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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 동안의 고독 - 1982년 노벨문학상 수상작 ㅣ 문학사상 세계문학 6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안정효 옮김, 김욱동 해설 / 문학사상사 / 2005년 7월
평점 :
제목에 끌려서 선택한 책인데 복잡하고 어려워서 상당한 인내력을 필요로 한다. 한마디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5대에 걸친 한 가문의 이야기다.단순히 빠져드는 재미보다는 어려운 작품에 도전한다는 기분으로 대한다면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다. 470쪽에 달하는 만만치 않은 분량이다.남아메리카의 브라질과 국경에 위치한 콜롬비아 태생인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백년 동안의 고독>을 탈고하고 나서 아르헨티나 출판사로 원고를 우송할 돈이 없어서 일부만 부치고 나머지는 집기를 팔아서 부쳤다는 가슴찡한 일화가 있다.
서두부터 가계도가 너무 복잡해서 등장 인물들을 파악하는데 상당한 어려움미 따른다. 5대에 걸친 조상과 후손들의 같거나 비슷한 이름들은 작가의 의도된 바였음을 P461~ 작품해설 부분에 가서야 알 수 있었다. 어렵지만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 빠르게 전개되지 않는 스토리 구조와 가족중심의 성장과정,자세한 일상의 설명은 서두 부분에서 지루함을 느끼게한다
평범하고 성실한 가정이었던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는 '멜키아데스'라는 집시의 신기한 물건들을 접하게 되면서부터 연금술에 빠져들고,새로운 세계에 대한 동경으로 가장으로서의 의무를 등한시한다.그의 아들 '호세 아르카디오'는 사춘기때 '필라르 테르네르'라는 기혼녀에 빠져 자식을 낳게 된다.지독히도 외롭게 보낸 그의 성장배경은 훗날 마콘도를 잔혹하게 통치로 시달리게 한다. 부모의 뼈를 자루에 담고 안내장 한 장 들고 찾아온 열 한 살 소녀는 가족으로 받아들여지고 '레베카'라고 부르게된다.그녀는 정서불안으로 흙을 먹는 습관이 있다.한 남자를 두고 극렬하게 대립하는 아마란타와 레베카,호세 아르카드리오와 레베카의 근친간의 결혼,우르슬라의 남편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는 정신이상으로 나무에 묶여 살게 된다
계엄령이 선포되면서 순박했던 이 가족은 완전히 다른 삶을 겪게 된다. 아우렐리아는 보수파에 대한 반역을 하고 자유파 혁명군의 총사령관이 되어 전쟁터로 떠난다.서른두 차례나 반정부 봉기에 참여하여 그때마다 패배한 그는 그저 자존심때문에 전쟁을 하고 있다고 깨닫는다.P179 그토록 비참한 타락을 겪으면서까지 추구할만큼 고귀한 이상은 이 세상에 없을지도 모른다.부모들이 젊은 처녀들을 용감한 군인의 침실로 들여보내는 풍습으로 인해 자식이 17명이 생기지만 그 중 16명은 암살당하고 1명만 살아 남아 계속 쫒기는 삶을 산다. 자식들의 죽음과 휴전은 그를 자기 자신의 고독 속에 숨어 살게 만든다. 어머니인 우르슬라의 한없는 사랑과 삶의 고통들이 눈물겹고 찡하다.
'호세 아우렐리아노 세군도'는 미국 바나나 회사에 맞서 파업을 주도하는데 살아남은 단 한명인 그는 정신을 차려보니 시체들 틈에 실려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정부군이 3000명이 넘는 노동자를 학살하여 아무도 모르게 밤에 화물차에 실어 바다에 수장하여 버린것이다.훗날 그의 말을 들은 마콘도 사람들은 그를 정신병자 취급한다. 그 역시 자신의 고독 속에 갇혀서 살아간다. 조상들이 모두 나이를 먹어가면서 자신만의 울타리 안에서 고독한 삶을 살아간다.등장인물들이 차례차례 생을 마감하면서 소설은 결말부분을 향하고,마지막 후손인 아마란타 우르슬라와 아우렐리아 부엔디아가 낳은 자식은 돼지꼬리를 달고 태어난다. 아우렐리아 부엔디아는 100년을 미리 내다본 멜키아데스의 양피지를 해독하게 된다.
이 소설이 차지하는 의미는 크다. 중남미의 정치,사회적 현실과 토착신화의 상상력을 결합한 새로운 소설미학을 선보여 '마술적 리얼리즘'의 실험작으로써 1982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마콘도'라는 땅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부엔디아'가문의 5대에 걸친 고통과 절망,흥망성쇠를 다룬 계도(系圖)소설이다.'부엔디아'는 '좋은 나날''좋은 시대'를 뜻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반어적으로 사용된다. 마콘도는 좁게는 콜롬비아,넓게는 라틴아메리카,인간이 사는 세계를 상징한다.
이 작품은 콜롬비아 역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스페인의 지배,영국의 지배등 서구 제국주의 식민지 수탈을 폭로하는 리얼리즘에 입각한 고발 소설이다.리얼리즘이란 현실과 환상,사실과 허구가 초현실적으로 결합된 형태다.역사는 진실과 거리가 먼 한낱 권력을 장악한 지배계급이 조작한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포스트모던 역사 이론과의 관계를 보면 메타픽션에 해당된다.메타픽션이란 작품이 창작되는 과정을 주제로 삼는 실험소설이다.텍스트 안을 향하는 기법으로 '소설의 소설''소설에 관한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근친상간이 자연스럽게 다루어지는데서는 읽으면서 문화적 이질감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이것 역시 작가의 의도된 설정이었다. 도덕적 타락으로 가문이 몰락을 재촉했다고 보면 된다. 여지껏 접해왔던 소설들과는 너무 달라서 어려운 소설이지만 많은 것을 배우게 되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