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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방석 ㅣ 사계절 아동문고 71
박효미 지음, 오승민 그림 / 사계절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아이들이 동화를 멀리하고 학습만화만 보게되자 나는 특단의 조치를 취할 필요가 생겼다.동화를 읽으면 학습만화도 주문해 주기로 약속을 한 것이다.그림이 너무 예뻐서 아이들은 이 책을 읽겠다고 약속을 했고, 그냥 재미있을줄 알았는데 나는 동화를 다 읽고 울고 있다.
이야기는 지명이의 누나인 지은이의 시각으로 써내려가고 있다.지은이는 5학년이다.학교가 끝나면 학원 특목고반에서 밤 9시까지 공부한다.길고양이 방석은 지은이의 동생 7살 지명이가 항상 깔고 살다시피하는 방석이다.지명이는 비타민D가 부족해서 생기는 구루병을 앓고 있다.지명이는 움직일때는 방석을 깔고 이동을 하거나 먼 거리는 누군가가 안고 다녀야한다. 멸치를 많이 먹으면 좋아질거라고 밥상에는 멸치가 빠지지 않는다.그래서 지은이는 멸치를 싫어한다.엄마와 할머니의 사이는 찬바람이 불고,집안분위기도 가라앉아 있다.그런데 엄마는 지명이만은 당당하고 해맑게 키우고 있다.
항상 학교와 학원밖에 모르던 지은이는 새로 전학온 민유리를 알게 되면서 자신이 뭔가 잘 못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유리에게서 "야! 너 열두살이야.열두 살이면 세상을 알기 시작하는 나이라고.그건 자기 일을 조금씩 결정하기 시작하는 거란 말이야! 와아,너 진짜 웃긴다!" 이말은 지은이에게 충격이었고.지은이는 엄마에게 조금씩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유리의 삶을 들여다보기 전까지 지은이는 오로지 외고에 가기위해 엄마의 계획표에 따라 움직이는 수동적인 아이였다.
엄마에게 거짓말을 하고 학원을 빠지게 되고, 엄마가 접수한 영재시험을 빼먹고 학예회에 참석한다.지은이의 눈으로 바라보는 지명이는 안쓰러운 동생이면서도,자신이 못하는 자유를 누리고 사는 부러운 모습이다.지명이로부터 바랄수 없는 것을 가족은 지은이에게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엄마는 남의 시선에 애써 당당한척 하지만 그것을 헤쳐나가는 엄마의 모습이 참 맘아프다.지은이가 엄마에게 반항하는 사이 지명이의 건강이 악화되어 폐렴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한다.하지만 입원기간이 길어지고,지명이는 짧은 생을 마감하고 한 줌의 재가 되어 하늘나라로 간다.
대한민국의 많은 엄마들이 저지르는 실수중 하나를 지은이 엄마를 통해서 보게 된다.엄마에게는 지은이를 외고에 보내므로써 자신이 못다한 꿈을 아이가 대신 이루길 바라는 마음이 자리하고 있었다.늘상 곁에서 지켜보면서 느끼지만,아이들의 세계도 어른들의 세계만큼이나 다양한 모습이 존재한다.아직도 지은이 엄마처럼 아이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엄마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