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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친 막대기
김주영 지음, 강산 그림 / 비채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똥친 막대기는 나의 모습이고,우리들의 모습이다.
P113 내 이름은 순식간에 백양나무 곁가지에서 나무 막대기로,다시 회초리에서 똥친 막대기로 전락한 것입니다.그로써 내 신세는 처량하기 그지없게 되었습니다.그나마 실낱 같은 희망을 가지고 살아날 길을 고대했던 것조차 꿈이 되어 버렸습니다.부모 자식간의 관계,부부간의 관계,사회의 여러가지 면모등,한 작품안에 너무도 많은 것을 자연스레 동화처럼 담아 내고 있다.
..이른 새벽부터 산기슭으로 밀려와 머물렀던 안개는 햇살의 발길질에 놀라 산아래로 밀려나 흩어지고 있습니다...한적한 시골의 정경은 내 고향집을 떠오르게 한다. 문장 표현이 아름답고 그림도 정겹기 그지없다.양지마을 이장의 아들이 부모님께 안부를 전하는 방법은 마을을 깨우는 기관차의 기적소리다.그 소리에 놀라던 마을사람들이나 동물들은 이제 그 마음을 헤아리고도 남는다.우리네 정서가 묻어나는 데목이다.
P62 하얀 허벅지가 드러나도록 치마를 걷어올리고 한 발을 세수대야에 살포시 넣습니다.뽀드득뽀드득 발을 씻고 있는 소녀의 모습은 무척이나 아름답습니다.-표지그림장면.
백양나무의 곁가지로 태어난, 화자인 나는 우연찮게도 내가 사랑하는 재희의 회초리가 된다.하필이면 재희가 그날따라 깨끗이 씻은 날이다.
박씨부부의 모습에서 내 어머니,아버지의 모습을 보게되고,그것은 또한 자식을 키우고 있는 나의 모습이기도 하다.재희가 회초리를 맞는 부분에서는 부부간의 자존심겨루기가 엿보인다.그것은 현재 부모인 나의 모습이다.아이에게 회초리를 하고 눈물을 흘리는 어머니의 모습 또한 부모인 나의 모습이다.집안에서 양순하기 그지없는 재희는 또래들 사이에서는 영악하고 당찬 소녀다. 재희는 어렸을적 나의 모습이고,현재를 살아가는 내 두 딸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나뭇가지인 나는 우리들의 모습을 대변해 주고 있다.나뭇가지인 나의 눈으로 본 사람들의 모습은 P34 두 가지 감정을 하나의 얼굴 위에 동시에 그려 낼 수 있는 불가사의한 능력을 가진 것 같습니다...
부모에게서 받는 것이 당연한 것인줄 알다가,한 곳에 뿌리를 내리면서 부모의 은혜를 알게 되는 우리들.부모에게서 분리되어 사회라는 현실과 부대끼며 어려서 꾸었던 꿈이 좌절되기도 하고,거친 파도에 표류하면서 세상이 그리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아간다.물결 따라 흘러가는 방랑자의 신세가 되기도 하고,어떤 요행이 우리를 구해주기도 바란다.때론 자존심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기도 하며, 물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돼지의 모습도 우리들의 모습이다.
P128 어미나무는 그 자리에 서서 한평생을 상처를 입으면 입는 대로,가뭄이 들면 또 그대로 볼멘소리 한 번 없이 묵묵히 살아갈 것입니다...그 서러움을 대신하여 울어 주는 것은 나뭇가지 사이를 지나가는 바람이겠지요..
어미나무의 모습은 내 어머니의 모습이고,현재와 미래를 살아갈 나의 모습이다.때론 너무 고단하여 그 책임을 벗어던지고 싶어지는 어미나무의 모습이다.내 어머니도 그랬을 것이다.난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는 수많은 대한민국 사회의 딸들이 살아갈 모습이기도 하다.하지만 그것이 우리를 지탱해주는 뿌리의 역할이다.
뿌리의 역할은 바로 이런것이 아닐까..
정호승님의 <수선화에게>
그대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
눈이 오면 눈길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속을 걸어라..
가끔은 하느님도 눈물을 흘리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