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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장영실
김미숙 지음 / 시나리오친구들 / 2008년 2월
평점 :
초등학교때부터 장영실이 누군인지 배워왔다.하지만 교과서 위주의 주입식교육은 인물에 대해 그다지 많은 감흥을 주지 못했다. 막연하게 세종대왕과 함께 한글 창제에 합류했던 인물,측우기 등을 발명했던 인물정도의 앎에 그쳤던 것 같다.역사적 사실에 허구가 더해진 팩션은 역사를 더 쉽고 재미있게 다가가기에 좋은 책이다.
영실의 외조부 윤정관은 태종의 손에 죽게되고 그바람에 영실의 어머니는 관기가 된다.영실은 옥향에게서 등에 남두육성을 갖고 태어난다. 같은날 이방원의 집에서는 세종이 앞가슴에 북두칠성을 가지고 태어난다.점술가에 의하면 북두칠성은 하늘이 내린 임금이고,남두육성응 하늘이 내린 재상이라한다.남두육성을 가진 아이가 북두칠성을 가진 아이를 만나면 세상이 바뀌게 된다고 한다.
영실은 솜씨가 뛰어나지만 노비라는 신분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그것은 분노로 쌓여간다.노비로써 받는 온갖 수모와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영실과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피비린내 나는 권력싸움에 많은 상처를 받고 심신이 지칠대로 지쳐 그 아픔을 감당하지 못해 병을 앓은 충녕(세종)은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준는 친구가 된다.
"너는 나를 별이라고 했다.."
"별을 빛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느냐?"
"별을 바라보는 눈빛이다."
"너는 나에게 눈빛을 주었다..."
"네가 나를 빛나는 눈으로 바라보지 않았다면 나는 그저 부서져버리고 마는 밤하늘의 이름 없는 운석 으로 남았을 것이야.."
세종이 캄캄한 밤하늘의 별이었다면 영실은 별을 바라보는 눈빛이었다. 그는 세종에게 영혼의 샘물같은 존재였다.노비에 불과했던 영실의 능력을 알아보고 과학자로 키워낸 세종이 없었다면 자격루,혼천의,측우기,금속활자 갑인자 등의 탄생은 없었을 것이다.
영실과 세종의 신분의 차이를 뛰어넘는 우정이 가슴을 적시는 이야기다.세종을 생각하면 그의 업적만 떠올리게 되는데,조선 개국초 피비린내 나는 권력싸움에서 그가 얼마나 고독하고, 골육상쟁의 모습에 뼈저리게 아팠는지를 알게됐다.
장영실에 대해서도 그의 업적만을 떠올렸었는데,책을 읽고나서 조선시대 노비제도의 아픈 역사를 돌아보게 된다. 영실과 여주가 사랑하지만 결혼하면 자식에게 노비의 신분을 되물려 줘야하는 신분세습때문에 결혼을 주저하는 영실의 아픔.그것은 이 땅의 노비로 살았을 모든 조상들의 아픔을 대변해 주고 있다.
조선의 역사서를 읽으면 여전히 화가 나는 당파싸움,모략,등이 이 책에서도 나타난다.여기서는 노비 영실이 잘 되는 것을 보기 싫어하는 양반출신들의 중상모략이 결국 영실을 죽음으로 몰고 간다.
세종의 후궁 신빈 김씨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세 사람의 이야기를 써내려 간다.이야기는 그녀의 기억속에서 되살아 나는 형식이다.저자는 팩션이라는 장르에 '시놉적 소설쓰기'라는 새로운 형식을 적용했다.시놉시스란 일정한 분량이나 요건이 정해전 것이 아니며,상황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며,아이템 개발 진행에 따라서 조금씩 구체화 되고 분량이 늘어나게 되는 형식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