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 김시식지(김始殖池)

ㅡ우리나라 최초 김 양식의 시작
광양 김시식지

목적지 여수를 향해 자동차 바퀴는 열심히 굴러갔다.
올여름 휴가는 무조건 ‘당일치기‘
아직 끝나지 않은 코로나 여파도 있지만 아이들의 방학이 들쑥날쑥이다.
일정도 일정이고 여러가지 이유가 겹쳐 무리하지 않고 최선의 방법은 2시간 남짓 ‘당일치기‘가 가능한 곳을 찾아 조용히 다녀오는 것이었다.

여수 밤바다가 보고 싶었다.
충동적이지만 떠났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라고 이제는 여행을 떠날 때 계획이란 걸 세우지 않는다.
뭐, 귀찮은건 기본이고 계획 잡으며 이래저래 검색하고 하는 것은 예전에 할만큼 했다고 말하고 싶다. 10년의 가족여행 장기 프로젝트가 끝난지 몇 년이 지났다. 이제 여행은 무작정 떠나고 가면서 알아보는 식이다. 지나가다 궁금하면 방향을 트는 과감한 여유는 이미 오래전 초월한지라 시간에 쫓기는 여행은 멀어진지 오래다.

광양을 거쳐 여수로 향하던 도중 우연히 ‘이정표‘에 적힌 ‘김시식지‘라는 표지를 보았다. 김서식지도 아니고 김시식지...
궁금해 핸들을 돌렸다.

광양 ‘김 시식지‘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을 김을 양식한 김여익을 기리기 위해서 세운 자그마한 김에 대한 역사관이다.
지금은 낯설지만 과거 광양은 김을 양식하며 생계를 이었다고 한다. 그런 광양의 지금은 광양 제철소가 광양을 먹여 살리고 있다.

과거의 김이 먹여 살린 광양과 현재의 광양 제철소의 ‘쇠‘가 먹여 살리는 광양은 아이러니하게도 金으로 먹고 산다 .

아주 작은 역사관,
그냥 지나치면 모르고 넘어갈 수 있는 곳에서 ‘하루 인연‘을 만났다.
꼭꼭 숨어있는 공간에서 이야기를 들려주신 문화 해설자님, 호기심에 잠시 들리고자 내린 곳에서 만난 소중한 시간이었다.
책에서 읽을 수 없는 많은 이야기들은 너무나 흥미로웠고 많은 질문이 오가면서 ‘광양‘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듣고 말았다. 이미 ‘여수‘는 머리 속에서 사라졌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듣다보니 어느새 해설자님의 열정이 이것저것, 구석구석 모든 것을 보여주고 들려주고 계셨다. 별 것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저 가볍게 들리고자 한 곳에서 너무나 많은 것을 접하고 깨닫게 되었다.

오늘 또 한번의 소중한 ‘하루 인연‘에서 시작된 이야기
‘각성‘은 계획에 따라 일어나는게 아니라고 하더니 정말 뜻하지 않는 시간과 공간에서 일어났다.

오래전 구미 답사에서 웃으면서 들었던 이야기

넓은 바다에 사는 거북이
바같세상을 보러 나오려다
바다에 둥실 떠 다니던 구멍 뚫린 널판지에
목이 끼여 세상을 볼 확률로 만난다는
‘하루 인연‘

이 ‘하루 인연‘은 어찌보면 참으로 귀한 인연이다. 그리고 선택받은 인연이다.
드문 확률에서 만들 수 있는 최선의 인연이 하루 인연인 것이다. 그런 인연으로 시작된 동행은 매시간 꽉찬 열정으로 한 여름의 강렬한 태양보다 더 뜨거운 시간이었다.

아주 작은 역사관에서 만난 ‘하루 인연‘의 소중한 시간은 살면서 또 한 번의 깨달음을 던져준다. 나와 관계 지어진 세상 모든 것들의 인연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항상 뜻하지 않는 곳에서 찾아오는 뜻밖의 즐거움은 더 행복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배움의 기쁨은 그 여운이 길기도 하다.

깊이깊이 새겨진 기억은 나를 문득문득 행복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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