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 감상 1 반경환 문학전집 8
반경환 지음 / 종려나무 / 200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지인(선생님이 선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으로 부터 선물 받은 시집이다. 시집이라기보다는 수필처럼 너무 두껍게 생겨서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그래서 한동안 책꽂이에 장식만 해 놓고 있었다. 선물한 분에 대한 예의로 읽기 시작하다가 재미가 붙은 책이다. 
 

 난 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홀로서기 같은 이해하기 쉬운 시가 최고라고 생각했다.그냥 쉽게 쓰면 될걸 왜 그렇게 어렵게 쓰나 싶어서,  시는 시인들 끼리만 소통하기 위한 언어라고 생각했다. 시인들은 오만하다고도 생각했다. 동서 커피문학상에 시를 한번 제출해보고 떨어지고 나선 '나는 시에는 재능이 없어. 깨끗하게 포기하자' 각오 한 후로는 시를 더 이상 쓰지 않았다.

 

  이 시집을 접하고나서 부터는 시를 대하는 나의 생각이 바뀌었다. '타인의 시를 접하면서 내가 너무 내 식으로만 시를 이해하는 건 아닌가?'하는 의문을 항상 떨칠수가 없었는데 이번에 그 죄책감을 떨칠 수 있었다. 책의 전반부에 12명의 교수님들의 평이 있다. 그 중에 '발표된 모든 시는 독자의 몫이라서,독자는 시를 자기 안목으로 읽고 감상할 권리와 자유가 있다'라는 유안진 교수님의 글이 인상깊다.

 

 이 시집은 여러 시인의 시 한편에 반경환 시인의 해설이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 동일한 대상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그 대상과 사물은 물론 이 세계와 우주 자체가 새롭게 해석(창조)된다.

*앎은 새로운 관점을 낳고,그 새로운 관점은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신세계를 연출한다.

*시는 침묵의 언어의 소산이긴 하지만,한 줄의 시구 속에 우주 전체가 담겨 있다

*모든 좋은 시는 구체적인 이야기를 갖고 있지만, 소설과 달리,상징적이고 함축적인 기법으로 전개된다. 소설은 모든 것을 드러냄으로써 그 이야기를 풀어나가지만,시는 그 이야기의 내용들을 더욱더 은밀하게 숨김으로써 드러내고,드러냄으로써 숨기는 변증법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또한 시는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한다. 시를 이해할 수 없다면 그것은 시가 어려운게 아니라 자신의 배경지식이 부족함을 한탄할 일이다. 내가 어려운 시를 기피한것은 나의 배경지식이 부족했음을 깨달았다.

 

 이 책은 청소년이 읽기엔 적당치 않다. 시에 대한 설명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많은 삶의 경륜과 배경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려운 시를 기피했던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보면 좋겠다. 시는 경이로움 그 자체라는 깨달음이 생길 것이다.

반경환 선생님의 시를 한 편 올려 달라는 분이 있어서 시 한 편 올립니다. 이 책엔 40명의 시인의 시 한편과 반경환 선생님의 설명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반경환 선생님의 시는 없습니다. 그래서 다른 분의 시를 한 편 올립니다.
 

                                     나비,봄을 짜다

                                         김 종 옥

 

           햇빛이 겹겹이 매어놓은 날줄 속으로 나비 한 마리

        들락날락 하루를 짭니다.

 

        찰그락찰그락 어디선가 베틀 소리 들립니다.

        그가 짜는 능라인지

        화르륵 꽃분홍 철쭉이 핍니다.

        길 끝에서 언덕으로 언덕에서 산으로 오르는

        저 나비,

        연둣빛 북입니다.

 

        팽팽하던 날줄이 툭툭 끊어집니다.

        저 붉은 노을

        그가 토혈을 하고 있습니다.

        그 속으로

        낙타같이 능라를 진 산들이 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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