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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25만 부 기념 전면 개정판) - 가장 경이로운 세계 속으로 숨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
패트릭 브링리 지음, 김희정.조현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9월
평점 :
▶▶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내게 이 책은 몇년전 베스트셀러에 뜬금없이 올라와서
오랫동안 머물고 있던 도서로 기억되는데요
너무 오래 머물고 있으면 이상하게 "읽어봐?"라고
스물스물 호기심이 생겨서 도서관에서 책을 대여하게 되는데
그렇게 대여해놓고서는 단 한장을 펼치지 못한 채 고스란히 반납했던 기억
그리고 25만부 기념 전면개정판이란 타이틀로
이 책을 다시 만나게 되었어요
미술과는 거의 담을 쌓고 살았는데 근래에는 도슨트가 작가가 되어서
워낙 흥미롭게 쓴 책들이 많다보니 그래도 1년에 적어도 3~4권의
예술 관련 책들을 읽었는데 이 책은 단순한 작품들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 에세이라고 소개되어 있어서 에세이 즐겨 읽는 내게
또다른 재미를 줄 것 같아서 기대감 가지고 펼쳐들었고
3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읽으며 QR코드를 찍어서 그림도 감상하고
또 한없는 무기력에 스스로를 가장 아름다운 공간에
가둬버린 그의 이야기가 내 이야기인 듯 공감도 느껴가며
삶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어요

25만부 기념 전면개정판으로 출간되었지만
내용 자체는 이전의 책과 동일하고 달라진 부분은
소개된 작품들의 QR코드가 제공되기에
이렇게 해당 페이지로 접속해서 작품을 감상하고
또 작품에 대한 해석설도 영어, 한국어로 번역해서 볼 수 있다는 부분
그래서 작가가 이야기해주는 작품에 대해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가도
의아해하는 경우가 있을때는 QR코드의 도움을 받아서
독자들도 그 느낌을 조금은 더 제대로 느낄 수가 있다는 것
이 부분이 전면개정판 특히.. 한국 독자들에게는 아주 메리트 있는 부분이랍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해서 승승장구의 길을 걷던 그에게
어느날 닥친 친형의 암 그리고 사망은
삶 자체를 그대로 멈추게 하는 큰 충격이였는데요
자신의 결혼식이 열릴 날에 형의 장례식이 거행된다는 것은
도무지 상상이 안가고 또 상상하기도 싫은 일인데요
그렇게 형을 떠나보내고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그해 가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으로
그는 두 번째 삶을
미술에 대해서는 사전지식이 전혀 없을지 알았는데
어렸을 때 부모님에게 배우고 미술관도 자주 다녔기에
어릴 적 추억도 떠올리면서 온전히 나를 다른 것에 몰입 시킬 수 있는 것
아주 건전한 일탈이 그곳이더라구요
담당 구역을 배정받아 또 그곳에 오는 방문객들에게
질문도 받고 답도 하면서 그렇게 10년이라는 시간을
서서히 세상 밖으로 나갈 연습의 시간을 가지게 되는데요
다른 이도 아닌 가장 가까운 가족을 잃게 되면
정말 하루하루가 지옥이나 다름 없었을텐데
스스로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지 그 방향을 잘 잡고
그리고 지금은 단란한 가족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는 삶에
머리를 숙이게 되는거 있죠

이야기는 작품과 작가의 이야기가 거의 8:2 비율로
왔다갔다하며 총 13장으로 10년의 삶을 그려냈는데요
작가가 첫 발을 딛기 시작한 공간부터
어마어마한 크기의 이집트관을 배정받아서
아이들에게 익살스럽게 질문에 대답하는 모습
그리고 작가가 유독 애정을 갖고 이야기해 준 전시에 대한 이야기
특히 미술관 경비를 하면서도 유일무이한 기회였다는 미켈란젤로의 작품에 대한 부분
완성작품을 보면서 거기에 집중해서 감상하고 감탄하지만
그런 작품들이 나오기까지 고뇌했을 작가에 대한 생각은 전혀하지 못했는데
스스로 만족하지 못한 듯 적어놓은 거장의 메모에
큭큭 웃었다는 저자는 빈 종이 한장에 근심을 내려놓고 혼신을 다해서
다시 작업에 매진하는 미켈란젤로의 모습을 그리면서
어려운 일, 어려운 상황에서의 불평이나 힘듦은
일이 끝난 후, 즉 상황이 끝난 후에 하는 것이 낫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답니다
그가 처한 상황도 그는 이렇게 하루하루 이겨낸거겠죠?
예술작품속에 녹여낸 패트릭 브링리의 이야기가
지금의 힘듦을 터널을 지나고 있는 이에게
조금의 쉼이 되어주길 바라면서 추천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