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답장은 어떤 시절을 상기시킨다. 사랑이 움트기도 하고 상실감에 허덕이기도 하는 시절. 감정은 위로 자라기보다는 사방팔방 뿌리를 내리는 것에 가까워서, 미처 헤아리지 못한 마음은 묵은 것이 되고 한 시절은 미완으로 남는다. 그 시절을 완성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답장을 써야 한다. 잘 지내고 있다고, 그립다고, 여전히 사랑한다고 마음을 전해야 한다. 이 작품은 역설적으로 뒤늦은 답장은 없다고 말하는 듯하다. 사랑했던 시간은 모두 제때다.
오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