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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만든 공간 - 새로운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0년 4월
평점 :
새로운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화합하려는 마음에서 모든 것은 비롯된다.‘
저자가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이다.
역사 속에서 인간은 수많은 갈등과 충돌에서 새로운 생각들이 만들어지고 문제점을 해결해 왔다. 여기서 새로운 생각은 갈등과 충돌을 화합하려는 마음이 있을 때, 갈등을 화합으로 이끌고자 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4차 산업혁명이란 모든 인간과 모든 기계가 하나의 언어로 통합되는 시대를 말한다.˝
이처럼 하나의 소프트웨어 언어로 통합되면 모든 기계가 서로 소통하고 전 세계의 언어 장벽이 무너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인간과 기계, 가상공간과 현실 공간의 경계도 무너지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 의 개념도 달라 진다. 점점 다양성이 사라지고 서로 비슷한 문화가 형성되는 지금의 획일화된 공간을 보면 머지않아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건축물은 그 시대를 담는 그릇이라고 했다.˝
그의 전작들이 각각 저마다의 이야기로 차곡차곡 쌓여진 책이었다면, <공간이 만든 공간>은 저마다의 이야기로 올라간 건물을 길게 자른 단면도 같은 책이라고 말한다. 시간의 흐름에따라 생각이나 문화가 어떻게 변하고 진화했는지, 문화와 사람의 생각이 담긴 공간을 여기저기 찔러 보며 탐구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여기저기 제각기 다른 모양과 크기, 거리에 놓여진 징검다리처럼 생각의 징검다리를 건너가길 희망한다고..
작가의 여는 글이다.
책의 시작은 역사적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그 공간에서의 건축물과 문화를 이해하면서 펼쳐진다. 그리고 역사적 사건과 그 시대를 대표하는 건축가의 이야기 속에는 건축의 진화과정을 볼 수도 있다.
동서양 두 문화권은 건축 공간을 대하는 것에도 달랐다. 서로 다른 사고방식의 차이는 강수량에 의해 농사를 짓는 방식에서 생겨났으며, 이런 이유로 건축물도 서로 차이가 났다. 그리고 서서히 서양의 ‘벽 중심‘의 건축물이 동양의 ‘공간‘중심의 건축물과 만나 새로운 건축물로 재창조되는 이야기도 만난다.
서양과 동양의 문화적 차이를 만든 것은 각각의 사고방식에서 오는 것이다. ‘절대성‘과 ‘수학‘은 서양 문화의 키워드다. 수학을 바탕으로 한 그들의 철학과 기독교는 절대적인 진리의 세계관을 낳았다. 그리고 그곳에 이르는 길은 이성과 논리에 바탕을 둔 것이었다.
반면에 동양의 키워드는 ‘관계‘, ‘비움‘이다.
그리고 동양의 가치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중용>은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지나치거나 미치지 못하는 일이 없게 하는 것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는다. 동양의 상대적인 가치와 관계를 중시했음을 ‘선‘은 주변의 상황과 관계에 따라서 유연성있는 선의 개념으로 절대적이지 않다. 공동체에서 튀지 않게 행동하는 것은 ‘우리 사회는 뛰어나지만 튀는 것‘보다는 ‘무능하더라도 무난한 것‘을 좋게 보는 사회‘다.요즘에도 이 덕목은 최고로 내세운다. 하지만 관계 중심의 사회에서 ‘튀는 것‘은 반대로 제거 대상이 되는 위험이 있다.
상대적 가치관 외에도 ‘비움‘의 덕목은 가능성의 상태로 해석될 수 있으며, 언제나 생성하고 소멸하는 생명의 원리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래서 동양에서의 비움은 부정적이기 보다 새로운 창조의 준비라는 의미가 더 크다고 말한다.
개미 같은 동양, 벌 같은 서양
집단 서식으로 강한 사회성을 띠며 여왕을 중심으로 계층이 나누어져 있고 조직적인 사회성을 띠는 대표적인 곤충이 개미와 벌이다.
이들 곤충의 집를 살펴보면 인간 건축의 동서양 차이와 비슷한 특징을 보여 준다고 한다. 벌집은 서양의 공간처럼 기하학적인 형태, 벌집 모양이라고 불리는 6각형 모듈러구조를 띠고 있다. 6각형의 구조적 안정성과 벌이 살기에 공간 손실이 적은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육각형으로 만드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벌은 원초적으로 원형의 방을 만든다. 하지만 원형은 벌이 방을 만들어 합쳐질 때마다 밀리고 중력에 의해 눌리게 되면서 6각형의 모양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반면에 개미의 집은 복잡한 미로 같은 형태를 띤다. 마치 관계의 회로망을 보는 듯, 개미의 집은 외부 형태는 중요하지 않고 내부 방끼리의 관계가 더 중요한 건축이다.
동양의 공간을 닮아 가는 서양의 공간
동서양 공간의 이종 교배가 일어났으며 이는 세대를 건너면서
가상공간의 확장과 발전을 이루어냈다. 이는 현실 공간에 영향을 미쳐 공간의 의미도 바꾸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는 공간을 소유하는 대신 소비하면서 나를 표현한다고 한다. 그들이 소유할 수 있는 것은 인터넷 가상공간 안에 있는 내 SNS공간뿐이다.
이 공간은 내가 찍은 사진과 글만 있으면 구축할 수 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모든게 가능해진다. 그리고 내가 경험한 것들로 채워진 사진들은 ‘디지털 벽돌‘이 된다. 그래서 이 벽을 넘기위해 색다른 경험과 인증샷을 남기려고 애쓴다. 사진이 중요해지다 보니 독특한 인테리어가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공간은 계속해서 다른 공간을 만들어 왔다. 다음 단계로 진화할 때마다 많은 희생을 바탕으로 지혜와 노력으로 발전하여 왔다. 다가올 변화를 걱정하기보다는 새롭게 펼쳐질 세상을 기대하라는 희망적인 메세지를 남기고 책은 마무리 된다.
책을 읽다가 웃픈 이야기 하나
을지로에는 <해리포터>에 나오는 호그와트 마법 학교 입학자들만 아는 ‘런던 킹스크로스9와 4분의 3플랫폼‘처럼 비밀 공간이 숨어 있다고 한다.
그곳에 있지만 다른 차원에 존재하듯 자리하고 있어, 이곳은 간판도 없다. 인터넷 가상공간상에서 정보를 얻은 사람만이 찾아 갈 수 있는 공간이다. 하나 더 이런 가게들은 높은 층에 존재하는데 중요한 것은 엘리베이터가 없다는 것이다. 물관리 차원에서 튼튼한 무릎이 있는 사람만이 찾아 갈 수 있다.
숨은 현실 공간들 찾기
한 공간에 있어도 세대별 누리고 있는 공간의 차원이 달라지는 씁쓸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