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디자이너가 될 작정으로 학교를 졸업했다. 하지만 자와 연필만 있으면 불안하고 불쾌해져 직각조차 똑바로 긋지 못했다.
내가 2H 연필로 선을 그으면 2B 연필로 선을 긋는 것처럼 되어 그 선 주변에 거뭇거뭇한 지문이 몇 개나 묻었다.
연필을 깎지 않은 것도 손을 씻지 않은 것도 아니다.
나는 자와 2H 연필을 버렸다.
버린다고 해서 내 미래에 희망이 보인 것은 아니다. 나는 서툰 그림을 마구 그려 댔고 그려 댄 저편으로 희망이 흩어졌다.
그때, 나는 초신타의 그림책 『이솝』을 보았다.
- 나는 기겁했다
초 신타론 - P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