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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오피스쿠스의 최후
조슈아 페리스 지음, 이나경 옮김 / 이레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우리는 지혜로운인간인 호모사피엔스로 태어나 호모 오피스쿠스가 되어 호모 에코노미쿠스로 변해간다.체스판의 킹이나,퀸,비숍이나 나이트,폰처럼 어떤 일정한 규칙에 따라 정해진 사회적인 역할이 주어지면 사회라는 전쟁터에서 피터지게 싸워 이겨야만 한다.이기는 쪽이 있으면 지는 쪽이 있어야 하는 것이 게임의 규칙이다.월가의 빌딩에서 소지품 정리박스를 들고 회전문을 나오는 한 실직자의 모습이 노땅 브리츠의 모습과 오버랩된다.
사십대 초반의 린 메인슨은 광고회사의 공동경영자다.그녀는 유방암으로 죽어간다.행크는 첫실패작에 '모든 상사는 폭군이다'라는 이미지로 그녀를 등장시킨다.워커홀릭 알파걸 린은 모든 것을 다 가졌지만 수술전날 그 하룻밤을 어떻게 보내야할지만 모른다. 마틴은 하필 그녀가 가장 힘겨운 시기에 충격적인 고백을 해야했을까? 남자들은 때론 배려라는게 어떤건지 모르는 존재다.
빈 주차장에서 교사당한 시체로 발견된 재닌의 딸 이야기는 자칫 남의 일로 비춰질 수 있는 일을 소설속에 끼워넣어서 그들의 문제로 다가선다.딸을 잃은 그녀는 맥도날드의 플레이플레이스 안에 앉아 있는 고요하고 슬픈 존재로 변해버린다.그녀는 볼 속에 가라앉아 있었다.마치 색색의 볼이 그녀가 흘려놓은 보석 색깔의 눈물 같았다 (P162)
브리츠는 베니에게 인디언들의 고대유물 토템상을 상속하고 그것은 모두에게 어떤 의미인지 궁금증을 불러 일으킨다.의사인 아내가 항상 옳은 것에 반발심이 나는 칼의 열등의식은 약물중독으로 이어진다.어렸을적 실수로 인해 집단적인 문화를 좋아하지 않는 조의 모습은 불신은 아닌 그저 불편한 사람으로 그려진다.
아내에게 엠버와의 사이가 드러날 것이 겁나서 낙태를 생각하는 래리에게서는 우유부단함과 도덕성이 결여된 모습을 보여준다.엠버의 모성은 위대하지만 엠버가 해고될때는 뱃속의 아이까지 62층에서 추락사 시켜버리는 기분이었다. 정리해고 당한후 어릿광대의 모습으로 회사에 침범한 톰은 성격장애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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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이 닥치자 이들은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친다.해고된 이후에 갚아야할 주택융자금,자동차할부금,카드대금은 현실적인 두려움으로 닥쳐온다.그들은 모두 집단적 권태를 느끼고 있다.오로지 해고되지 않기 위해서 발버둥 치고 있다.영혼이 궁핍해지고 상대에 대한 공감이나 감정 따윈 죽어버린 무감각한 상태로 살아간다.
커피는 극약의 맛으로 느껴지고,늘 변함없는 불빛에서 치사량의 화상을 입을 것 같은날,아주 사소한 문제들도 정리해고의 사유로 받아들인다.회의실의 분위기는 장례식장으로 표현되고 그들은 모두 우울증에 시달렸다.교수대에 오르는 죄수의 심정이었다.
신자유주의라는 경제체제가 몰고온 화려한 빚잔치가 끝나자 그들은 황량한 허허벌판에서 내던져진 끊 떨어진 풍선과 같은 존재가 된다.아무런 목적도 없고 방향도 모르고 그저 바람에게 몸을 내 맡길 수 없는 언제 터져벌릴지 모르는,어디로 추락할지 모르는 가벼운 존재가 되어버린다.
현재 미국의 모습은 로마제국이 망하기 전과 같은 모습이다.화려한 빚잔치의 끝에 달러는 기축통화로써의 위기에 처해있고,미국인들은 버블 속에서 화려한 파티를 벌였다.거품이 걷히자 그들은 어디로 갈지 몰라 우왕좌왕 하게 된다.경지침체가 시작되자 그들과 무관할 줄 알았던 일들이 그들에게 현실이 되어 나비효과의 위력을 발휘한다.
저자는 광고계의 그들을 청부살인업자라고 부르고 있다.30초의 예술이라고 불리우는 광고는 세계각지로 퍼져나가 소비를 부추기는 언어의 마술이기 때문이다.그들이 만든 30초짜리 언어는 세계인들의 대뇌피질에 세뇌를 시키고 있다.광고계의 이들은 공급과잉을 불러온 경제의 주체에 속한다.
죠슈아 페리스의 첫 데뷔 소설로 문학성과 대중성의 균형을 이룬 작품으로 '21세기의 카프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저자 특유의 독특한 상황표현 방식이 매력적인 소설이다.사회현상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새롭다.저자는 그저 광고회사의 정리해고 문제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경기 침체기에 있는 세계의 모든 직장인들의 아픔을 말하고 있다.문명의 발달이 가져온 현대인들의 극단적인위기를 말해준다. 실제 우리는 이런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