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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나르시시스트일까? ㅣ 한 입 크기 철학 1
피에르 페주 지음, 알프레드 그림, 이수진 옮김 / 돌배나무 / 2020년 6월
평점 :

누가 제목을 정했는지 참 잘도 정했다는 생각이 든다. "한 입 크기 철학" 글자 그대로 이 책은 총 4권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 분량은 60쪽 이내로 아주 적다. 한마디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어서 좋다.
나는 철학 하면 그냥 고리 따분하고 말장난 같은 이야기 정도로만 생각하였다. 당연히 나의 관심사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 철학 시리즈는 아마도 나와 같은 사람들을 위해서 만들었는 것 같다.
먼저 제목부터가 솔깃하다. 1. 누가 나르시시스트일까? 2. 왜 인종으로 나누려고 할까? 3.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4. 인간은 미래에 어떻게 될까?
이 4가지 소 책자 중에서 나의 관심을 끈 것은 제4권 "인간은 미래에 어떻게 될까?"이다. 그래서 가장 먼저 읽어 보기로 하였다. 제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정의된다. 기술의 발전이 인간 사회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서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인간은 이제 자신이 쓰던 도구의 도구로 전락했다."(Henry David Threau).라는 말이 있다. 과학의 발전이 인류에서 삶의 여유를 안겨줄 것이라고 기대하였는데 현대 사회는 지금 '당장' 처리해야 하는 '긴급'한 일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한다. "가속화의 압력(폭력성)" 법칙이다. 실제로 급한 일도 아닌데 반응이 늦으면 안 될 것 같은 압박에 시달린다.
빠르게 그리고 끊임없이 활동이 일어나는 세계에서 우리는 어떻게 비판적인 사고와 시각을 가질 수 있을까를 고민해 볼 책이다.
제2권 "왜 인종으로 나누려고 할까?"라는 책은 최근 5월 25일 미국에서 발생한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관심 있게 읽어 보았다. 왜 흑인과 백인으로 구분해야만 하는지? 유전적으로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인종과 문화는 어떻게 연관이 되어 있는지를 같이 풀어나간다.
제1권 "누가 나르시시스트"일까?라는 책도 아주 흥미 있다. 그리스 신화 속에 나르키소스는 샘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사랑에 빠지지만, 포옹도 입맞춤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결국에는 죽음에 이른다. 여기에 근거해서 나르시시즘을 자기애라고 표현해 왔다. 현대 사회는 SNS 상에 자신의 모습을 올리면서 자기애를 표현한다. 하지만 외모만을 계속 올리기 때문에 셀카를 통하여 외모 지상주의에 빠질 가능성이 많다. 이 책은 사진 속 순간들은 금방 지나가 버리고 쉽게 변하기 때문에 결코 우리의 아이덴티티를 대신할 수 없다. 이 책은 진정으로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든다.
제3권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이것은 아마도 영원한 우리의 숙제가 아닐까? 나는 행복이란 것이 항상 내 옆에 있다고 생각한다. 즉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내가 쫓아야 할 대상이 아니다. .
<한 입 크기 철학 시리즈>는 포켓북이다. 그러나 작다고 무시하면 안 된다. 이 책을 읽어가다 보면 진정한 나를 찾는 일에 더 가까워진다. 점점 SNS의 노예가 되어 가는 요즘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본질에 대해서 생각하고자 한다면 꼭 한번 읽어 보았으면 좋겠다. 매미 소리 들리는 느티나무 아래서 다시 한번 이 책을 펼쳐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