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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의 변신
피에레트 플뢰티오 지음, 이상해 옮김 / 레모 / 202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구나 동화 속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
<여왕의 변신>을 쓴 피에레트 플뢰티오가 하고 싶었던 말일 것이다.
동화 분야에서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유명한 작가가 있다. 그의 이름은 샤를 페로. 그는 17세기 프랑스 파리의 부유한 부르주아 가정에서 태어났으며 최고의 학교에서 수학하며 23세에 변호사가 되었고, 건축가로서의 재능도 인정을 받아 베르사유 궁전의 설계까지 하였다. 67세 때, 아내를 읽게 되면서 나머지 인생은 자신의 아이들에게 헌신하기로 결심하고, 동화라는 새로운 문학 장르의 초석을 다진다. 프랑스의 유명한 궁전의 이미지를 토대로 <잠자는 숲속의 공주>, <장화 신은 고양이>, <신데렐라> 등 수많은 동화를 썼다. 17세기가 낳은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위대한 동화들이다.
피에레트 플뢰티오는 1985년 샤를 페로의 동화를 페미니즘적인 관점에서 다시 쓰기 시작하였다. 300년도 더 전에 쓰였던 옛 동화들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는 것은 샤를 페로의 동화 속 인물들에 불만을 품고 있지는 않았을까? 동화에 대한 구 세대적인 여성상의 반발로 우리에게 익숙한 이야기를 완전히 바꾸려는 시도이다.
왕비는 왜 거울을 온종일 쳐다보며 이 세상에 가장 이쁜 사람이 누구냐고 물어야 하나. 공주는 왜 왕자가 와서 키스해 줄 때까지 잠들어 있어야만 하나. 피에레트는 17세기의 가부장적이고 권위주의적이던 프랑스 남성상을 혐오했을 지도 모른다.
<여왕의 변신>의 제일 첫 번째 이야기는 <식인귀의 아내>다. 원작인<엄지 동자>를 패러디 하였다. 엄지동자는 부모에게 버림받고 식인귀에게 먹힐 위기에 처했지만 식인귀의 아내의 도움을 받는다. <식인귀의 아내> 에 나오는 식인귀의 행동은 너무나 파격적이다.
허벅지와 동시에 배까지 단번에 찢어 놓는 이야기. 내장 속으로 돌진하는 이야기 등 한마디로 아이들이 읽기에는 부적절하다. 그래. 성인이 읽기에도 거슬린다. 식인귀의 딸들이 사냥개 무리처럼 아버지를 덮치고(원작에서는 아버지인 식인귀가 딸들을 모두 죽인다), 식인귀는 거대한 팔을 휘두르며 닥치는 대로 물어뜯고 으스러뜨리고 찢어발긴다. 이게 뭐야. 동화가 왜 이리 잔인한 거야. 피에레트님. 너무 하신 거 아니에요? 너무 황당해요.
두 번째이야기는 <신데렐로>이다. 원작인 신데렐라의 남성형 버전이다. 원작에서 호박 마차를 타고 가는 신데렐라의 구두 이야기가 완전히 180도 비틀어진다. 호박마차 대신에 권총을 찬 멋진 카우보이 복장에 캐딜락을 타고 파티가 있는 궁전으로 들어간다. 구두가 아닌 워키토키로 사람을 찾는다. 공주와 결혼하는 것이 아닌 왕비와 결혼하여 왕이 된다. 왕비는 왕의 사랑을 받는 아내이자 마침내 왕비다운 왕비가 되어 나라를 다스린다.
그 외에 5편이 더 있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패러디한 <도대체 사랑은 언제 하나>, <잠자는 숲속의 왕비>, 원작 빨간 모자와 푸른 수염을 혼합한 <빨간 바지, 푸른 수염, 그리고 주석> , 백설공주를 패러디한 <일곱 여자 거인>, 그리고 <여광의 궁궐>이다.
<여왕의 변신>나온 총 7편의 이야기는 이해하기에 다소 어려운 점이 있다. 그만큼 우리가 원작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인가? 아니면 패러디한 동화가 너무 엉뚱해서 그런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재미있게 읽어볼 수 있을 것 같다. 300년 이상 사랑받아온 동화의 전혀 다른 해석 버전이기 때문이다. 어디로 튈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