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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녹슨 갑옷 - 인생에는 늘 두 갈래 길이 있다
로버트 피셔 지음, 박종평 옮김 / 골든에이지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게 뭐지?" "삶이지"
"삶이라뇨?" "삶은 처음에는 쓰지만 맛을 볼수록 더 맛있고 즐거운 것이지"
"예,맞아요.마지막 한 모금은 아주 달콤했어요"
"마시는 것을,삶을 받아들였을 때가 그렇지"
제목에 끌려서 우연히 읽게된 <갑옷 속에 갇힌 기사>를 2008년7월 6일에 서평했다.책의 내용에 감동해서 한 번 더 읽었다.그래서 모두 합하면 세 번 읽은 책이다.<어린왕자>이후로 세 번 읽어본 책은 이 책이 처음이다. 재발행하면서 제목이 <마음의 녹슨 갑옷-인생에는 늘 두 갈래 길이 있다>로 바뀌었다. 재발행본은 처음 만났던 <갑옷 속에 갇힌 기사>보다 표지 디자인이 훨씬 예쁘고 이미지도 더 순수하다.
먼 옛날 한 기사가 있었다.그에게는 아내 줄리엣,아들 크리스토퍼가 있다.성전(십자군 전쟁)에 나가는 것과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해주는 자신의 일을 사랑한다.하지만 그는 점차 갑옷 입은 모습에 자아도취 되어버린다.기사는 그것이 자신과 가족을 사랑하는 일이라고 믿는다.하지만 그 갑옷을 벗어 던지지 않으면 떠나겠다는 줄리엣의 말에 충격받아 갑옷과 가족 중에서 선택을 해야만 한다.
기사는 갑옷을 벗으려고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더 조여올 뿐이다.그 나라에서 가장 힘이 센 대장장이 스미스의 힘으로도 갑옷을 벗을 수 없게 되자 그는 도와줄 사람을 찾아 다른 나라로 여행을 떠난다.여행을 떠나면서 만나게 되는 궁정의 어릿광대 글래드 백,마법사 멀린(아더왕의 스승),말하는 다람쥐,비둘기 레베카를 통해서 갑옷을 벗고 진정한 자신을 만나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어릿광대의 노래가사가 참 맘에 와 닿는다.기사의 진리를 찾아가는 길은 침묵의 성을 거쳐,지혜의 성,의지와 용기의 성을 빠져 나와야만 진리의 꼭대기에 다다를 수 있다.
기사에게 생긴 문제가 무엇인지 남들은 모두 아는데 정작 본인만 모르고 있다.또 읽어도 감동이 몰려온다.아~그런 이야기였지! 명작은 그런 거구나! 읽으면서 또 다시 나를 돌아보며 가슴이 쿵클해진다.
흔히 사람들은 어떤 커다란 계기가 있어야만 자기 자신을 되돌아 보게 된다.사람들은 자신이 간절히 찾는 것만 보이기에 아무리 가까이에 있는 것이라도 자신이 찾지 않으면 보지 못한다.
사람은 조직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면 그제서야 진정한 자신을 발견한다.사람은 누구나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어한다.아웃사이더로 맴돌게 될 때야 비로소 조직이라는 갑옷을 벗어버린 진정한 자신을 볼 수 있다.기사의 여행은 자아정체성을 찾아 떠나는 과정과 비슷하다.사회적인 기대에 스스로 맞춰버린 우리는,상대방에 대한 "배려"라는 이름으로 내 감정을 숨기기도 한다.사회적인 역할이 가장 큰 위치를 차지하지만,결국은 자기 자신과의 대화가 필요했던 것이다.그렇다! 나는 그저'나'인체로 만족하면 되는 것이다.
기사가 진리를 찾아가는 길은 멀고 험하기만 하다.자신을 버려야 자신을 찾을 수 있다.그것은 내 안의 나를 찾는 여정이 될 것이다.우리는 편견없는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사물의 진실을 느낄 수 있으리라.기사가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눈물을 흘릴때는 나도 눈물이 고인다.기사가 드디어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듣게 된 것이다! 우린 항상 들려오는 내면의 소리를 못 들은척 무시하고 살았을 뿐이다.
왕에게는 왕이라는 갑옷이,기사에게는 기사라는 갑옷이,우리는 각자 사회적 역할에 맞춰진 갑옷을 입고 있는지 모른다.그래서 참다운 우리는 자신의 역할을 대변하는 페리소나(가면)의 뒤에 꼭꼭 숨어 있는 것이다.'그래,나는 나 자신 속에 갇혀 있었던 거야!'
기사가 '공포와 의심의 용'을 두려워 하는 부분에서는 남미의 늪에 사는 공포의 물고기<파리니아> 실체를 떠오르게 한다.기사가 매달렸던 집착이라는 바위에서 모든 것을 놓아버리는 부분에서는 법정스님의<무소유>의 개념을 곱씹어 본다.다 알고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건만,다시 읽으니 모두 새로운 내용으로 느껴지는 진주같은 글귀들이다.아~!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이 책에서 찾고자 하는 진리는 진정한 사랑의 의미,자비,지성,박애등이다.
처음에 이 책을 읽었을 때는 '자기 인식'부분이 어려웠는데 재발행본은 다양한 안내글과 자료가 추가되어 있어서 나 자신을 돌아보기에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처음 작품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각국의 독자들의 서평이 추가되어 있고,「 자아 개발 워크숍 프로그램」을 추가한 점이다.
한 아시아 최대갑부 리카싱의 이야기가「 책 속의 책」의 형태로 추가됐다.책 중간 중간에 삽입된 현인들의 문구도 감동스럽다.이 책과 리카싱이 어떻게 어울리게 됐을까? 한참 생각했다.처음엔 지금과 같은 경제 위기에 용기를 주기 위해서 추가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주기만 하는 사과나무의 진실」부분을 읽으면서 리카싱이 실천한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떠올렸다.그가 베푼 사회공헌과 가장 흡사하게 와 닿았기 때문이다.이 책을 읽고 나면 리카싱 아니라 그 누구라도 감동하지 않고는 못베길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옮긴이의 <프로스트의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을 떨쳐버리고 "첫 번역에 대한 두려움이 갑옷이 되고 있다"라는 솔직한 고백이 미소짓게 한다.책에 상당히 많은 애정을 쏟아 부은 흔적이 엿보인다.옮긴이의 책사랑 하는 마음이 느껴진다.같은 책을 읽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독자의 몫임을..모두 나름대로의 갑옷이 있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