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던져준 숙제


바이러스는 흔적을 남기지만 때가되면 지나간다. 근데, 바이러스가 지나간 곳에 남은 관계들은 어떻게 유지할까.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다.

외부차단,
입국금지라는 문을 닫는 일차원적인 해결책은 불안이라는 나약함에서 내려진 가장 쉬운 답일지 모른다. 단순한 해결책은 결코 옳은것이 아니라고 본다. 최전선에서 뛰고 있는 이들은 틀리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우리들은 동요하지 않고 차분히 지켜보는 것도 답이 될 수도 있다. 어차피 바이러스와 티격태격 살아가야 된다면 불안이 답이 아니라 극복이다. 바이러스 퇴치가 결코 쉬운게 아니니 말이다.
많은 변수가 서로 영향을 끼치고 불규칙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관계에선 단순한 인과분석보다는 다원적인 접근법과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오랜시간동안 인간과 질병과의 관계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역사 <전염병의 세계사> 요근래 읽고 있는 책이다. 도심의 높은 인구밀도는 숙주간의 전파를 용이하게 하고 바이러스의 생존을 높이는 결과를 낳는다. 이미 살기좋은 환경을 만들어 놓았던 것이다. 이 살기 좋은 곳을 쉽게 떠날이는 별루 없다. 바이러스 또한 마찬가지. 같이 살아가야 한다면 서로의 관계를 깨지 않으면서 유지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컨택트>라는 SF영화에서 정체불명의 외계생명체와의 만남에서 언어학자가 등장한다.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면서 그들의 사고방식으로 조금씩 소통해나가는 시간은 지루할 만큼 시간을 끈다.
소통의 덫, 낯선 존재와의 조우는 시간이 지나야 당혹감도 불안도 줄어든다.
외계정체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의 막연한 불안감은 혼란으로 이어진다. 그동안 내재되어 있던 두려움이라는 편견에 대한 표출은 아닐지.

이 시기를 어떻게 극복할지는 국가차원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다.
국가차원에서 제도적으로 체계적인 관리는 물론이지만 개인의 위생개념과 공공장소의 에티켓은 일상적인 것이다. 또한, 불안을 이용한 선동에서 동요하면 안될 것이다. 당분간은 확산을 막는 최소한의 행동도 개인이 해야 할 일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정보는 기저질환 환자나 노약자들에게 치명적이 될수도 있다는 코로나바이러스, 이 신종 바이러스와 우리는 이미 낯선 만남을 통해 많은 정보를 공유했다.

‘‘이 또한 지나가리‘‘
지나간 자리가 덜 아푸게 서로를 향한 깊은 상처는 내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온갖 비난과 혐오성 발언으로 보이지 않는 수많은 희생과 노력이 가려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나의 답답함이 누군가에게 쏟아지면서 상처를 내지 말아야 한다.
비종교인이지만, 책을 읽으며 나에게 기도한다.

때아닌 자유, 멈추고 싶어도 쉴 수 없었던 시간들에서 낯선 코로나의 기습은 자의적으로 스스로에게 휴가를 주는 계기를 만들었다.
심란한 시국이지만 갠적으로 책과 함께하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어 좋은면도 있다. 그동안 돌보지 않았던 집안 구석구석에서 나를 찾는 손길도 보내고 있다.
무엇보다 끊임없는 잔소리는 집안이 시끌시끌하다.
따뜻한 집안에서 옹기종기 아웅다웅 보내는 시간이 사람사는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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