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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를 담아 씁니다 - 오늘의 향기를 만드는 조향사의 어제의 기억들
김혜은 지음 / 시공사 / 2023년 11월
평점 :
향기를 창조해 내는 조향사의 에세이에서 미지의 영역을 대하는 나의 자세를 돌이켜 본다.
인간이 아무리 오래 산다 한들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알고 살 수는 없다. 새로운 영역을 발견하고 알아가는 것은 우리가 살아있는 한 계속되는 일일 것이다. 나에게도 그러하듯, 향수와 향기의 세계는 다소 미지의 영역이다. 어릴 적 엄마 화장대에서 향수를 처음 접하기 시작하여 조금 커서는 올리브영에 혼자 들어가 이 향수 저 향수 뿌려보기도 했으며 가끔 고급 향수를 생일선물로 받기도 하지만 여전히 나는 향수에 대해 잘 모른다. 그것 뿐이랴, 내가 좋아하는 향수 브랜드가 무엇인지, 나는 어떤 분위기의 향을 좋아하는지조차 아직 모른다. 언젠가 항상 알아보고 싶었지만 왜 그다지도 향수의 세계를 탐험하기가 어려웠을지, 이 책을 보면서 조금씩 그 이유를 발견하게 되었다.
우선, 나 말고도 향수 브랜드 가게에 발걸음을 하기 어려운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왜인지 향수 가게는 마치 명품 브랜드 매장처럼 마음을 먹고 찾아가야 할 것 같은 느낌이 있다. 들어가서 뭘 물어봐야 할지도 모르겠고 시향을 해보려고 해도 왠지 눈치가 보이는 그런 상황. 시향 몇 번 하고 직원과 대화라도 나눴다간 미니어처 하나라도 사서 나와야 하는건 아닌가 싶은 부담감까지 몰려든다. 사실 옷가게에 들어가 몇 벌을 시착해본들 나의 스타일이 아니거나 어딘가 사이즈가 맞지 않으면 당연히 사지 않고 나와도 되는 것인데 왜 그렇게 향수 가게는 발걸음이 어려웠던걸까. 나만이 그런 느낌을 느끼는건 아니라는 사실에서 한 번, 그리고 조향사인 작가의 말처럼 시향을 부담스러워 할 필요가 전혀 없으며, 직원들도 시향하러 들어오는 사람들이 일단은 구매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두 번 위로를 받는다.
에피소드 한 편이 끝날 때마다 향수를 하나씩 소개하고 있다. 해당 에피소드에서 언급한 향수인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어 보였다. 문득, 내가 좋아하는 향수와 가장 비슷한 느낌의 다른 브랜드 향수도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탑노트, 미들노트, 베이스노트의 조합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물론 향알못인 내가 각 노트별 설명만 보고 그 향을 유추해 낼 정도의 능력은 당연히 없지만, 왠지 마음에 끌리는 조합 몇 개를 찍어 두었다. 향수 가게에 발걸음하기 어려웠던 내가 이 조합 몇 개를 들고 '이거 시향해 보고 싶어요' 하며 들어가 볼 수 있게 컨닝페이퍼를 확보한 셈이다. 시향 투어를 어느 정도 하면 향수 만들기 체험 공방에도 가봐야지. 향수에 대한 나의 문턱을 한껏 낮추어 준 이 책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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