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고 있다고, 하루키가 고백했다 - 말의 권위자 다카시가 들여다본 일본 소설 속 사랑 언어
사이토 다카시 지음, 이윤정 옮김 / 글담출판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누군가에게 사랑은 한 계절의 찬란한 빛이고,이별은 한 계절의 죽음일 뿐이다.젊은날 한 번쯤 사랑이란 열병을 앓아보지 않은 사람 있을까? 하지만 영원할 것만 같았던 한 사람만을 위한 사랑도 세로토닌이란 화학물질의 변화로 잊혀지고,우리는 또 새로운 사랑에 빠지고만다.어떤 사람에게는 너무 쉬운 사랑이 어떤 사람에게는 왜 그다지도 어려울까? 사이토 다카시 교수는 사랑에 미숙한 이들을 위해서,일본 소설 속 사랑 언어에 주목하라고 일러준다.
 

 일본인들은 어떻게 사랑하고 또 말하고 있을까? 일본인들에게 사랑받고,세계적으로 많은 사랑받는 책 속의 연인들과 화자 "나"의 사랑법을 비교하면서 이야기속의 다양한 사랑법을 소개한다.나 또한 나의 사랑법을 비교하면서 때론 깔깔거리며 웃고,때론 너무 아픈 사랑에 가슴앓이도 하면서 사랑법을 배워간다.

 

 사랑의 성패는 얼마만큼 감미롭게 사랑을 표현하느냐,어떻게 속삭이느냐에 달려 있다.하루키의 사랑방식에는 반어적 표현이 많다.하지만 현실의 남자들은 직설적이다.한마디로 사랑은 남자들에게"여자 마음은 알다가도 모르겠다"그렇게 비춰지는 것이다.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는 사랑과 연애에 있어,최고의 논문이다.

 

"네가 얼마만큼 좋아?" "봄날의 곰만큼 좋아"...
'나'도 '그녀'의 마음을 알고 있지만 ,그녀와 마찬가지로 진지한 사랑을 주고 받기에 서로의 짐들이 너무 무거워 아무것도 물어보지 않았던 것이다....하루키의 소설속 인물들이 속삭이는 사랑의 언어는 너무 감미로워서 나의 뼈속으로 사르르 녹아들어가 버린다.

 

<1973년 핀볼>에서 하루키는 사랑을 표현할때는 상투적인 비유보다 구체적인 비유를 하고 있다.
「신발은 마치 발치에 얌전히 않아 있는 두마리의 강아지 같았다.」「4분의 1센티미터 정도짜리 미소는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이 귀찮다는 이유만으로 입가에 잠시 머물러 있었다 」하루키의 소설들은 어떤 식으로 서로 연관되어 있다.

 

 마시오 유키오의 <금각사>에서는 나쁜남자의 본보기와 종류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그런데 이상하게도 내가 사랑하고 있지 않다고 말하면 말할수록 그녀는 점점 더 깊이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착각 속으로 빠져들었다」가시와기는 남자가 약한 모습을 보였을때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여자의 심리를 잘 읽어낸 나쁜 남자의 정석을 보여준다.

 

 천재작가 나츠메 소세키의 <산시로>는 사랑받지 못하는 위축된 남자를 그리고 있다.산시로는 한마디로 눈치가 없어서 사랑하기 어려운 남자다.그의 작품속의 사랑은 유리와도 같다.

 

 <겐지 이야기>에서 수많은 유부녀와 염문을 뿌리고,하룻밤 실수한 사랑도 사랑이라고 하는  겐지의 사랑은 억지 스럽게 꽤 맞추는 사랑으로 보인다.일본인과 나의 관점의 차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내가 보기엔 그건 사랑이 아니고 바람으로 보인다.

 

  보통사람들은 어떻게 사랑을 속삭였을까? 가와카미 히로미의 <선생님의 가방>에서 말하는 사랑을 읽으면서 사랑도 나이 먹어서 늙어지는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본다.부인과 사별한 60대 선생님과 30대 독신녀 제자의 사랑,그리고 선생님의 가방만 남겨진 사랑은 너무 가슴아프지 않은가? 하지만 저자는 쓸쓸하지만 더없이 충만하다고 표현하고 있다.

 

 한때 우리나라에도 알려져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전차남>의 사랑.전차에서 술취한 남자에게 봉변당하던 "에르메스"를 도와주고 그녀를 사랑하지만 사랑을 해 본적이 없는 전자제품 마니아인 전차남의 계시판글에 네티즌들이 코칭을 해가면서 사랑을 완성시켜가는 정말 예쁜 사랑이다.여기서 사랑의 본질을 그 과정속에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책속의 남자는 켤코 현실에 없다.단,사랑에 빠졌을 때 잠깐 있을 수도 있다.하지만 남자들은 금방 본성을 드러낸다.자신의 방식으로 되돌아 가버린다.현실속의 남자와 소설속의 남자는 사랑의 전달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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