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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선생님, 6개월 안에는 뵐 수 있을까요?
니콜 드뷔롱 지음, 박경혜 옮김 / 푸른길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의사 선생님, 6개월 안에는 뵐 수 있을까요?>라는 제목처럼 이 책을 잘 표현하는 말이 있을까.
이 책의 저자 니콜 드뷔롱은 전직 기자 출신으로
(이와 관련해서 책속에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소개되고 있는데,
저자는 경찰을 포함한 일반 사람에게 기자라는 직함이 작가라는 것보다
훨씬 인상이 강하다는 것을 경험해서 알고 있다고 하면서
아주 오래 전 젊었을 때 딱 일 년간 일했던 마리끌레르 잡지사에서 쓰던 기자증을
여전히 고이 모시고 있다가 여차하면 주민등록증 보다도 먼저 사용하곤 한다.
덕분에 그녀가 모면한 주차 위반 딱지만 해도 몇 십 장이다.)
프랑스에서 잘 알려진 여러 코미디 영화의 시나리오를 썼으며,
유명한 일일 연속극 '센트 셰리' 등 텔레비전 시리즈의 작가이다.
<의사 선생님, 6개월 안에는 뵐 수 있을까요?>는 저자의 병원 순환기, 혹은 치료기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테라스 건너편 서재로 쓰는 건물의 문을 열었다가
계단 아래에 있는 탁자 위의 전등에 불이 들어오지 않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파출부가 청소기를 돌리다가 전등의 플러그를 뽑아 놓고는 그냥 간 것이다.
조그만 빛도 들어오지 않는 깜깜한 서재의 암흑 속에서 저자는 계단을 내려가다가
밑으로 굴러 떨어지고 만다.
다행히 머리는 다치지 않았지만 여기저기 쑤시고 안 아픈 데가 없다.
급히 파리로 돌아와 근처 세브르 종합 병원 응급실에 간 저자는 텅 빈 응급실에서
원칙적으로 무조건 15분 동안 대기실에서 기다리다가 당번 의사에게 진료를 받게 된다.
다행히 타박상으로 한쪽 무릎이 좀 상했을 뿐이라는 진단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의사가 처방해준 약을 먹고도 저자는 여전히 죽고 싶을 만큼 아프다.
그 뒤 저자의 기나긴 치료는 2년 반이 넘도록 계속된다.
벨기에 사촌이 소개해주는 의사, 동생의 부인의 친구의 친구가 소개해주는 의사 등
그녀의 병원 원정기는 계속 된다.
이 책이 흥미로운 것은 저자의 익살스러운 재치와 유머 때문이기도 하지만
프랑스 의료계에 대한 저자의 풍자 때문이기도 하다.
배꼽잡게 만드는 에피소드들 속에는 의료 혜택을 받고 있는 일반일들의 불편함과 고통이
사실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도통 무슨 글씨를 쓴 것인지 알 수 없는 의사의 처방전은 프랑스 의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식으로든 연줄이 없으면 제대로 된 의사 예약을 하기가 쉽지 않고,
그냥 얼굴만 보고 모르핀 처방만 해주고도 비싼 진료비를 받는 의사 등
이 모든것이 프랑스 의료계, 아니 전세계 의료계의 현실이다.
조금씩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대부분의 병원들이 이렇다.
흉추의 골절상과 관절염 등 저자는 매우 어려운 치료를 이겨냈는데
저자의 이런 어려움이나 아픔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저자는 시종일관 밝고 경쾌하게
이런 상황을 풀어나가고 있다.
남편과 자식들, 그리고 손주들의 사랑으로 그녀는 기나긴 치료를 이겨낼 수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며 나누는 웃음으로 그녀는 병을 치료했다.
지금까지 보지 못한 독특한 책 <의사 선생님, 6개월 안에는 뵐 수 있을까요?>는
사람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늘 긍정적이고 밝은 니콜 드뵈롱 여사님의 에너지를 받아
올해는 나도 좀더 웃으며 사랑하며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