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심리학 self psychology의 창시자인 하인츠 코헛Heinz Kohut 은 반대로 자기애성 성격 장애는 발달 과정 중에 일어난 문제라고 본다. 나르시시스트는 발달 수준이 아동기에 멈춰 있다. 자신을 조건 없이 받아들이지 않는 부모를 충분히 이상화할 수 없어 성숙한 자기 조절력을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의식을 지키려면 자신에게 공감과 관심을 선사하는 타인을 계속 이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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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처럼 매섭게 말하지만, 위압적으로 느껴지진 않았다. 야스코 선생님이 아니라 내가 받아들이는 방법이 달라져서란 걸 깨달았다.

- 자라나는 우리 - P54

"아냐, 내가 잘못했지. 그래서 되도록 몸에 색을 칠하지 않기로 한 거야. 한편으로 화장 좀 하는 게 어른다운 거 아니냐고 하는 어머니들도 있었지. 다들 생각이 다르니까. 에나 선생의 네일도 모에카의 손톱 물어뜯기 버릇을 고치는데 한몫한 건 틀림없어. 하지만 반드시 좋은 방향으로 간다는 보장이 없잖아. 학부모가 어떻게 받아들여줄지 몰라. 소중한 아이들에게 무엇이 좋을지는 우리가 그때그때 피부로 느끼는 수밖에 없어."
나는 끄덕였다. 신기할 만큼 마음이 차분해졌다.
하나하나가 라이브다. 시행착오를 하고, 몸으로 부딪치며 맞는지 어떤지 모르는 정답을 계속 찾아간다. 날마다 쑥쑥 소리가 날 듯이 자라는 아이들. 한사람 한 사람과 마주하면서 아마 나도 자라고 있을 것이다.
"어렵네요. 아주 중요한 거지만………. 그러나 보람이란 이런 거란 걸 알 것 같아요."

- 자라나는 우리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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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답장은 어떤 시절을 상기시킨다. 사랑이 움트기도 하고 상실감에 허덕이기도 하는 시절. 감정은 위로 자라기보다는 사방팔방 뿌리를 내리는 것에 가까워서, 미처 헤아리지 못한 마음은 묵은 것이 되고 한 시절은 미완으로 남는다. 그 시절을 완성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답장을 써야 한다. 잘 지내고 있다고, 그립다고, 여전히 사랑한다고 마음을 전해야 한다. 이 작품은 역설적으로 뒤늦은 답장은 없다고 말하는 듯하다. 사랑했던 시간은 모두 제때다. 

오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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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무런 표명도 할수 없었다. 사랑한다는 것, 산다는 것은 우리가 지어낸 것을 사실로 만드는 일이다………. 속으로 그 말을 가만히 되새길 뿐이었다.

- 사라수 탁자 - P246

어떤 남자가 자기중심적인 눈으로 나를 바라볼때 그 남자의 요구와 기대와 필요와 욕망이 나를 가두는게 생생하게 느껴져요. 그러면 난 저절로 시들어버리는 기분이 들어요.

- 사라수 탁자 - P249

문혜지는 방바닥에 시선을 둔 채 내게 물었다. 나는 이해가 되었다. 위로받을 길 없이 병든 사람들, 버림받은 사람들, 길을 잃은 사람들, 기억을 잃은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들, 죽어가는 사람들, 불행한 사람들, 절망한 사람들은 시간의 바깥에서 숨을 쉰다. 사람이 산 채로 밀려나가는 북쪽의 해안 가장자리엔 아픈 시간이 응결되어 바위처럼 정지해 있다. 그곳에선 슬픔마저 파도에 쓸려 색채를 잃어버리고 추억은 깨어져 제 발바닥을 찌른다. 어둡고 습하고 침묵만 흐르는 해안에 습관이 된 불안만 갯강구처럼 번식한다. 그런 어둠과 고요 속에서 유란은 홀로 지냈을 것이다.

- 돌처럼 깨어지는 눈물
- P287

그리고 사랑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사랑을 하지 않으면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알 수 없게 된다. 사랑을 할 때 우리는 그곳에 있는 존재이다.
"하나의 사랑이 끝나면, 내가 속에서 무너져 아득히 사라지는 것 같아요. 내가 어디에도 없는 것 같아요. 이제 난 사랑을 할 수 없을 거 같아요."

- 돌처럼 깨어지는 눈물 - P290

"혜지 씨는 다시 사랑을 할 거예요. 폐쇄된 방문을 여는 열쇠처럼, 누군가 당신의 진짜 이름을 부를 거예요. 그러면 사라졌다고,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자신이 여전히 신선하고 사랑스러운 얼굴로 발을 딛고 일어나 자기 속에서 가만히 걸어나올 거예요. 봄비에 젖은 어린 잔디 위를 맨발로 밟듯 신선할 거예요. 그리고 서로의 본 모습 그대로, 물길이 천천히 꼬불꼬불 휘어지며 흘러가듯 서로를 찾아가지요. 사랑은 자신에게 있는 것을 표현하는 일이지,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일이 아니에요. 그러니 걱정 마세요......."

- 돌처럼 깨어지는 눈물 - P290

"그리고 기운이 좀 회복되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누릴 수 있는 자유를 찾아보고,
하고 싶은 걸 하세요. 
작은 것, 사소한 것부터요. 
그런 자유란 누구나, 어디서든, 항상 만들 수 있는 거예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자유를 억누르지 마세요."

- 돌처럼 깨어지는 눈물 - P291

독립적이면서도 약간 히피적으로 살려는 의지는 고양이를 키우며 혼자 사는 여자들이 가진 공통점이었다. 그들은 최소한만 이 땅에 살고, 최소한으로 사랑하고, 그리고 36도의 체온이 정제시키는 여백 안에서 가능한 한 자유롭게 존재하고 싶어한다. 무엇보다 그들은 곁에서 사는 동물들이나, 다른 대륙에 사는 전혀 모르는 타인들과도 최소한의 사랑을 적극적으로 나누려 한다.

- 돌처럼 깨어지는 눈물 - P292

그는 나를 자신의 증거라고 말했다. 나는 내 인생 사는 사람이지, 누구의 증거도 아니다. 그는 이제 내가 누구인지 모른다. 어쩌면 나는 그가 모르는 것을 아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무신경하게 대하자고 다짐했는데도 가슴이 아파왔다.

- 사물이 하는 말 - P303

남편이 내 어깨를 잡았다. 언제부터인가 화가 나면 거리에서 만난 수많은 여자에게 하듯이, 이 여자가, 라고했다. 관계의 의미를 박탈해버리는 그 사소한 말습관이 망치처럼 내 머리를 내려친다는 사실을 남편은 짐작도 못할 것이다.

- 사물이 하는 말 - P307

"은행원이었어요. 아이엠에프 때 일자리를 잃었지요. 다른 동료들이 퇴직금으로 가게를 낼 때 난 선생을 찾아다니며 명리학 공부를 했어요. 한 5년 한 뒤 이 자리에서 점집을 열었어요. 10년쯤을 했는데, 어느날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운명이 있든 없든, 운명을 알든 모르든, 어차피 사람은 그 일을 다 겪고 사니까요. 그래서 사람들이 당면한 문제와 인생 이야기를 듣기 시작한 거예요."

- 새들이 떠난 여백 - P339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는상사가 너무 불편해서 사표를 내고 싶다고 하소연한 여직원도 있었어요. 내가 말했지요. 세상에 불편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요. 다른 사람이 내게 불편한 것은 당연한데 불편하지 않으려고 하는 건 본인이 나쁜 거라고요. 우리는 누구나 그 불편함을 받아들이며 사는 거니까요.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그는 일방적으로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나쁜 사람이겠지요.

- 새들이 떠난 여백 - P340

그래서 말했어요. 그 빚을 신이라고 생각하면 안 되겠느냐고요....... 신은 원래 인간에게 가혹하니까요. 구도자들은 신에게 가까이 가기 위해 스스로 고행을 선택하니까요. 빚을 신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 5년 동안 더 모시고 살면 안 되겠느냐고요. 그렇게 평생의 액을 다 풀고, 그 뒤엔 실수하지 말고 조심해서 살면 되지 않겠느냐고요. 남자가 잠시 생각하더니 그러겠다고 하더군요. 남자는 정말 내 손을 잡고 그렇게 해보겠다고 인사했어요. 고통에 이유가 있다고 여기고 묵묵히 받아들이는 것도 때로는살아가는 방법이지요."

- 새들이 떠난 여백 - P341

"내 속에 담지는 않으니까요. 그거야말로 상담사의 전문 기술이지요. 그리고 고민을 안고 찾아오는 사람들을 난 좋아해요. 그래서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지요."
상담사는 사람들이 한 이야기를 잘 접어서 종이배를 띄우듯 세상사의 강물 위로 띄워 보내는 사람 같았다. 사람들은 골칫거리나 나쁜 일들, 혹은 걱정과 근심과 불안 같은, 대체로 마음에 담고 있기 버거운 말들을 털어놓기 위해 이곳을 찾아오고 어느 때는 받아들여서 문제를 해결하고 어느 때는 간소하게 만들어가고 또 어느 때는 문제를 내려놓고 조금 쉬었다가 간다. 어느 쪽이든 나쁠 것은 전혀 없었다.

- 새들이 떠난 여백 - P342

나는 무엇보다도 공간에서 영감을 받는 사람이다. 접경지대에 갔기 때문에, 그곳에서 몇 년 동안 살았기 때문에 이 소설을 쓰게 되었을 것이다. 내게 공간은 원래 그런 곳이다. 그러나 그곳에 간 것이 우연은 아니었다. 나는 오래전부터 자주 그곳을 생각했다. 그곳에 무엇인가를 잃어버린 사람처럼, 찾아야 할 것이 있다고 느껴왔다. 그것은 사유도 사상도 아닌 나의 순수한 감수성이었다.

- 작가의 말 - P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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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병원에서 일하다보면 뭔가가 쌓이거든요. 노인들은 하루하루 치매가 깊어가고 한 달에 두세 명의 노인들이 죽어나가고, 한 해, 두 해, 그렇게 계속 가다보면. 노인들의 통증과 혼미와 죽음이 실재 무게로 몸 안에 쌓인다고 해요. 그러면 더는 견딜 수 없는 느낌이 들고, 그런 때는 이동이라도 해야 숨이 쉬어진다고 하더라고요. 흐름을 끊고, 기억을 버리려고 하는 일인지도 모르지요.

- 고독의 기법 - P130

나는 그 남자의 말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불안 때문에 사람들은 보험에 너무 많이 가입하며 현재에 허덕이고 오지 않은 미래에 시달리고 있었다.

- 역광장 - P168

낯선 도시에서 갈 곳이 없을 때는 역보다 좋은 곳이 없다. 역은 그 누구의 장소도 아니고 누구나 지나가는 도중이고 누구나 서성거리는 곳이기 때문이다. 역의 회색 공기 속에서 맑은 날에도 눈냄새가 났다.

- 비무장지대 - P201

그들은 일을 너무 많이해. 매일 같은 일을 너무 오래하니까, 실은 머릿속이 기계와 비슷해. 가끔, 인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박하게 들 때가 있어. 잠시라도 인간을 하고 싶다…. 너무 견딜 수 없을 때면, 역에 와서 멍하니 앉아 있다가 가곤해. 승객들은 스쳐가듯 잠시 모여들었다가 한꺼번에 사라져버리지. 여긴 텅 비고 조용해서 좋아.

- 비무장지대 -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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