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화과정 1 한길그레이트북스 9
노르베르트 엘리아스 지음, 박미애 옮김 / 한길사 / 199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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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예의에 어긋난 행동을 할 때 수치심을 느낀다.우리가 느끼는 수치심은 타고난 본성이 아니다.그것은 문명화과정에서 사회적 훈련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문명이라는 개념이 생겨나기 전 사람들의 행동은 현재 우리의 시각으로 보면 야만적으로 보인다.한편으로는 인간본능에 가까운 순수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수도 있다. 현대인의 관점으로 보면 그 당시 사람들의 행동은 우습기도 하고 충격적이기까지 하다.포크의 사용이 일반화되기까지 500년이 걸린다.15~16세기의 문명화되지 않은 야만적이거나 순수한 행동에 대해 21세기의 독자인 내가 수치심을 느낀다는 사실이 무척 흥미롭다.

 

 엘리아스는 문명이라는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독일과 프랑스의 궁정사회의 차이점과 문학에서 오는 차이점을 비교한다.문명이라는 개념이 정립되기전 독일에서는 궁정사회의 폐쇄성으로 인해 중산층 중심의 문화에 자부심을 두었다.영국과 프랑스에서 문명의 의미는 민족의식의 표현이다.타민족을 식민지로 지배했던 유럽국가의 자의식이 문명이란 단어에 표현된 것이다.

 

 유럽의 12세기부터 18세기는 문명화과정에 주도적인 역활을한다.문명의 개념은 중세 봉건사회로부터 초기국가형성과정의 예절(Civilite시빌리테)에서 파생된다.이것은 사회가 중앙집중된 통치기구로 통합하는 과정에서는 권력독점의 문제와 결합한다.엘리아스는 문명화과정을 미시적인 분석과 거시적인 분석을 통해 설득력있게 통합하고 있다.

 

 엘리아스의 문명화과정을 통해서 우리는  칸트가 모든 경험에 앞서 주어져 있다고 설정했던 선험은 실제로 시간 또는 자연적.도덕적 법칙의 인과관계임을 알게된다. 진화론에 대해서도 반대입장을 취한다.엘리아스는 사회의 흐름(문명화과정)은 일정한 방향과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결코 미리 규정된 계획이나 목적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과정적 성격임을 강조한다.문명은 단선적이 아닌 동시에 여러 계층의 유사한 모티브들이 연속되는 푸가형태로 진행된다.또한 베버의 지배이론에서 한층 발전한 ’권력의 문제’를 유럽의 절대국가 형성에 관한 실증적 역사연구를 통해 접근한다.

 

 문명화과정은 개인적 심리차원에서 ’외부통제’로 부터 ’자기통제’로의 이행이며,프로이트의 초자아 개념과 같다.개인적인 본능에너지도 인간들의 상호의존관계의 틀 안에서 처음부터 사회적으로 형성된 것으로 전제한다.엘리아스는 이것을 결합태(Figuration)라는 구체적인 개념을 제시한다.가장 독특한 결합태는 궁정사회로,동태적이며 상호의존양상을 보여준다.문명화과정은 이런 결합태의 발전과 변동인 것이다.문명화과정은 상화의존관계와 권력관계에 기인한 인간의 사회적 행동기준의 장기적인 발전과정이다.



문명은 우리 스스로 포함되어 있는 하나의 과정 또는 과정의 한 부분이다.문명화과정에서 새로운 행동과 감정수준이 발전,확산되게 만든 가장 중요한 요인은 권력의 차이의 보존과 확대에 있다.상류층이 자신들의 신분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차별화 전략으로 문화수준의 지속적인 발전과 확산을 통해 하위계급과의 거리감을 만들어낸 것이다.처음에는 개인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통제였지만 통제와 감시장치는 사라지고 차츰 내면화되어 내면적 규범이 된다.본능의 억제는 19세기에 들어서 도덕의 형식으로 정당화된다.인간본성인 공격욕은 문명화 과정이자 결과인 통제된 내면의 억압기제는 잠재의식의 초자아 속으로 스며들었다.종교가 미치는 영향은 종교를 수행하는 계층이 문명화되는 정도만큼 문명화될 뿐임을 알게된다.

 

 2세기 사회학은 민족국가중심의 이데올로기적 이상을 추구하는 근시안적인 사회학이 되어버렸다.자본주의의 위기로 치닫고 있는 21세기는 12세기보다 문명화 되었을까?신자유주의라는 제국주의가 가져온 결과는 인류의 문명을 뒷걸음 치게 만들고 있다.그런 의미에서 엘리야스의 문명화 과정은 현재 인류가 처해 있는 문명의 상태를 반성하게 만든다.독자가 만나는 수많은 책 중에서 어떤 책은 한 독자의 인생에 큰 획을 그어준다.엘리야스의 문명화과정도 나에게는 큰 획을 그어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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