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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 감상 2 ㅣ 반경환 문학전집 8
반경환 지음 / 종려나무 / 200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반경환 명시감상1편을 재미있게 잘 소화하신 분은 2편도 즐겁게 읽을 수 있다. 그렇지 못하신 분들은 1편과 똑같은 스타일의 2권에도 재미를 붙이기 어렵겠다.
먼저 반경환님이 설명하는 좋은 시란, 울림이 있는 시를 말한다. 제일급의 시는 에밀레종의 타종 소리처럼 모든 사람의 마음을 사로 잡을 수 있지만, 제삼류의 시는 단일한 의미만 지닌 채 더 이상의 새로운 해석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제일급의 시는 하나의 의미가 자라나면 또 하나의 의미가 자라나고, 우후 죽순과도 같은 의미들의 보고이다.
또한 시적 재능은 그 열정과 결합하지 않으면 아무런 쓸모가 없다. 시는 두뇌나 재능의 문제가 아니라 오직 뜨거운 열정의 문제이다.
자기가 살고 싶은 곳,그 이상세계를 향해서 날아갈 수 없는 새가 파멸하듯이 운명에의 거역,바로 이것만이 진정한 시인의 모습이다. 일상성의 세계는 주체성과 자유가 없는 세계이고,탈일탈성의 세계는 주체성과 자유가 있는 세계이다.
이 책에는 각자 다른 34명의 시가 소개 되어 있다. 그 중 가장 간결한 시로 한 편만 실어 본다.
조오현
아득한 성자
하루라는 오늘
오늘이라는 이 하루에
뜨는 해도 다 보고
지는 해도 다 보았다고
더 이상 더 볼 것 없다고
알 까고 죽는 하루살이 떼
죽을 때가 지났는데도
나는 살아 있지만
그 어느 날 그 하루도 산 것 같지 않고 보면
천년을 산다고 해도
성자는
아득한 하루살이 떼
이 시의 의미를 간략하게 설명하면, 천년 만에 깨우친 성자는 하룻만에 깨우친 성자와 그 법력의 크기가 똑같고,따라서 그 천년이라는 기나긴 시간과 그 어리석음만큼 '아득한 성자'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하루살이 떼는 하룻만에 자기 자신의 삶을 완성하지만,아득한 성자는 천년 만에 자기 자신의 삶을 완성한다.
조오현의 "아득한 성자"는 자비까지 포함된 화엄의 세계이며,시적 화자인 "나"는 소승적인 나가 아닌 대승적인 나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