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디자이너가 될 작정으로 학교를 졸업했다. 하지만 자와 연필만 있으면 불안하고 불쾌해져 직각조차 똑바로 긋지 못했다.
내가 2H 연필로 선을 그으면 2B 연필로 선을 긋는 것처럼 되어 그 선 주변에 거뭇거뭇한 지문이 몇 개나 묻었다.
연필을 깎지 않은 것도 손을 씻지 않은 것도 아니다.
나는 자와 2H 연필을 버렸다.
버린다고 해서 내 미래에 희망이 보인 것은 아니다. 나는 서툰 그림을 마구 그려 댔고 그려 댄 저편으로 희망이 흩어졌다.
그때, 나는 초신타의 그림책 『이솝』을 보았다.

- 나는 기겁했다
초 신타론 - P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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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여기는 도쿄, 어디를 가든, 아주 캄캄해지지는 않는다. 어디에든 불빛이 있다. 동네들이 이웃하고 있어서, 불빛도 이어진다. 지방에는 흔히 있는 동네 어귀 같은 부분이 없다. 시골에는 있는 어둠이 없다.
나는 이미, 밤에도 캄캄해지지 않는 그 상태에 길들어 있다. 반갑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하다. - P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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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이 얼마 전에 다키라를 보고, 그렇게 생각했다. 도쿄에서 가게를 내기는 어렵겠다고. 다키라만이 아니다. 반찬가게 다노쿠라만 해도 그렇게 생각된다. 가게를 차리려면 요리 실력은 물론이고, 경영에도 재주가 있어야 한다. 두 가지를 갖췄어도, 운이 따라야 한다.
"동네가 작은 돗토리에서 가게를 하는 것도 무척 힘들었을 겁니다. 결국은 접었고요."
"가게는 어디서 하든 다 힘들어, 좋을 때도 있지만, 누가 앞날을 보장해 주는 것도 아니잖아. 풍향은 반드시 바뀌고, 역풍일 때가 80퍼센트, 순풍은 겨우 20퍼센트, 그런 식이야. 버티고, 또 버티고, 그러다 어느 시점에 포기하는 것도 필요해. 그러지 않으면 자기가 망가지니까."
정말 그럴 것이다. 포기하는 시기가 중요하다. 아버지는 조금 늦었다. 그래서 빚이 남았다. 그리고. 자신의 사망보험금으로 그걸 갚았다.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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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호리호리한 요리사, 멋지지 않니? 만들지만 먹지는 않는다는 그런 철저한 느낌."
아버지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만들기만 할 뿐 자신은 소식. 멋졌는지도 모른다.
"그럼, 나도 그 노선으로 가야겠다. 안 사니까, 옷으로 멋을 부릴 수는 없고. 유일하게 멋 부릴 수 있는 게, 살찌지 않는 거." -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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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입었을 때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네. 어울린다면, 입을 수도 있잖아. 옷이란 게, 상당히 중요하잖아. 새 옷을 산다. 새 옷을 입는다. 기분이 업 된다."
"그렇긴 하다."
"싼 거라도 자기 마음에 들면 기분이 업 되지 않을까. 새 옷은 물론 그렇겠지만, 헌 옷이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돈이 없다고 전부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아. 신중하게 골라서 사게 되잖아."
- P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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