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나무를 찾아서 - 숲속의 우드 와이드 웹
수잔 시마드 지음, 김다히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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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년 전 아바타라는 영화가 처음 나왔을 때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이 바로 한 종족의 근간이자 뿌리이자 기둥이자 구심점 그 자체인 영롱한 나무였다. 머리칼 끝에서 마치 촉수가 뻗어나오듯 나무와 연결된 나비족은 그 하나의 구심점을 통해 모두와 연결되고 모두와 소통을 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 당시에는 매혹적인 영상미와 처음 느껴보는 3D 영화의 시각적 아름다움에 매료되었다고 생각했는데, 가끔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장면이 인상깊은 이유는 어머니와 같은 나무를 통해 모든 생명체가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했던 컨셉 그 자체에 매료되었었다고 느껴지곤 했다.

이 책은, 놀랍게도 소설이 아니다. 아바타와 같은 판타지 픽션이 아닌 지극히 과학적인 연구 결과와 과학자의 경험의 산물이다. 울창한 숲속엔 그들 중에서 어머니의 역할을 하는 나무가 있고, 땅속 뿌리와 진균의 줄기를 통해 하나의 거대한 그물이 형성되어 있으며, 무려 그 네트워크를 통해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은 아바타가 환상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책을 읽어가며 중간중간 나오는 어머니 나무, 혹은 할머니 나무의 사진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건 단순히 나무 한그루가 아님을 단번에 느낄 수 있다. 그 숲의 대표이자 나무들의 조상이며 그 품에서 한 인간의 마음도 성장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장엄함이 느껴진다. 언젠가 한 번쯤 대자연이 있는 곳으로 가서 어머니 나무를 바라보며 온전히 자연의 품에서 대화를 해 보는 경험을 꼭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내 발 아래엔 진균의 줄기가 연결되어 있지 않을지언정, 어머니 나무를 휩싸고 도는 그 공기의 숨결을 통해 숲속의 역사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 이것은 지구상에 실재하는 판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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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저글링
김영안 지음 / 새빛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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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란 무엇일까. 행복하게 사는게 삶의 목표인데, 그 행복이 무엇인지 어떻게 정의하고 어떻게 지켜나갈 수 있을지 평생을 통한 고민과 숙제가 될 것 같다. 이 책은 우리가 행복하기 위해 꼭 살펴야 할 다섯 가지 큰 범주인 일, 돈, 관계, 건강, 자아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 행복이나 사랑과 같이 우리가 언제나 갈구하지만 그 실체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것들을 하나씩 구체화하다 보면 언젠간 그 목표에 다다를 수 있지 않을까.

일을 통해 행복을 얻는다는건 꽤나 모순적인 이야기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실 우리의 삶에서 일이 차지하는 시간이 굉장히 길기 때문에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일을 한다는 것이 행복의 큰 요소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면 최소한 그 일을 할 때 행복함을 느끼게라도 할 수 있어야 행복한 삶을 산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한 나의 자세와 마음가짐 혹은 그럴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 점인지 다시 한 번 상기시켜준다.

행복한 내가 되기 위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건강이다. 아무리 좋은 직업을 가진들, 아무리 돈이 많고 친구가 많아도, 내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든 건강상태라면 무슨 소용이랴. 건강에 대한 설명에서 눈길을 확 사로잡은 문구가 있었다. '건강하게 산다는 건 일관성 있게 산다는 것이다'. 루틴을 지키면서 일관성있게 살아가기 위해 가장 우선되어야 하는 것이 건강일 줄이야. 하긴 우리가 아플 때면 일상의 모든 것들이 일시정지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회사도 나가지 못하고 밥먹을 기력도 없어 꼼짝않고 누워있다 보면 기분도 처지고 모든 것을 잃는 기분을 느끼게 되니, 매일매일 지루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지금이 행복한 때라고 인지하지 못하는 것도 건강한 자의 욕심이 아닌가 싶다.

일상이 지루하고 권태를 느낄 때마다 꺼내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행복저글링 #김영안 #새빛 #컬처블룸 #컬처블룸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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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를 담아 씁니다 - 오늘의 향기를 만드는 조향사의 어제의 기억들
김혜은 지음 / 시공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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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를 창조해 내는 조향사의 에세이에서 미지의 영역을 대하는 나의 자세를 돌이켜 본다.
인간이 아무리 오래 산다 한들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알고 살 수는 없다. 새로운 영역을 발견하고 알아가는 것은 우리가 살아있는 한 계속되는 일일 것이다. 나에게도 그러하듯, 향수와 향기의 세계는 다소 미지의 영역이다. 어릴 적 엄마 화장대에서 향수를 처음 접하기 시작하여 조금 커서는 올리브영에 혼자 들어가 이 향수 저 향수 뿌려보기도 했으며 가끔 고급 향수를 생일선물로 받기도 하지만 여전히 나는 향수에 대해 잘 모른다. 그것 뿐이랴, 내가 좋아하는 향수 브랜드가 무엇인지, 나는 어떤 분위기의 향을 좋아하는지조차 아직 모른다. 언젠가 항상 알아보고 싶었지만 왜 그다지도 향수의 세계를 탐험하기가 어려웠을지, 이 책을 보면서 조금씩 그 이유를 발견하게 되었다.

우선, 나 말고도 향수 브랜드 가게에 발걸음을 하기 어려운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왜인지 향수 가게는 마치 명품 브랜드 매장처럼 마음을 먹고 찾아가야 할 것 같은 느낌이 있다. 들어가서 뭘 물어봐야 할지도 모르겠고 시향을 해보려고 해도 왠지 눈치가 보이는 그런 상황. 시향 몇 번 하고 직원과 대화라도 나눴다간 미니어처 하나라도 사서 나와야 하는건 아닌가 싶은 부담감까지 몰려든다. 사실 옷가게에 들어가 몇 벌을 시착해본들 나의 스타일이 아니거나 어딘가 사이즈가 맞지 않으면 당연히 사지 않고 나와도 되는 것인데 왜 그렇게 향수 가게는 발걸음이 어려웠던걸까. 나만이 그런 느낌을 느끼는건 아니라는 사실에서 한 번, 그리고 조향사인 작가의 말처럼 시향을 부담스러워 할 필요가 전혀 없으며, 직원들도 시향하러 들어오는 사람들이 일단은 구매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두 번 위로를 받는다.

에피소드 한 편이 끝날 때마다 향수를 하나씩 소개하고 있다. 해당 에피소드에서 언급한 향수인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어 보였다. 문득, 내가 좋아하는 향수와 가장 비슷한 느낌의 다른 브랜드 향수도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탑노트, 미들노트, 베이스노트의 조합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물론 향알못인 내가 각 노트별 설명만 보고 그 향을 유추해 낼 정도의 능력은 당연히 없지만, 왠지 마음에 끌리는 조합 몇 개를 찍어 두었다. 향수 가게에 발걸음하기 어려웠던 내가 이 조합 몇 개를 들고 '이거 시향해 보고 싶어요' 하며 들어가 볼 수 있게 컨닝페이퍼를 확보한 셈이다. 시향 투어를 어느 정도 하면 향수 만들기 체험 공방에도 가봐야지. 향수에 대한 나의 문턱을 한껏 낮추어 준 이 책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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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세 번, 동네문화센터에 놀러 갑니다
정경아 지음 / 세미콜론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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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나의 장래희망을 먼저 실천하신 분의 책이 있다고 하여 즐거운 마음으로 읽게 되었다. 내 나이 아직 매우 파릇하고 젊지만 언젠가는 이렇게 평생 즐거운 배움을 실천하며 살겠다 생각했는데 그 길을 먼저 걸어가신 분이 얼마나 행복하고 유쾌한 삶을 사셨을 지 궁금하고 기대도 되었다.

구청에서 동네 주민들을 위한 저렴한 강좌를 진행하는 경우가 참 많다. 나 역시 종종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다양한 강의를 들어본 적이 있다. 가격은 매우 저렴하지만 그 퀄리티나 강사님의 경력은 전혀 저렴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놀라는 경우도 꽤 있고, 이런 강의를 이렇게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다는 생각에 더욱 자주 다양한 분야를 접해 봐야지 하고 다짐하곤 한다. 딱 이러한 나의 마음가짐으로 즐거운 노년을 보내고 계시는 멋진 어르신의 삶의 자세에서 본받을 만한 점이 많이 있었다.

첫째로, '느리게 가는 것을 두려워 말고, 오직 중단하는 것을 두려워하라'는 말씀이다. 국영수에 집중했던 영혼들이 예체능으로 개종한 듯 미술과 건축과 음악과 춤에 빠져, 한 번 뿐인 인생을 너무 좁게 살아왔던 지난날에서 벗어나고 계신다는 대목이, 그래서 더욱 다양하고 많은 것을 배우며 살아간다는 말씀이 정말 감명깊었다. 인생엔 별 의미가 있는게 아니고 더더욱이나 나는 그다지 특별한 존재가 아닌데 특별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살기에 외롭고 괴롭다는 표현은 젊음을 살고 있는 나에게 한번 쯤 생각을 하게끔 만들어주셨다.

둘째로, 한 생애의 세 번째 30년을 살고있다는 표현이 깊이 남는다. 뭐든지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더 이상 우리는 평생직장이나 평생과업같은 말을 지키고 살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 때로는 잦은 변덕에 뭔가를 하나 진득하게 하지 못하는 내 모습이 한심하고 하찮게 보일 때가 있는데, 이 분은 생애의 세 번째 챕터를 살고계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다들 생각하는 챕터의 길이가 다를 수 있을 테니, 나의 삶의 챕터는 어디에서 시작하고 어디에서 끝맺으며 다음 챕터를 준비하면 될지, 내 삶을 바라보는 내 시각을 어떻게 설정해 볼 수 있을지 다양한 생각을 하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결국 한 번 사는 인생이고 그 삶의 주인은 나니까. 동네 문화센터에서 배움을 지속하듯, 내 삶에서 다양한 배움의 포인트들을 찾아가고 만들어가는 인생이 되어야 겠다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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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영어명언 필사 200 - 챗GPT 인공지능이 엄선한
챗GPT.Mike Hwang 지음 / 마이클리시(Miklish)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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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나만 아직 따라잡지 못한 듯한 AI의 시대에 살고 있다. 많은 분야에 도움을 주는 것을 넘어서 주체적인 존재가 되어버린 AI가 드디어 책을 쓰는 경우도 생기고 있단다. 영어 명언 필사라는 컨텐츠를 담은 책이지만 나는 이 책이 보여주는 명언의 내용보다 첫 장의 머릿글에서 더 큰 감명을 받았다.

챗GPT로 7일 만에 집필.
책의 구성이나 내용을 편집하는 것은 아직도 인간의 영역이지만 (사실 알 수 없지 않은가, 이 책이 나온지 며칠 혹은 몇 달이 지난 현재에는 편집조차도 인간보다 더욱 깔끔하게 해 낼지 말이다) 이 책을 집필하는데 있어 내용을 만들고 구성하는 데에 일주일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 챗GPT가 어마어마한 '일'을 분담해서 처리했기 때문이라는 말이지 않은가. 책을 낸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업적이라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뒷통수를 한 대 크게 맞은 느낌이 들었다. 앞으로는 AI보다는 나은 사람이 되는걸, 혹은 AI는 하지 못할 '인간으로서' 할 일을 나는 얼마나 해 나가며 살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하는게 아닐까.

챗GPT와 저자가 뽑은 명언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다시 한번 내가 앞서 생각한 내용들을 상기하게 되었다. 과연 내 인생에서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내가 이렇게 노력하는 이유는 뭘까, 이 모든 것들을 단지 말하는 것을 그만두고 행동에 옮겨야 할텐데. 명언을 곱씹으면서도 AI의 세상에 살게 될 나의 마음가짐과 할 일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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