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장기려
손홍규 지음 / 다산책방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이 끌렸던 이유는, 11살과 9살인 나의 두 딸이 너무 병치레가 잦아서 11년을 닥터쇼핑하면서 살았기에 의사 선생님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많았다.현재도 여러 병원에  약을 처방받으로 향하는 나의 일과, 아이들의 잦은 입원과 수술 ,하루라도 의사선생님을 대면하지 않는 날이 없다.그래서 각양각색의 의사,간호사등을 만나게 된다.요즘은 의사가 사명이라기 보다는 직업으로 인식이 되고 있기에 아타깝다. 그런 와중에 이 책을 만나게 된 것은 정말 행운이다.
 

 책의 표지 색상이 참 화려하다.배우를 닮은 청년의 모습이 시선을 잡아당긴다.이 책은 에필로그와 작가의 말까지 포함하여 22개의 소재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소설 형식을 취한 위인전이다.장기려 선생님이 1911년에 태어 났기에 이 책의 서두의 배경은 일제 시대이다. 장기려 선생님은 멘토 역할을 해준 할머니, 은사님과 기독교라는 신앙의 힘,  돈이 없어서 병원에 진료한 번 받아보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있었기에 의사가 될 수 있었다.

 

 소설의 서두부분은 학창시절,의사 초년 시절등을 그리고 있다.장기려 선생은 일제치하의 열악한 의사생활속에서도 일본의사도 실패한 설상절재술(암세포가 있는 간 부위를 쐐기 모양으로 도려내는 것)을 성공으로 이끌어냈다.환자들이 잠든 사이에 머리맡에서 기도하는 모습,수술하기 전에는 항상 기도를 하는 모습,책의 곳곳에 시대적인 아픔에 고뇌하는 모습이 느껴진다.창씨개명에 대한 고뇌,혈액이 없어서 자신의 피를 뽑게 하는 희생정신은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아프고 눈물이 고인다.돈이 없어서 병원 진료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사비를 들여 치료를 해 주시니 자신의 삶은 항상 궁핍할 수밖에 없었다.그런 선생님을 믿어주고 내조해주는 아내도 존경스럽다.

 

 책의 시대적 배경이 일제시대와 8.15 해방전후,6.25 전쟁전후 이다 보니 위인전이라기 보다는 역사소설을 읽고 있는 느낌이 더 많다. 혼란스러웠던 시대이기에 장기려 의사 혼자만의 이야기가 아닌 힘든 시대를 지나온 민초들의 고통스러운 삶과 독립운동가들, 위정자들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버무려져 한편의 대하소설을 읽는 느낌이다. 우리의 아픈 역사를 들여다 봐야하는 아픔도 있다.각 장마다 시대의 혼돈속에서 고뇌하는 선생의 아픔이 느껴진다.역사를 바라보는 작가의 중립적인 시선도 책에 가치를 더해준다.

 

 피난후에는 부산에서 의료활동과 가난한 이들을 위한 의료보험조합 설립등 하시고,1995년 85세의 연세에 타계한다.60여년의 의료생활에도 불구하고 집 한 채 남기지 않고 평생 가난한 이들을 위해 살다 가셨다.

 

 이 책은 412페이지의 장편에 속하지만,집중하려고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집중이 되는 책이다.나는 이 책을 일요일 오전과 오후 하루 동안에 TV가 켜져있고, 아이들이 떠드는 속에서 다 읽어버렸다.책이 쉽게 쓴것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다가 무섭게 빨려드는 장점이 있다.이 책을 다 읽고도 눈에 눈물이 맺힌다.

 

 감동적인 문구를 적어본다.

*결국 의학이란 수많은"부분"들로 이루어진 하나의"전체"다.

*때로는 어설픈 몇마디 말보다 침묵이 더 위로가 되기다 하니까.

*의사에게 주어지는 최대의 보수는 환자의 치유라고.

*새들은 길을 따라 가는게 아니라 길을 만들고 가는 것이지요.

*가슴속에 교회를 지어야지요.그 어떤 시련에도 무너지지 않는..

*권위란 스스로 세운다고 해서 세워지는 게 아닙니다.다른 사람들이 인정해줄 때 만들어지는 것이다.

*같은 종류의 고난을 겪은 이들은 눈빛만 보아도 서로의 상처를 알아볼 수 있다.

 
*왜 아픈 사람을 일컬어 환자患者라고 하는지 아나? 환患은 (꿰맬관串자와 마음심心)로 이루어져 있다네.상처받은 마음을 꿰매야 한다는 뜻이라고 할 수 있네. 환자란 다친 마음을 어루만져줄 손길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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