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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고전이 좋았을까 - 오래된 문장이 건네는 따뜻한 위로
신은하 지음 / 더케이북스 / 2025년 7월
평점 :
ㅡ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된 리뷰입니다 ㅡ

오래된 문장이 건네는 따뜻한 위로
함께 읽을 때 더 깊이, 더 끝까지 읽는 힘이 생긴다는
함께 읽기 마니아 독서활동가 저자분의
고전도서 문장속에 삶을 녹여낸 에세이
수년 전 아이학교 도서관에서 만난 장편소설 토지
20권을 완독해보자며 1권을 빌려왔었는데
날씨하나를 표현한 것이 장장 반페이지를 차지하는 구성
내 취향과는 완전히 다른 전개에 2페이지만에 포기
결국 재도전과 재도전을 반복하다가 10페이지도 읽지 못한 채
조용히 반납한 기억이 있는데
벽돌책이라 불리는 고전을 몇달에 걸쳐 독파한 저자의 이야기에
조용한 시간 혼자서 즐기는 책읽기를 좋아하는 나도
함께 읽기에 한번 도전 해봐?
저자가 이야기하는 인간 존재의 본질과 삶의 의미에 대한 질문
그리고 함께 읽은 이들과 나눈 온기
마법같은 고전을 중년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읽었단 얘기에
다시금 토지의 유혹이 시작되고 있어요^^

당신 인생에서 고전을 읽기에 가장 좋은 때가 지금이라고 이야기하는 저자
예나 지금이나 인간의 고민은 다르지 않고
나와 타인을 이해하는데 가장 좋은 것이 고전이라고
마흔의 나이에 직장과 사춘기 아이들의 딜레마에 빠져
온갖 부정이 정신을 잠식할 때도
마흔의 위기를 나와 타인을 이해하기 위한 진짜 공부
고전을 기반으로한 글쓰기의 몰입으로 풀었다는 이야기
사회적 자아를 벗고 진정한 자기자신의 길을 걷기 위한 진짜 공부
저자는 그것의 해답을 고전속에서 찾았고
자신의 삶에 변화를 준 고전들을 하나하나 에피소드로 이야기해준답니다.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날 아침,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자신이 잠자리에서 한마리 흉측한 해충으로 변해 있음을 발견했다"
옛 동양 고전에 나올법한 문구의 프란츠 카프카 단편소설 <변신>의 도입문장
가족을 위해서 헌신적인 삶을 살았던 그레고르가
곤충으로 변신한 뒤 가족들에게 받았던 차별대우
가족의 배신으로 곡기를 끊은채 죽어가는 결말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후 대비도 없이
아이들의 학비로 올인하는 많은 부모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력의 상실이 가지는 인간 존엄
존재 자체로 인정받는다는 것의 가치를 당장은 모르지만
아이들이 성인으로 성장했을 때 도서 변신은
또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 같았어요

"미래의 외투에 대한 끝없는 이상을 머릿속에 그려보며
정신적인 포만감을 얻을 수가 있었다"
180년도 지난 니콜라이 고골의 <외투>
외투가 가진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해주는 저자분에
이 나이에도 물질이 주는 충동을 멈출 수 없음에 부끄러워지는 순간
검소하디 검소했던 삶에서 큰맘 먹고 마련한
분수에 맞지 않은 외투
그 외투를 잃어버리고 시름시름 앓다가 생을 마감했다는 것
누가 과연 어리석다고 손가락질을 할 수 있겠어요
삶을 무너뜨리는 것은 큰 시련이 아니라
작디 작은 감정의 구멍
견디기 힘든 날 나가서 걸어도 뒷날이면 다시
스물스물 악의 기운이 몰려오는데
저자가 풀어주는 고전 문장속에서
스스로를 다듬는 성숙한 시간
바로 이게 저자가 고전을 좋아한 이유
멈추고 울컥하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삶을 통한 고전으로의 여행
갓 출간된 도서가 주는 맛과 오래된 도서가 주는 묵직함
후자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고전읽기에 도전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