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병원에서 일하다보면 뭔가가 쌓이거든요. 노인들은 하루하루 치매가 깊어가고 한 달에 두세 명의 노인들이 죽어나가고, 한 해, 두 해, 그렇게 계속 가다보면. 노인들의 통증과 혼미와 죽음이 실재 무게로 몸 안에 쌓인다고 해요. 그러면 더는 견딜 수 없는 느낌이 들고, 그런 때는 이동이라도 해야 숨이 쉬어진다고 하더라고요. 흐름을 끊고, 기억을 버리려고 하는 일인지도 모르지요.

- 고독의 기법 - P130

나는 그 남자의 말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불안 때문에 사람들은 보험에 너무 많이 가입하며 현재에 허덕이고 오지 않은 미래에 시달리고 있었다.

- 역광장 - P168

낯선 도시에서 갈 곳이 없을 때는 역보다 좋은 곳이 없다. 역은 그 누구의 장소도 아니고 누구나 지나가는 도중이고 누구나 서성거리는 곳이기 때문이다. 역의 회색 공기 속에서 맑은 날에도 눈냄새가 났다.

- 비무장지대 - P201

그들은 일을 너무 많이해. 매일 같은 일을 너무 오래하니까, 실은 머릿속이 기계와 비슷해. 가끔, 인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박하게 들 때가 있어. 잠시라도 인간을 하고 싶다…. 너무 견딜 수 없을 때면, 역에 와서 멍하니 앉아 있다가 가곤해. 승객들은 스쳐가듯 잠시 모여들었다가 한꺼번에 사라져버리지. 여긴 텅 비고 조용해서 좋아.

- 비무장지대 -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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