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동네서점
배지영 지음 / 새움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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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서점'이라는 단어만 들어봐도 정겨움이 몰려온다. 얼마 만에 들어본 단어인가? 우리 동네에는 서점이 없어진지 오래되었다. <환상의 동네 서점>은 전북 군산에 있는 한길문고에 대한 스토리를 풀어나간다. 동네에 서점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설레는데 스토리까지 더해지니 어느새 한길 서점이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우리 동네에도 이런 서점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 책의 저자는 배지영 작가님이다. 서점에 없는 산골에서 자랐다. 한길문고는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 서점 지원 사업'에 지원했다. 서류 심사를 통과하고 거점 서점으로 선정됐다. 배지영 작가는 한길 서점의 상주작가가 되었다.

이 책에서 가장 뭉클했던 부분은 '엉덩이로 책 읽기 대회'였다. 크리스마스에 한길문고는 이벤트를 열였다. 아이들을 불러와서 한 시간 동안 꼼짝 않고 책을 읽으면 상품을 주는 것이다. 아이들은 집중력이 떨어지다 보니 한 시간 동안 움직이지 않고 책을 읽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배 작가님은 한 시간을 버티기 힘든 아이들의 마음을 여과하지 않고 그대로 묘사하고 있다. 물론 참석한 모든 아이들에게 상품을 주었다. 크리스마스니까.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번에는 '어른들의 1시간 책 읽기 이벤트'를 열었다. 성공한 사람들에게는 파전에 맥주 파티가 기다리고 있었다. 참가한 어른들은 1시간 동안 집중해서 책을 읽었고, 그 후 맥주 파티가 펼쳐졌다. 한길문고는 단순한 서점이 아니라 동네에서 마을 주민들 모두가 찾아가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어가고 있었다. 서점은 서서히 자기만의 색깔을 찾아가고 있었다.

책에도 잠시 언급하였는데, 나는 읽으면서 심훈의 <상록수>가 생각났다. 채영신 선생의 수업을 듣기 위해 아이들이 몰려왔다. 교실 안에서 다 수용할 수가 없어서 아이들은 창틀에서 나무 위에서 수업을 들었다. 지금 한길문고가 '상록수'가 되었다. 한길문고의 인기는 점점 찾는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하였다. 심지어 바다 건너 일본에서까지 오는 명소가 되었다. 작가 강연회를 할 때면 앉을 자리가 없다. 사람들은 서서 들어야만 했다.

배 작가님의 인기도 점점 올라간다. 처음 상주작가 계약이 주 5일 근무였다. 그러나 찾는 사람이 갈수록 많아지자, 배 작가는 쉬는 날에도 출근을 해야 한다. 출근하는 그 발걸음이 얼마나 가벼울까. 아울러 배 작가님이 쓴 다른 책의 판매량이 점점 증가한다.

한길문고 내에 북클럽도 만들었다. 카카오 북클럽 단독 방도 만들었다. 북클럽에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경쟁률도 치열하다. 모두가 행복한 고민들뿐이다. 클라이맥스는 한길문고에서 새로운 작가가 탄생한 것이다.

'낮에는 귤과 생강, 밤에는 글과 생각을 팝니다.'

<소상공인 탈선 일기>라는 제목으로 경욱 씨는 자영업자의 고단함과 보람 등 다양한 방면에 글을 브런치에 올린다. 마트를 하는 경욱 씨는 밤 9시부터 손님이 그리 많지 않은 점을 이용하여 책을 일고 또 글을 썼다. 이것이 2019년 3월 브런치 북 대상을 받았다. 그러면서 책까지 출간된 것이다.

<환상의 동네 서점>은 배지영 작가님이 한길문고에 상주작가로 들어오면서 일어나는 일을 에세이 형식으로 썼다. 하지만 난 한편의 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만큼 절정이 있고 소름 끼치는 스토리가 있다. 아~, 우리 동네에도 저런 서점이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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