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범의 파워 클래식 1 -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고 아무도 시도하지 못했던 신 클래식 강의
조윤범 지음 / 살림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조윤범 그는 콰르텟티스트(Quartetist)다. 콰르텟티스트란 일종의 클래식 음악가이면서 연주자 이지만 현악사중주를 최고의 음악으로 신봉하며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들을 일컷는다. 현악사중주는 바이올린 두대,비올라 한대, 첼로 한대로 이루어져 있고,고전음악의 실내악 중 가장 대표적인 양식이다. 최초의 콰르텟티스트는 18세기 중엽 교향곡의 아버지라 불리는 하이든이다. 음악애호가들 중에는 콰르텟티스트가 많다. 조윤범은 콰르텟엑스의 리더 이다. 콰르텟엑스가 지향하는 바는 클래식의 대중화라고 볼 수 있다. 그들은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경계를 넘나들며 현악사중주의 개념을 새롭게 개척해 오고 있다. 그가 말하는 현악사중주라는 클래식 음악의 숲으로 들어가 보자. 우리도 콰르텟티스트가 될 준비를 해 보자.
 



 이 책에서는 바로크에서 고전파까지,낭만파 시대,근대음악,현대음악까지의 콰르텟티스트들 중 음악사에 많은 영향을 끼친 인물들의 음악과 생에 대해 다루고 있다.조윤범,그는 기존의 클래식의 제목이 숫자의 배열로 되어 있던 것을 과감히 탈피하여, 기억하기 쉬운 제목을 부쳐준다.음악의 느낌을 살려서 붙인 이름은 기억하기가 쉽다.콰르텟엑스가 지은 곡명들이 참 기발하다.음악의 제목에도 작곡가 자신과 관계있는 사연이 있어서 놀랍다.클래식에 대해서 잘 모르는 이들의 마음을 그대로 옮겨 놓은듯한 속시원한 글이다. 저자의 재미있는 설명에 책을 읽으면서 많이 웃기도 하고, 많은 공감을 했다.너무도 솔직하게 써내려간 저자의 이야기들.곳곳에 숨겨진 보물찾기 하는 기분으로 책을 즐겁게 읽었다. 숨어있는 명곡을 찾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책만 읽어도 재미있지만, 음악을 검색해서 들으면 책을 이해하는데 훨씬 수월하다.평소에 즐겨듣던 클래식을 만났을 때는 얼마나 반가운지..아! 이런 곡도 있었던가! 싶은 새로이 알게 되는 곡도 있다.무반주곡은 오히려 그 악기 특색을 더 잘 살려줘서 감회가 깊었다.같은 곡이라도 소프라노로 듣는 것과 테너의 음으로 듣는 것은 느낌이 다르다.알고 있던 곡들도 책의 설명을 참고하고 들으니 그 느낌이 또 다르다.제목만 봐서는 모르는 곡인줄 알았는데,음악을 검색해서 듣고 보니 많이 듣던 곡이어서 놀라기도 한다.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은 중학교 때 배우고 잊고 지냈다가 다시 들으니 새롭다.<G선상의 아리아>는 중학교 때 배웠는데 G선으로만 연주할 수 있게 편곡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차이코프스키의 <비창>은 많이 듣던 곡인데 찬송가 느낌이 난다.발라키레프의 <이슬라메이>는 인터넷 검색해보면 '세상에서 가장 빠른 곡'이다. 건반위의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라벨의 <밤의 가스파르>는 으시시하고 몽환적인 느낌이다.쇼스타코비치의 <재즈 모음곡>2번은 재즈답지 않은 재즈다.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와 파르티타>원본 악보가 버터 싸는 포장지로 쓰이고 있었다니! 웃어야 할지,울어야 할지..카치니의 아베마리아의 실제 작곡가가 카치니가 아니라니! 음악의 아버지 바흐와 음악의 어머니 헨델(남자)이 동갑이라니! 하이든의 작품 속의 장난과 그것을 연주하는 후세 음악인들의 장난 <농담>.모짜르트가 마리앙투아네트에게 6세에 청혼했다는 사실! 그때 청혼을 받아들였다면 그녀가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질 일은 없었을텐데..아! 잔인한 역사여~!<소야곡>의 세번째 악장이 분실됐다는 것도 놀랍다.과제를 베껴서 낸 베토벤의 젊은 시절의 코믹성.체르니가 베토벤의 제자였다고? 슈베르트의<숭어>가 <송어>가 바른 제목이라니~! 코다이는 58세 이하의 제자와 재혼했다.너무 놀라운 에피소드가 많았다.슈만의 곡제목 이니셜 암호문은 다빈치 코드처럼 재미있다.음악사에 남겨진 오류들도 조금씩 수정해 가고 있다니 정말 다행이다.

 

 현악사중주가 서양 음악의 역사와 함께 발전해온 것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윤이상님이 콰르텟티스트라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기록이다.서양 음악가들이 '12음기법'을 사용한 것에 비해 그는 '중심음기법'이라는 동양적인 기법을 사용한 부분도 존경할만한 부분이다.그의 음악은 한국적인 색체가 강하다.일제 강점기에 태어나고,정치적인 이데올로기의 희생자가 되어 살아 생전에 고국에 오지 못한 파란만장한 그의 삶,늦었지만 그의 명예가 회복되어서 참 다행이다.


나는 음악에 대해서 많이 알지 못한다. 3년전에 피아노를 독학으로 배워서 바이엘까지 할 수 있다. 바이엘 연주하는 이의 눈높이로 이 책을 서평하고 있다. 클래식을 사랑하게 된지도 1년이 채 안된다. 나처럼 클래식에 대해 잘 모르는 이에게 이 책은 너무나도 훌륭한 음악교재다.처음 접해보는 음악 용어도 많았지만,책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은 없는 정도다. 불협화음도 음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았다. 장조나 단조에 의존하지 않고 조와 다른 구성원리를 찾으려한 무조음악이 쇤베르크에 와서 정립되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음악가들의 창조성이 음악의 발전을 가져오는 경우이다.

 

 

 내가 지치고 힘들어 쓰러질 때쯤 나를 바로 세워준 책이 헤르만 헷세의 <데미안>이었다면,  슬플 때는 슬픈 곡을 들으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낄수 있었다.나는 <구노의 아베마리아>보다 <카치니의 아베마리아>를 들으면서 더 마음의 평화로움을 얻는다.기쁠때는 왈츠나 미뉴엣에 박자를 맞춰 아이와 함께 춤을 춘다.팝송의 감미로움,가요의 편안함,이렇듯 음악은 우리 삶과 아주 가까이에서 숨쉬고 있다.

 

 음악의 천재들의 삶은 평탄치가 않았다.음악인간의 애증의 관계,화해,자유와 고독,삶과 온갖 정서들이 그들의 음악 속으로 녹아 들어갔다.모든 학문이 그렇듯 음악에서도 작곡가나 음악인들,주변의 환경과 상호교류하면서 발전해 왔음을 알 수 있다.콰르텟엑스의  CD가 시중에 나와 있다고 하니,CD를 들으면 책에 나와 있는 클래식을 즐기는 기쁨이 더 클 것 같다.대중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곡들은 인터넷 검색이 안돼서 아쉽다.이 책은 클래식을 지루하다고 생각했던 분들에게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클래식을 잘 아는 분들에게는 보충하는 재미를 즐길수 있게 할 것이다.콰르텟티스트,음악에 대한 열정이 발산한 아름다운 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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