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꾸짖지 않는 자리가 편할 것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성장의 기회를 잃는 자리이기도 했다. 가끔은 자신을 돌봐 주는 누군가에게 꾸지람을 듣고 싶었다…....

- 고양이의 인연, 사람의 인연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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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같은 길을 자주 걸으면 처음에는 멀게만 느껴졌던 길이 짧게 느껴지지 않던가. 등산을 자주 하다 보면 두 시간 걸렸던 길을 한 시간만에 도착하기도 한다. 지름길을 발견하기도 하고 발걸음도 빨라진다.
그러니 나를 끌어안기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크게 애쓰지 않고도 나의 모든 면을 포용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어느 날은 우울하고 무기력한 나를 안아주고, 어느 날은 미워했던 나의 몸을 예뻐하고, 어느 날은 생각이 많은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 나에게로 가는 지름길 : embrace yourself -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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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시간을 통과해 우리는 지금의 우리가 되었다.

- 우리가 파주에 가면 꼭 날이 흐리지 - P109

살림과 육아로 바쁜 와중에도 굳이 만날 때마다 모임의 과제를 정하고 실행에 옮겼던 건 아마도 우리가 시간이 남아돌아 한가롭게 놀러 다니는 유한부인들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어디 한번 증명해보라고 요구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우리는 한결같이 증명의 압박을 느꼈다.

- 우리가 파주에 가면 꼭 날이 흐리지 - P115

우리가 우리라서, 우리 곁에 서로가 있어서, 아찔하게 좋은 시절이었다.

- 우리가 파주에 가면 꼭 날이 흐리지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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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대부분을 불행한 기분에 잠식당하며 살면서 더 무너지지만 않게 버티려 할 때는 어떻게든 기분을 끌어올려줄 도구가 필요하다. 죽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 이유를 한 가지라도 더 만들어내기 위해, 불행한 사람의 무의식은 불행하지 않은 사람들은 무감하게 지나칠 일상의 한 장면과 자연에서 최대치의 의미를 끌어낸다. 이미 불행 쪽으로 많이 기울어진 저울이건만, 어떻게든 작고 사소한 일에도 행복감을 극대화하려고 기를 쓰면서 저울이 완전히 쓰러져버리지만은 않게 하려 한다.

- 불행한 사람의 가짜 행복 : fake it until you make it - P154

감각적이건 지각적이건 한순간이라도 현실을 잊고 순간에 집중하게 한다면 두 배, 세배로 감격하자고 결심한 것만 같았다.

- 불행한 사람의 가짜 행복 : fake it until you make it - P155

~ 이상과 현실의 간극이 커져만 갔고 그만큼 내 모습 감추기도 계속되었다. 돌이켜보면 그 시절 내가 전반적으로 인기가 없었던 이유는 외모 때문이 아니라 늘 남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실제보다 더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려 한 행동이 부자연스러움으로 이어진 탓인 것 같다. 항상 높은 구두를 신고 거울을 자주보고 의도한 표정을 지었다.

- 약한 사람으로 머무를 것 : vuluerable - P163

vulnerable, 사전상 의미는 ‘취약한, 나약한 여린, 상처받기 쉬운‘이고, 라틴어로 상처란 뜻의 ‘vulnus‘가 어원이라고 한다. ‘불안한, 자신 없는‘ 같은 부정적 의미도 있고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는‘의 뜻도 있다.

- 약한 사람으로 머무를 것 : vulnerable - 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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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라는 이름이 독특하다는 규의 말에 어렴풋이 짐작한 대답이 돌아왔다. 국적도 뭣도 거부한 채 노틸러스호를 타고 바닷속에서 살아가는 『해저이만리』의 네모선장. 네모는 그 무엇도 아닌 존재라는 뜻의 라틴어를 제 이름으로 삼았다. 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라니. 수십년째 내전으로 곪아가는 이 나라의 네모는 무엇을 거부하고 싶어서 스스로 그런 이름을 지었을까? 하지만 규의 의문이 무색할 정도로 눈앞의 네모는 도무지 긴장이라는 걸 몰랐다. 그저 눈부시게 하얀 이를 드러내며 헤벌쭉 웃기만 하는 태평한 젊은이였다.

- 아무도 없는 집 - P45

언제라도 깨질수 있는 불안한 일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다. 폭격에 사지가 날아갈 수도 있는 상황에서 여자들에게 피임법을 가르치는 자신이 어쩌면 더 한심한지도 모른다. 이곳에서는 일상 속에 위험이 드문드문 독버섯 같은 싹을 드러내는 게 아니라 만연한 위험 속에 일상이 풍문처럼 슬며시 다가왔다 사라졌다. 언제고 철수해야 할 캠프 안에서 정성껏 화분을 기르는 사람도 있었다. 고통의 비명이 왁자한 곳에서도 제 몫의 귀한 물을 식물에게 나눠주며 하루에도 몇번씩 푸른 잎과 시선을 맞추는 동료 의사를 볼 때마다 규는 자신에게 없었던 게 무엇이었는지 어렴풋이 깨닫곤 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 아무도 없는 집 -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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