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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맨
크리스토퍼 이셔우드 지음, 조동섭 옮김 / 그책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국내에서도 '브리짓 존스의 일기' 시리즈와 영국 BBC에서 1995년 방송된 '오만과 편견'
드라마에서 남자주인공 다아시역으로 출연하여 많은 인기를 모은 콜린 퍼스에게
제 66회 베니스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거머쥐게 만들어 준 작품은 바로 '싱글맨'이다.
이 영화가 더욱 놀라운 이유는 1994년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지명되면서
파산 위기에 처해 있던 구찌를 1990년대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로 복귀시켜준
미국의 패션 디자이너 톰 포드의 감독 데뷔작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아직 개봉은 되지 않았지만 예고편에서 보여준 특유의 영상미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호기심을 불러 모으고 있다.
크리스토퍼 이셔우드의 <싱글맨>은 바로 이 영화의 원작이다.
국내에서 소개된 책이라고는 작가 올더스 헉슬리와 함께 쓴 <제이콥의 손> 밖에 없을 정도로
국내에서는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이 책의 저자 크리스토퍼 이셔우드는 영국 출신으로
극작가이자 소설가이다.
풍복한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케임브리지 대학을 다녔고 의학을 공부하기도 했으며
외모까지 준수했던 요즘말로 하면 진정한 엄친아 (엄마 친구 아들) 였다.
좌익 문학 그룹의 한 사람으로 등장하면서 나치스 대두시대에 정정이 불안한
베를린을 배경으로 하여 한 영국인의 행동을 그려낸 작품을 출간하기도 한 저자는
1964년, 저자의 나이 60세일 때 <싱글맨>을 출간하였다.
크리스토퍼 이셔우드처럼 <싱글맨>의 주인공은 동성애자이다.
차이가 있다면 10년이 넘는 오랜 기간 동안 사랑하고 있었던 연인을 잃고
지독한 상실감에 흔들리는 이 책의 주인공과 달리 저자는
50이 다 된 나이에 미성년자였던 돈 바카디를 만나 죽는날까지 함께 하였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2008년 다큐멘터리 영화 '크리스와 돈 : 러브 스토리'로 만들어지기도 하였다.
크리스 이셔우드라는 유명인사였던 작가와 현재 생을 살아가고 있는 화가 돈 바카디의
심플하고 순수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처럼 저자의 인생은
이 책 <싱글맨> 보다 더 드라마틱하다.
교통사고로 연인 짐이 죽고 난 후 주인공 조지의 가슴에는 어떤 것으로도 메울 수 없는
큰 구멍이 뚫려 있는듯 하다.
하루하루 빈 껍데기만이 남은 육신을 이끌고 대학에 가서 강의를 하면서
그는 젊은 학생들은 보며 늙어버린 자신의 모습을 떠올린다.
동성애자인 그는 책 속에서 직접적인 차별을 당하지는 않지만 이웃집 부부의 모습 등에서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이 드러나고 있다.
우연히 바에서 만난 제자 케니로 인해 오랜만에 열정에 휩싸이는 조지.
그의 내일은 또 어떻게 흘러갈까.
마치 오소리처럼, 끈질기게 행복을 요구하고 행복을 위해 싸우는 조지는
정말 저자의 말처럼 용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