑펑 울어버리면 속시원하겠지만,나는 펑펑 울 자격이 없다는 생각에 크게 울 수 없었다.펑펑 우는 것이 더 죄짓는 기분이 들었다.지금도 눈물이 날 것 같다.울고 싶으면 아무때나 울어버려야지... 이 책은 배꼽을 가진 사람들이 모두 읽어보길 바란다.배꼽은 우리에게 엄마가 있다는 강력한 증거니까..
인상깊은 구절
P260 생각해봐. 엄마는 상식적으로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살아온 인생이 아니야.엄마는 엄마가 할 수 없는 일까지 다 해내며 살았던 것 같아.그러느라 엄마는 텅텅 비어갔던 거야.
같이 읽으면 좋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