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표지의 그림은 태초에 아담과 이브가 에덴 동산에서 쫒겨 나기 전의 모습을 표현한 명화의 한 장면같다.이브가 뱀에게 뭔가를 주고 있고,아담과 이브는 수치심을 유발할만한 곳을 나뭇잎으로 가리고 있다.이 그림은 인간의 무의식에의 접근인 태초의 기억을 떠오르게 하는 신비함이 있다.
P7 서문은 올리버색스가 "지워진 기억을 쫒는 남자" 책리뷰(서평)한 글을 먼저 다루고 있다.서평을 읽으면서부터 눈물이 날 것 같아서 책을 읽기가 힘들었다. 이 책은 나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시키는 매개채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서평은 담담하게 써내려가고 있다.
저자 알렉산드로 로마노비치 루리야는 1902~1977년 까지 생존한 러시아의 신경심리학자다. 2차대전중 뇌를 (좌측 두정 후두부-대뇌피질의 3차영역) 관통한 총알 하나가 23세의 청년 자세츠키라는 한 남자의 인생을 얼마나 잔인하게 파괴했는지를 P19 루리야의 서문에 기록하고 있다.자세츠키가 25년간 쓴 3천쪽쯤 되는 일기로 완전한 진실임이 입증되었다고 말한다.
뇌손상을 입었지만,1941년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그는 과학도로서 독일어,영어,러시아어를 할 줄 아는 장례가 촉망되는 청년이었음을,전선의 기억,수술대위의 기억이 있다.그는 환각,청력손실,언어구사능력상실,공간감각상실,인지능력상실등으로 사물을 완벽한 형태로 인지하지 못하고 물체의 한쪽면만 보거나, 희미한 여백만 본다.많은 부분은 그가 상상으로 채워 넣는다.자신의 신체의 일부분이 안보여서 놀라기도 하고,내면의 세계가 산산이 조각나고,붕괴되어버린 그의 세상,장애물에 부딪칠때마다 그의 슬픔이 깊어간다.이런 상태로 삶에 적응해 가는 그의 모습이 대견하고 안타깝다.그는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한다.
일기를 쓰는 일은 그가 살아가는 이유가 된다.그것은 과거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는 희망이기때문이다.잃어버린 기억을 찾기 위한 25년간의 치열한 투쟁,적절한 낱말을 찾기위해 처절한 몸부림. 이 책은 그 몸부림의 흔적이다.뇌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그림까지 곁들여 있어서 심리학 서적을 보는 느낌이다.그 점이 어떤 독자에게는 조금 어렵게 다가올 수 있겠다.러시아어에 한글 표기가 되어있으면 조금더 이해하기가 쉽겠다는 아쉬움이 있다.자주 비슷한 내용이 반복되어서 지루한 부분도 있지만, 지적실어증을 가진 이가 25년간 쓴 기록임을 감안하면 당연하게 받아들여도 되겠다.
자세츠키의 이야기는 심리학 책에서 간략하게 접했던 내용이지만,어디까지나 실험 대상으로서의 기록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인간적인 면에서의 접근이어서 따스함과 아픔이 녹아 있다.여지껏 읽은 다른 심리학 책에 견주어보면 휴머니즘의 최고점을 주고 싶다.책을 읽는 내내 나의 기억과 그의 기억이 오버랩되어 나를 많이 아프게 했다. 그의 깊은 슬픔이 들여다 보인다.그의 체념과 아픔,슬픔이 오히려 그를 지탱해 주는 힘이 된듯하다.내가 심리학을 파고 든것은 5년전의 일이다.일반인으로서 뇌에 대한 지식을 많이 가지고 있는 나는 그의 질병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부분도 있다.
*국내 서적에서 책 검색이 안되서 외국 원서로 책을 검색해 넣었습니다.
책검색되면 다시 수정하겠습니다.
출판사-도솔.저자-알렉산드로 로마노비치 루리야
책:지워진 기억을 쫒는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