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신저스(Passengers)
2016 년, 감독 모튼 틸팀
승무원 258명, 승객 5000명을 태운 우주 수송선 아발론 호는 새로운 식민 행성, 홈스테드2의 새로운 삶을 위하여 아주 오랜 여행을 시작했다. 무려 120년의 여행 후 도착 할 목적지에서 만들어 갈 그들의 새로운 모험이 시작 된 것이다. 지구에서의 삶을 포기하고 동면 상태로 120년간의 우주 여행, 그리고 맞이할 새로운 행성에서의 새로운 삶은 두려움보다는 희망에 찬 모험의 기대가 컸을 것이다. 호화스런 우주 수송선에 탑승한 승객들 또한 다양한 직업군과 그들만의 사연을 지녔을 것이다. 그리고 이 장거리 우주 여행을 가능하게 한 비용 지불 능력에 따라 동면 상태에서 깨어나면 주어지는 기내 환경은 비행기의 비지니스석과 마찬가지로 그들만의 특권이 부여된다.
이렇게 꿈에 부풀어 긴 여행길에 오른 그들은 외부의 어떠한 상태도 인지하지 못한 채 동면 상태로 목적지까지 도착하는 것이다. 하지만 늘 복병은 생기기 마련이다. 이들의 여행도 예상치 못한 운석 충돌로 인해 피해를 입고, 정말 운 나쁘게도 5000분의 1의 확률에서 불행을 쥐고 강제로 동면 해제를 맞이해야 하는 이가 생긴다. 목적지까지 90년을 두고 깨어난 엔지니어 짐 프레스턴이다. 더 나은 제 2의 삶을 위해 지구보다는 새롭게 시작하는 식민 행성에서 자기의 역활이 더 클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동면을 선택했다. 하지만 그에게 닥친 운명은 목적지를 향하는 조용한 수송선에서의 삶이었다. 외로운 1년의 시간을 절망적으로 보내면서 죽음을 생각한다. 그리고 죽음 앞에서 그의 눈에 들어온 동면 상태의 한 여자, 오로라를 보게 된다. 작가인 그녀의 프로필과 잠든 그녀의 작품을 읽으면서 어느새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그러면서 그녀를 깨우고 싶은 욕망은 결국 그녀를 깨우게 된다. 원치 않은 동면 해제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던 그녀는 그와 사랑하는 관계에 놓이게 되지만, 행복감도 잠시 자신이 짐 프레스턴에게 강제 동면 해제 된 것을 알고 그를 죽도록 원망하게 된다.
그가 생각한 목적지와 이미 틀어져 혼란스러울 때, 둘이라는 점은 큰 의지가 되었다. 하지만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내 인생을 송두리째 앗아간 그에게 오로라의 배신감과 증오감은 극에 달한다. 하지만 이미 그들은 동반자다. 그들 앞에 놓인 위기는 배신감 이전에 ‘운명‘일지도 모른다. 정말 운 없는 남자와 그녀를 사랑한다는 명분으로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이게 한, 용서하고 싶지 않은 남자는 위기에 빠진 수송선을 수리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희생한다. 그로인해 그녀와 5000명 이상의 승객들은 안전하게 목적지를 향할 수 있다. 그가 없으면 혼자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그녀 또한 그의 목숨을 살린다.
영화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그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틀어진 삶이 결코 잘못된 길의 여행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기에 닥친 수송선, 침몰하는 수송선의 수많은 승객들을 위해 그들의 운명은, 다시 인정하며 주어진 삶을 살아야 했다. 그리고 긴 여행의 목적지까지 같이 가야 하는 운명 공동체였다. 비록 목적지에 도착하면 그들은 없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남아 있을 것이다. 수많은 이야기가 목적지에 도착한 그들에게 전해질 것이다. 자신들이 타고 왔던 수송선의 파란만장한 시간을 알 게 될 것이다. 기나긴 여행 길에서 만난 행성들의 아름다움과 수송선 안에서의 많은 시간들을 경험할 것이다. 그들이 지구에서 처음 올랐던 수송선은 전혀 달라진 상태로 그들에게 다가 올 것이다.
영화 마지막 구절
˝ 다른 곳만을 너무 바라보면 지금 주어진 걸 누릴 수 없다.
우린 우주의 미아 같은 존재였조, 하지만 그를 만나 새로운 삶을 찾았어요. 함께 만들어가는 아름다운 삶을...˝
120년 뒤의 새로운 삶을 위해 떠났던 그들은 희망적인 미래를 기대하면서 동면에 들어갔을 것이다. 나에게 120년 뒤 새로운 삶을 위해 동면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하지만 나의 소심함은 지구에 남을 것이다. 오로라의 친구의 말처럼 꼭 대단한 삶이 아니어도 괜찮다. 지금 내 앞의 있는 시간을 뒤로하고 지구를 떠날 수 있는 용기도 없지만, 지금 이들과 함께하는 시간도 나에게는 아름다운 삶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 나오는 억세게 운 나쁜 남자와 의지와 상관없이 선택된 삶에 놓인 여자는 어찌보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이들의 삶일지도 모른다.
‘왜 하필 나일까‘라는 운명의 저주에 한숨 짓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이 참, 예측 불허의 스펙터클한 시간이기 때문일지도.
<코스모스> 칼 세이건의 말이 생각나는 영화
˝ 인류는 지구 바같으로 나가서 우주를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우리는 한 점 티끌 위에 살고 있고 그 티끌은 그저 그렇고 그런 별의 주변을 돌며 또 그 별은 보잘 것 없는 어느 은하의 외진 한 귀퉁이에 틀어박혀 있음을 알게 됐다. 우리의 존재가 무한한 공간 속의 한 점이라면 흐르는 시간 속에서도 찰나의 순간밖에 차지하지 못한다.˝
칼세이건의 말처럼 영겹의 시간들은 과거에도 미래에도 영원히 존재할 것이다. 그 속에서 찰나의 삶을 살고 있는 우리의 삶에 대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영화가 말 해주는 것 같다. 먼 곳만 바라 보면서 내 눈 앞에 놓인 중요한 것을 잃어버리고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희망적인 새로운 삶이 결코 이상적인 곳을 향하는 것만이 아니라고. 내가 생각하는 가치있는 삶과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은 마음먹기 나름이다.
나의 아름다운 삶을 위해 ...
내가 SF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스펙터클한 스케일도 있지만 나의 현실을 직시하고 자각시켜 준다는 점이다. 가끔 나에게 철학이 필요할 때 그 철학적 사고를 약간이나마 경험하게 한다는 것이다. 다가올 미래에 대한 희망도 절망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점이다. 역사적으로 별 다르지 않은 사람들의 삶을 생각하면, 지금 우리들의 삶도 비슷하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