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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도 몰랐던 조선 - 신봉승의 조선사 행간읽기
신봉승 지음 / 청아출판사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대마도가 우리땅이었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태종실록>에 경상도 계림에 속한다고 나왔다.우리세대는 일본인들이 조선인들 스스로 열등한 민족으로 받아들이도록 만들어놓은 식민사관을 그대로 답습하고 자라났다.조선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당파싸움,사대주의가 먼저 떠올라서 기분 상하게 만드는 것이 조선의 역사다.그래서인지 조선시대의 역사는 더욱 기피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고 내가 알고 있던 식민사관을 모조리 뜯어고쳐야 했다.아무 생각없이 당연시했던 것들을 되돌아보게 한다.우리가 얼마나 많은 역사적 오해속에서 살고 있는지 깨닫게 된다.
이 책에는 우리가 잘 알지 못했거나,잘못 알고 있었던 내용들을 문헌의 기록을 짧게 실어놓고 에세이 형식으로 들려주고 있다.저자가 가을들판에서 이삭줍는 심정으로 정리한 보물들이다.조선왕조의 개국 이성계(태조)부터 마지막황제였던 순조의 제위기간인 519년간의 조선왕조의 승자의 역사와 패자의 역사의 다양한 부분을 알려주고 있다.조선의 명칭을 조선과 화령 중에서 청나라가 하나를 콕 찍어 줬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한다! 임금이 세상을 떠나면 그 위패에 적는 이름인 묘호를 공(功)이 있는 이는 조(祖)로 하고,덕(德)이 있는 이는 종(宗)으로 한다.(P26)
배경지식으로 봐왔던 TV사극이 시청률을 의식해서인지 요즘은 각색이 그 한계를 넘어버렸다.그래서 사극은 이제 내게 기피의 대상이 되었다.TV가 각색으로 역사를 왜곡시킨다면 소설은 허구성이 역사를 왜곡시킨다.한 권의 소설로 인해 우리는 70여년을'신숙주는 배신자'로 알고 자랐다! 역사해석상의 오해로 400년 넘게 우리는 율곡 이이의 10만 양병설의 허상을 믿어왔다!
오늘아침 신문의 칼럼에 "1%의 천재가 99%의 범인들을 힘들게 한다"라는 글을 봤다.어쩜 그렇게 가려운 곳을 정확하게 잘 꼬집어내는지. 성왕들의 역사를 통해서 본 지도자의 덕목과 관료들의 행실이 일반백성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저자는, 세계역사상 세종대왕을 가장 훌륭한 지도자다. 배우기 싫으면 흉내라도 좀 내줬으면 하는 심정이다.(P35) 아흔아홉 가지 선정이 한 가지 악정을 상쇄하지 못한다!
매천 황연이 목숨을 끊기전 남긴 <유자제서遺子弟書>는 지식인들이 새겨 봐야 할 부분이다...조선이 선비를 기른지 500년이 되었는데도 나라가 망하는 날 한 사람도 목숨을 끊는 자가 없다면 가슴 아픈 일이고도 남는다..(P318)근대사 부분을 읽으면서는 울분,아픔을 느낀다.이동인이 개화를 시도한 인물이었다는 것은 새롭게 알게된 사실이다.
융희황제가 서거하기 전에 밝힌 경술년국치에 대한 ..지난날 병합인준은 강린 일본이 역신의 무리 이완용과 더불어 제멋대로 해서 제멋대로 선포한 것이요..(P308)유조가 70여년만에 우리에게 알려져서 아쉽다.그래서 조선도 몰랐던 조선이었으리라!
TV나 신문등 언론매체는 보이지 않는 공권력의 개입으로 언론의 자유가 보장받지 못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거기에 비하면 전제군주시대인 조선에서 자신의 뜻을 펼치기 위해 목숨을 건 직언은 숭고하기까지 하다. 내가 알던 그런 당쟁이 아닌 ,학문을 바탕으로 한 논쟁이 많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다.역사를 통해서 살펴본 쿠데타(반정)의 법칙은,우리의 현대사의 쿠데타와 너무 똑같아서 역사는 되풀이 된다는 것이 확인되는 순간이다!
이민2세들이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는 것을 보면서 역사교육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우리는 봐왔다.역사교육은 자신에 대한 정체성을 심어주는 중요한 교육의 한 부분이다.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우리민족의 정체성,자존심을 심어줄 수 있도록 역사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해야한다.다시 일고 있는 중국의 중화사상('가운데 핀 꽃'이라는 뜻으로 주변 국가를 무시하는 사상)과 동북공정으로 우리역사를 왜곡하는 시점에 아이들에게 역사교육은 더욱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