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노래한다
김연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체게바라를 생각나게 하는 표지그림에 이끌려서 읽고 싶다,읽고 싶다 생각만 하다가 결국은 읽었다.처음에는  빨치산 운동을 다룬 책인줄 알았다.읽으면서도 중간부분에서는 조금 어려웠다.그런데 알고보니 그 사건자체가 그렇게 복잡하고 꼬여서 이해하기가 좀 어려운 사건이었다.나는 좀처럼 접하기 힘든 역사소설중 하나를 접한 것이다.
 

 김연수의 <밤은 노래한다>는 1930년대 초반 연변(동만주)의 항일유격근거지에서 벌어진 '민생단사건'을 배경으로 그린 소설이다.북한의 김일성 등 이북의 지도층인사들이 항일유격대 출신이 많다.그래서 이 소설은 북한 지도부의 사고방식을 이해하기에 좋은 소설이다.혁명을 꿈꾸던 박도만,최도식,안세훈,박길룡의 네명의 중학교 동창생과 그들의 친구인 신여성 이정희, 신여성을 사랑한 김해연에게 찾아온 잔인한 세계에 관한 이야기다.햇살에 반짝이는 강물과도 같은 그들의 젊은날,그들이 존재했던 시간이 곧 지상의 지옥이었다.

 

 주인공 김해연은 통영에서 나고 자라 일본인들에게 교육을 받은 지식인 계층에 속한다.1932년 그는 용정의 만철 본사에 돈도선 부설을 위한 실지측량반에 파견나오게 된다.그의 상사 나카지마는 그에게 여자를 사랑하면 모든 것이 달라 질것이다."그건 네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을 거야"라는 말을 한다.

 

 문예의 밤 행사장 여학교 음악 선생인 정희를 소개받고 부터 그는 정희에게 빨려들어간다.김해연은 정희에게 사랑을 고백한다.하지만 그녀는 "나 반지를 받겠어요.지금 당신은 그리뇨프를 닮았어요.사랑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것 같은 눈빛이에요. 하지만 나는 당신이 그리뇨프보다는 푸가초프가 되기를 원하는 마리아랍니다.그러니 저를 사랑하지 마세요.너무 사랑하지는 마세요"라는 대답만을 남긴다.

 

  그가 순수한 열정을 바쳐서 사랑했던 정희의 자살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린다.그때까지만해도 김해연은 조그만 덩어리의 세계밖에 알지 못했다.그 덩어리를 만들기 위해 쓰러진 수많은 나무의 세계를 몰랐다.정희가 알고 있던 세계를 .정희는 조선공산당원 안나리이고,박타이의 애인으로 밝혀졌다.나카지마와 정희가 동침했다는 것,그가 사랑한다고 믿었던 것들이 누군가에 의해서 치밀하게 계획된 것이란걸 알고 그는 방황한다.아편에 빠져들고,정희가 자살했던 나무에 목을 매달지만 그는 살아난다.

 

 사진관 암실에서 일하며 알게된 여옥이와 상경하려 했지만 여옥이 언니의 결혼식날 토벌군에의해 습격을 받아 여옥이는 다리를 절단하게 되고 그는 이 사건을 계기로 유격구로 들어와 정치학습을 받으며 혁명의 물결에 휩쓸린다.격랑속에서 그는 민생단 혐의자로 체포된다.그는 자신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를 뛰어넘고도 남을 공포속에서 그 시기를 보낸다.그 세계에서 객관주의란 존재하지 않는다.오직 개인의 주관에 따라 언제 어느누가 민생단으로 몰려 처결될지 모른다.그들은 경계선상에 서 있었다.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일제의 스파이로 몰아 죽일 수밖에 없는 세계에서 박길룡은 박도만에게 방아쇠를 당기고,김해연은 나카시마에게 자신도 총을 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아이에게서 미래를 봤을까?김해연은 최도식에게 향하던 방아쇠를 거둔다.

 

 민생단 사건으로 희생된 항일혁명가는 최소 500여명으로 집계된다.하지만 토벌군에 의해 죽은 수보다 혁명조직내에서 서로가 서로를 의심해서 동지의 손에 죽은 수가 더 많은 가슴아픈 사건이다.마음을 준 인간이 소멸되는 것을 지켜봐야했던 것만큼 또 아픈일이 어디 있으랴.

 

 공산주의자는 노동계급의 해방만을 위해서 투쟁한다.민족과 국가를 가리지 않는다.민족주의자와는 그 노선이 다르다.공산주의자들은 차별과 착취가 없는 근로 인민들만의 정부를 세우기를 원했다.그들은 인민들의 피를 바탕으로 세워진 소비에트정권(적색정권)의 수립으로 지상에 없는 유토피아를 건설하고자 했다.경제적기반이 허약한 체제는 존재하기 어려운 이상세계가 될 수밖에 없음을 구소련이나 동독,오늘날 북한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념의 갈등으로 인해서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의 꽃다운 청춘을 바쳤던가! 자신의 정체성도 제대로 확립되기 어려운 질풍노도기의 시기였기에, 분별력없는 이상에 불나방처럼 뛰어들었다.혼돈과 광풍이 몰아쳤던 시기의 한 가운데에 내가,현재의 우리가 있었다면 그것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운명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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