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어렵지 않아요

똑같은 빨강은 없다 - 교과서에 다 담지 못한 미술 이야기 ㅣ 창비청소년문고 32
김경서 지음 / 창비 / 2018년 10월

미술이 어려운 이유가 무엇일까? 무엇을 나타내는지 눈에 확연히 보이는 정물화나 초상화, 풍경화는 한눈에 이해가 쉽지만 추상미술을 포함한 현대미술은 작가의 의도가 아리송한 작품이 많다. 이 책은 작품이 아닌 것 같거나 눈쌀을 찌푸리게 하거나 너무 어려운 작품에 다가가는 방법을 알려준다.

미술이 쉽게 느껴지려면 먼저 경험해야 한다. 어떤 대상을 보고 아름답고 예쁘다고 생각되는 것이 미술을 경험하는 첫 번째이다. 그리고 나면 경험한 아름다움을 표현해야 한다. 다양한 재료와 각양 각색의 표현 방법을 통해 프레임 속에 있는 것만이 작품이라는 틀을 깨도록 도와준다. 마지막으로 미술작품을 읽는 방법에 대해 알려준다. 미술 작품의 배경, 작가의 의도를 찾아보며 작품을 여러 시각에서 볼 수 있는 눈을 키운다.

<똑같은 빨강은 없다>라는 제목과 무수히 많은 빨강 점의 표지가 눈에 띄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예전에 식물원에서 나뭇잎을 촬영하다가 빛의 세기에 따라 같은 잎의 색이 다르게 찍히는 것을 보고 우리가 정한 색의 기준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언제 보느냐, 누가 보느냐에 따라 자연의 색도 달라 보이는데 미술 작품도 그렇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기에 <똑같은 빨강은 없다>라는 책이 끌렸다. 책에서는 흔히 말하는 “소질”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는데 ‘잘 그린다’는 것이 미술에 소질이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고 말한다. 나도 그림을 못 그리는 편에 속하기에 늘 미술에 소질이 없다고 말하고 왔고 전시회 관람은 좋아하지만 작품을 논하는 일에는 소심한 부분이 있었다.

이 책은 미술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미술을 어렵게 만드는 단어들을 설명하여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준다. 지금껏 읽은 미술을 설명하는 책들은 대부분 미술작품 해설에 중점을 두었는데 이 책은 넓은 의미의 미술을 설명하고 이해시키고 즐길 수 있도록 이끄기에 읽는 재미가 있었다. 미술 작품을 비평하는 부분까지 읽으니 ‘나도 작품을 평해볼까?’라는 자신감도 생겼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여러분도 이렇게 생각하게 될 것이다. '미술, 별로 어렵지 않네.'

강아지와 함께하는 인생 후반전

저 독신 아니에요, 지금은 강아지랑 살고 있어요 - 견생전반전 하나와 인생후반전 도도 씨의 괜찮은 일상
도도 시즈코 지음, 김수현 옮김 / 빌리버튼 / 2018년 10월

요즘 자녀를 출가시키고 적적해진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반려동물을 키우며 외로움을 달랜다는 소식을 많이 듣고 있다. 강아지를 키웠던 신랑도 지금은 아니지만 노년에는 키우고 싶다고 말한다. 나도 사람의 빈자리를 귀여운 애완동물의 애교로 채우는 것도 좋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61세의 저자는 한 살이 된 암컷 요크셔테리어 ‘하나’와 함께 살고 있다. 15년을 동고동락한 리키가 죽은 지 두 달 되던 날 하나가 왔다. 산책을 좋아하던 리키, 산책용 케이스에 들어가기 싫어하던 리키에 비해 하나는 밖에서 걸으려 하지 않지만 케이스에는 잘 들어간다. 리키와 다른 하나의 성격으로 리키를 더 기억하고 하나에게 맞춰가며 생기는 에피소드가 재미있다. 내가 나이 들어 강아지를 키운다면 저런 모습일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종종 삼천포로 빠지는 그녀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이 내겐 쉽지 않았지만 솔직 담백한 그녀의 글에 빠지면 그런 것쯤은 아무렇지 않게 여겨진다. 도도 시즈코 작가는 상황에 따라 체면도 차리고 당황해서 말을 못 할 때도 있지만 글 속에서는 거침없다. (거침없이 하이킥의 이순재 할아버지 같은??)

무언가를 위해 방전할 정도로 온 에너지를 다 쏟아 이제는 소소한 일상에 만족하는 작가의 글은 아등바등 애쓰는 나에게 힘 빼기의 행복을 알려준다. 3.4킬로그램의 하나짱만으로 행복하다는 그녀, 세월에 얽매이지 않고 멋지게 늙어가는 건 이런 것 아닐까?

마케팅을 잘하고 싶다면, [관점을 디자인하라_박용후_쌤앤파커스]

관점을 디자인하라 - 없는 것인가, 못 본 것인가?, 개념 확장판
박용후 지음 / 쌤앤파커스 / 2018년 10월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을 낯설게 보는 관점을 제시하는 관점 디자이너 박용후의 저서 <관점을 디자인하라>를 읽었다. 한 달에 월급을 13번 받는 남자로 유명하며 카카오와 배달의 민족 서비스를 대중에게 알리는데 큰 역할을 한 사람이라는 소개 글을 보고 그의 관점이 궁금해져서 책을 펼쳤다.

작가는 고정 관념의 틀을 깨는 사고방식과 사례를 제시한다. 긍정적인 시각과 다르게 보려는 노력이 만든 결과를 읽다 보면 자연스레 관점을 바꾸기 위한 관찰자의 태도로 바뀌게 된다. 또한 작가는 풀기 어려운 문제에 봉착했을 때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여 기존의 관념을 버리고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하도록 이끈다. 그것은 제품의 숨은 가치를 발견하여 고객에게 어필하고 사도록 유도하는 홍보방법이자 마케팅이다. 이 부분에서 미생의 장그래가 떠올랐다. 장그래가 속한 영업 3팀은 직원의 비리를 발견하여 중단된 사업을 재개하는 PT를 할 때 전통적인 발표 방식을 깨고, 비리로 얼룩진 사업에서 잘못된 부분만 걷어내면 큰 이익을 남길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이라는 사실에 먼저 집중하게 한 뒤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발표에 성공한 영업 3팀은 사업 진행권을 얻게 되는데, 비리로 물든 사업, 회사의 이미지를 실추시킨 사업이라는 시선에서 사업의 가능성으로 관점을 돌리게 하여 성공한 케이스이다.

다른 생각으로 세상을 바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익히 들어왔는데,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얻은 내용은 질문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것과 가치를 찾는 작업의 필요성을 알게 된 것 그리고 착한 생각이 가장 창의적이라는 것이다. 경쟁사를 이기는 대상인 상생하는 관계로, 당장의 이익이 아닌 목표와 방향에 맞는 기능을 제공해야 한다. 돈벌이를 위한 마케팅이 아닌 기업 이미지나 가치를 살리려는 활동'으로서의 목적이 분명한 마케팅을 하도록 끊임없이 배우고 본질을 파악하도록 관점을 바꿔야 한다. 

내 마음을 말랑하고 포근하게 해주는 책

식빵 고양이의 비밀
최봉수 지음 / 비채 / 2018년 3월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대했던 것보다 그림도 내용도 더 좋았어요. 아기 고양이와 맛있는 식빵을 만들어내는 식빵 공장은 꼭 방문하고 싶어져요. 포근한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시간이었답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좋아할 수밖에 없을 책이에요. 

두고두고 소장하며 고양이가 보고 싶을 때, 너무 고단한 하루를 보냈을 때 꺼내볼 거랍니다.

너무도 읽고 싶었던 책을 드디어 읽었어요~ '식빵 고양이의 비밀'이 무엇인지 내용도 궁금하고 표지의 말랑말랑한 뚱냥이 그림도 궁금해서 책을 받기 전부터 눈여겨봤던 책이랍니다. 사실 전 따뜻하고 말랑말랑한 식빵도 좋아하고 부드럽고 포근한 고양이도 좋아한답니다~ 그래서 이 책은 표지만 봐도 기분이 좋아져요.

식빵 공장에서 일하는 고양이는 이른 새벽에 식빵 버스를 타고 식빵 공장으로 출근한답니다. 하나같이 포근하고 귀여운 표정의 뚱냥이들이 똑같은 상자에 들어가 식빵 신문을 보는 그림을 보고 고양이들이 컨테이너 위에서 포장되어 옮겨지는 줄 알았다죠. 고양이 제빵사들은 신선한 우유와 버터, 유기농 밀가루를 적절하게 섞어 식빵을 만드는 기계에 넣어요. 옛날에는 제빵사 고양이들이 일일이 앞발로 치대며 반죽을 만들었데요. 고양이는 꾹꾹이를 좋아하니까 반죽도 찰지게 잘 만들었을 것 같아요.

반죽이 발효되고 식빵으로 구워져 나오기까지 시간 걸려요. 그동안 도시락을 먹고 산책을 나가거나 휴식을 취하지요. 드디어 따끈한 식빵이 만들어졌어요. 어랏, 먹음직스러운 식빵들 사이에 고양이가 섞여있네요? 이유는 아직 모르지만 식빵 사이에 식빵 고양이가 만들어진 것이었어요. 컨테이너로 나오는 식빵은 빵 봉지에 싸고 빵 냄새가 나는 아기 고양이는 분류해 내고 나면 곧 퇴근시간이 되지요. 귀여운 아기 고양이와 식빵 한 봉지를 가지고 집에 온 고양이는 아기 고양이를 재우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네요.

이 책에는 '식빵 고양이의 비밀' 말고 한가지 이야기가 더 들어있어요. '고양이 티타임'이랍니다. 티타임을 하러 머리에 커피 잔을 들고 가는 고양이를 뒤쫓아가면 '고양이 티타임'에 참여할 기회가 생기기도 해요. 처음 만나는 자리라 어색하다면 각자 가져온 커피잔을 칭찬하며 친해져 보아요. 고양이가 정성껏 준비한 디저트 트레이도 맛보면서요. 디저트 트레이의 가장 아래는 샌드위치, 중간은 스콘, 맨 위는 달달한 디저트로 채워져 있답니다. 고양이들과 꿈같은 다과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면 종종 생각날 거예요. 그때 한 잔의 차를 마시며 즐거웠던 시간을 회상하다 보면 하루의 피곤이 싹 날아갈 거예요.

일상 속 사랑스러운 동물이야기

아저씨 고양이는 줄무늬
무레 요코 지음, 스기타 히로미 그림, 김현화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18년 11월

좋아하는 것을 물어보는 질문지를 보면 '개와 고양이 중 어떤 동물을 더 좋아하나요?'라는 질문을 흔하게 볼 수 있다. 그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은 늘 '고양이'였다. 개를 싫어한다기 보다 고양이를 '더' 좋아한다. 고양이 특유의 시크함과 도도함 그리고 은근한 귀여움이 좋고 혼자 밖에 놀러나갔다가 꼭 집을 찾아 돌아오는 습성도 나의 성격과 맞았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내가 어릴 적엔 고양이를 키운다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고 혼자 지내게 되어서는 답답한 공간에 가둬놓는 것에 대한 미안함과 양육 비용의 부담감으로 인해 지금까지 고양이를 키운 적은 없다. 키우지 못하는 아쉬움을 사진이나 길에서 만나는 고양이로 대신했는데 요즘은 반려동물 에세이가 많아져서 그들의 에피소드를 읽으며 충분히 대리만족하고 있다. 

표지에 토마토가 주렁주렁 달린 화분과 주황색 슬리퍼가 놓여있는 파란색 바닥에 철퍼덕 드러누워 자기에게 날아오는 꿀벌을 향해 레이저를 쏘고 있는 줄무늬고양이는 길고양이이다. 절대 울지도 애교를 피우지도 않으면서 어슬렁 어슬렁 남의 집 베란다에 들어와 '먹을 것 좀 줍쇼'라고 당당한 표정을 짓는 이 고양이는 무뚝뚝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구석이 있는 고양이이다. 그의 뻔뻔함에 넘어가 작가도 "시마짱"이라고 이름까지 지어주고 반려 고양이 시이가 남긴 밥에 새 캔을 얹어 몇 년째  밥을 챙겨주고 있다.

이 책에는 이제 막 일어나 헝클어진 머리에 운동복 차림으로 슬리퍼를 끌며 나타나서 밥을 요구하는(절대로 울지는 않고 단추구멍만한 눈으로 뚫어져라 쳐다본다) '동네 아저씨'처럼 자유롭게 돌아다니다가 마음에 드는 집을 찾아가서 밥을 얻어먹는 아저씨 고양이 '시마짱'을 시작으로 간식을 남겨놓았다가 자기 전에 먹는 개와 고양이, 아버지와의 이별로 힘든 시기를 보내던 엄마에게 위로를 주었던 설치류, 사람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동물원 원숭이, 여름뿐 아니라 겨울에도 나타나 괴롭히는 모기까지 다양한 동물이 나온다. 동물에 대해 많은 지식이 나오지는 않지만 동물을 좋아하고 고양이를 키우며 길고양이에게도 애정을 쏟는 작가가 일상에서 만난 동물들 이야기를 유쾌하게 적은 에세이이다. <카모메 식당>, <모모요는 아직 아흔 살>에서 보여준 무레 요코만의 잔잔하면서도 밝은 문체가 제대로 살아있다.

<모모요는 아직 아흔 살>을 읽으며 할머니의 유쾌한 나들이를 즐겁게 감상했다면 <아저씨 고양이는 줄무늬>에서는 고양이와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만 알 수 있는 소소한 에피소드를 읽으며 반려동물을 키우는 행복을 나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수의사 헤리엇이 사랑한 고양이 by 제임스 헤리엇>을 통해 처음으로 다양한 성격을 가진 고양이들에 대해 알게 되었는데 이 책에서도 개성만점, 매력 만점의 고양이가 나오니 읽을수록 고양이를 키우고 싶은 마음이 든다는 단점을 제외한다면 읽는 내내 미소를 띠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