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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가 - 개정판
루 안드레아스 살로메 지음, 송영택 옮김 / 문예출판사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사춘기에 끝난줄만 알았던 삶에 대한 고민이 아직도 완성되지 않았나보다. 이 책 역시 제목의 끌림에 의해 다가간 책이다.우리는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가? 종교가 있고 없고에 따라서 그 대답은 완전히 달라진다. 무신론자나, 나처럼 종교에 발만 담가본자...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 봤을 문제다.
이 책은 여자가 봐도 매력적인 외모를 가진 저자 루 안드레아스 살로메의 자전적 소설이다.책의 앞장에 여러장의 사진이 실려 있다.니체를 처음 만났을 무렵의 21세의 루 살로메,루와 이루지 못한 사랑으로 자살한 철학자 파울 레,루를 사랑한 프리드리히 니체,루와 우정관계로 결혼했던 프리드리히 칼 안드레아스 교수,루를 사랑한 라이너 마리아 릴케,루의 스승인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리하르트 바그너의 사진이 실려 있어서 책에 흥미를 잡아 끈다.
주인공 소년쿠노와 소녀야네는 가까이에서 커가면서 어린 시절 종교에 예속된 사랑이 자라난다.쿠노는 소년 시절 하나님에 대한 회의가 찾아오고,대학시절엔 금욕과 쾌락 사이에서 방황한다.그의 쾌락의희생양은 마르게리타라는 여대생이다.
그가 야네를 다시 만났을때 ,야네는 자신이 한 결혼에 대한 당시 사회적인 요구와 자신의 바라는 욕구사이의 불협화음으로 결혼에 대한 회의를 느끼는 시기다.쿠노는 떠나고 야네는 마르헨 이라는 여자아이를 출산하다 죽음에 이른다.
세월이 흘러 쿠노는 자신의 딸 마르헨이 어느 산속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홀로 남겨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그 아이의 올바른 교육을 위해,젊은 날의 실수에 대한 상처의 치유를 위해 마르헨이 곁에서 일생을 보내게 된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내내 야네와 마르게리타,마르헨 중에서 누가 루 살로메의 삶을 대신한 것인지 이해하기가 어려웠다.쿠노와 루돌프는 니체와 파울레를 표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두 부터 헤르만 헷세의 "지와사랑"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종교적인 갈등을 겪는 부분에서는 싯다르타를 읽는 느낌이 들었다.
기독교에 발만 담근 나로써는 종교적인 갈등의 부분에선 조금 이해 하기가 어려웠다.기독교나 카톨릭,불교의 기본지식이 없다면 이 책은 지루한 책이 되겠지만 , 약간의 종교적인 지식이 있으면 무난히 읽을 수 있겠다.
이 책은 루 살로메가 22세에 쓴 철학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22살에 쓴 작품이라고 보기엔 놀라울
따름이다.책의 마지막 부분은 루돌프와 쿠노의 죽음을 받아 들이는 태도,종교관의 대조가 된다.
종교적인 내용이 언급되는 부분에서 이 책을 덮어 버리고 싶었던 충동이 상당히 컸다. 나는 종교적인 부분에서 히에로니무스보쉬의그림"쾌락의 정원"이 표현하는 순환에 동의 하는 입장이기때문이다.
하지만 끝까지 참고 읽은 보람이 상당히 크다.쿠노와 푸돌프의 삶의 마무리 부분에서 어느 쪽의 삶에 공감을 하고 선택을 해야하는가? 하는 문제는 백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그대로 남아 있는 문제인데,22세의 루 살로메가 이 문제를 언급했다는 사실이 그녀가 얼마나 앞서가는 삶을 살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내게 공감으로 다가오는 글들을 몇가지만 적어본다.
*종교적 인간에게서 신앙을 제거해 버린다고 할지라도,그 종교적 감성은 계속 남는다.
*네가 자기 자신을 대상화하여 볼 수 있게 되기 위해서는 네 내부의 두려운 분열이 필요했던 것이다.너는 네 자신에 부딪쳐 분쇄되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
*인생의 즐거움이 크면 클수록,마치 빛과 그림자의 관계처럼 인생에 대한 권태도 거기에 따라 커지는 법이다.
*자유란 것은 각 사람이 제각기의 방법으로 가장 행복하게 느끼고 가장 귀중하게 생각되는 정신 상태란 것..
*내게 있어서 죽음이란 것은 단순한 소멸에 불과합니다....
*그것은 하느님으로부터 하느님에게로의 여로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