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기 위한 싸움

오지 않을 잠
그래도 의무적으로 누웠다
오늘 자야 되는 것은 내일에 대한 저축
습관처럼 시간되면 눕고 어느새 잠들고
잠든 시간 동안 내 몸은 휴식이라는 이름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안정을 꾀한다

점점 깊어가는 밤
세상이 잠든 조용함은
여유로운 자유를 부여한다
하지만 이 또한 누릴 수 없는 자
그 모든 것이
적용되는 당연함은 아니다

내일을 위한 집착으로
숙제가 되버린 잠
머리의 평온은 깨지고
쉬이 잠 들지 못한다

자야지
쉬어야지
강박관념은
조금씩 머리 속을 어지럽히고 더 각성시킨다
잠들기 위한 몸부림의 순간도 사념의 연속
밤은 끝까지 내려앉았다
잔잔하게 일렁이는 머리는 하염없다

지기 위한 싸움
이 싸움에서 지는 것만이 잠드는 길
무조건 이겨야만 사는 세상에서
이 얼마나 맘 편한 싸움인가
그런데 힘이 들어가는 이유
이기든 지든
승패는 역시 스트레스다

생각의 꼬리를
자르려고 애써 돌리려고
노력하지 않는 것
그저, 잠들지 못하는 시간
그냥 앉아서 이 끈을 잡고 있다 보면
언젠가 지치겠지

잠 못 드는 밤
생각의 꼬리를 잡고
차라리 이리저리 할퀴고 물고 뜯자
잠과 밀당하는 동안
이 글이 끝나면 알까
누군가는 지겠지

잠과의 사투에서 승리란
내가 실패해야 잘 수 있다
여기선 지는 것이 살 길이다
지기 위한 싸움
지는 순간이 평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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