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타샤
조지수 지음 / 베아르피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도시적인 느낌의 회색표지에 물방울 그림은 눈물의 의미로 다가오고,김지수라는 이름과 전혀 어울리지 않을것 나스타샤라는 제목은 어떤 의미일까 무척 궁금증을 자아낸다.이국적이다.영화를 보는듯,캐나다의 광활한 대지가 눈 앞에 펼쳐진다.어느 순간 나는 북극에서 불어오는 눈 폭풍인 블리자드를 바라보고 있다.
 

 너무도 섬세한 표현들이 마음을 사로잡는다.조지수 그는 언어의 마술사다.그 어떤 고전이나 명작에 비교해도 절대 뒤지지 않는 온갖 매력을 담고 있는 글이다.글이 살아 숨을 쉰다는 표현이 어울린다.글에도 혼이 있다는 말이 바로 이런 것이리라.그의 글 속에서 나스타샤는 여신으로 살아 움직인다.

 

 나스타샤는 그에게 우연이 가져다준 그의 역사이고,그의 모든 삶을 지배하는 그의 우주가 된다.그의 눈에 비친 나스타샤는 성실하고 적극적이며 심미적이다.슬라브의 여인 나스타샤는 그에게 봄의 정령인 헤르메스이고,언제 부서질지 모르는 아름다운 보석이다.나스타샤는 그에게 마술이었다.

 

 그가 첫눈에 반한 그녀는 러시아인이 아닌 키에프 출신의 비밀결사조직원이었다.그녀는 이념보다는 남편을 사랑하는 마음하나로 분리독립운동에 참여했을 뿐이다.하지만 그녀는 KGB에 체포되어 죽음같은 고문을 당한후 탈출한다.그녀의 진짜이름은 갈리나다.나스타샤의 행복이 조지 자신의 행복이라는 마음은 나스타샤의 남편과 아이를 캐나다로 탈출시키게 된다.

 

 

 구소련이 붕괴되기전 고르바초프는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유보한채,페레스트로이카와 글라스노스트(개혁과 개방)정책을 실시한다.하지만 보리스는 낭만적인 자유주의자로 자본주의 없는 자유주의는 환상이라는 사실을 몰랐다.자유주의와 공산주의 이념의 갈등에 속에서 빨치산 운동에 빠져들었던 우리의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리스에게서 찾을 수 있다.

 

 

 나스타샤의 남편 보리스는 우크라이나에서 반체제혐의로 체포되어 고문에 못이겨 육체와 정신이 산산히 붕괴되어 버린다.나스타샤의 남편과 아이는 또 다시 나스타샤의 고통이 되고, 그 고통을 없애주기위한 조지의 선택은 나스타샤를 잃고 알콜중독에 빠져 자신의 삶을 망친다.하지만 그의 삶을 치유해 가는 과정 또한 나스타샤가 남기고 간 숙제다.

 

 

 다국적인종이 모여 사회를 이루는 캐나다에서 직접 부대끼면서 느낀 다양한 민족적 특징과 문화를 간접경험 하게된다.김유진 이라는 영어연수 중인 학생과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서 우리가 동경해 마지않던 어학연수,이민자의 그늘진 삶의 베일이 벗겨진다.그는 미국의 극작가 유진오닐이 이야기하는 소외와 절망과 권태를 김유진에게서 본다.그는 1970년대 한국인 이민자들의 아픈 단면을 진공상태라고 표현한다.

 

 

 둔한 두뇌의 소유자인 교수들은 그의 글에서 절단난다.그 자신 역시 그의 시각에서 둔하고 착실한 교수다.그의 가치관에 따르면 종교도 이단이나 미신으로 분류된다.나와 같은 무신자에게는 다 맞는 논리로 받아들여진다.유신론자들의 시각에서는 그의 논리가 지탄의 대상이 될 것은 너무도 뻔하다.

 

 

 나의 편협한 사고에 폭풍이 몰아치고 회오리바람이 분다.나는 회오리바람으로 부터 안전하지 않다.오즈의 마법사 나라로 떠나는 도로시가 되어있다.어느새 나는 전혀 다른 세상으로 가 있다.그에 눈에 비친 대상은 한가지라도 그냥 지나칠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모두 파헤쳐지고 분석되어 그의 뇌리에서 재정립된다.그의 직업탓일까?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면에서 해박한 지식을 토해내고 있다.

 

 

 그에게서는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여야만 살아있는 바람과 같은 역동적인 그 무엇이 있다.낚시를 소재로 이렇게 아름다운 이야기가 펼쳐질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낚시와 자연, 인간 과 종교,문명과 문명화된 인간, 그 모든 것을 연속선상에 놓고 이야기가 펼쳐진다.우리는 누구나 뼈저린 외로움을 경험하면서 살아간다.인간이라면 누구나 피할수 없는 본질적인 의문과 문제에서 그는 많이 아파하고 방황하는 외로운 한 인간이다.이 책은 그의 케나다 생활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든 600백쪽 분량의 자전적소설이다.

 

 

 나스타샤를 만나기전 그의 세계에서는 사랑을 대하는 시각조차 감성이 아닌 이성적인 분석의 대상으로 보인다.하지만 나스타샤를 알고부터 그는 사랑을 대하는 시각도 달라진다.읽을수록 따뜻한 글이다.그의 우정,사랑,삶을 통해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것을 실감한다.책을 읽으면서 인간이라는 한 나약한 존재와 사회를 돌아보고,사랑이 얼마나 아름다울수 있는지 깨달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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