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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기행
후지와라 신야 지음, 김욱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현재 일본에서 수십년간 '특급 작가'로 대접받고 있는 사진가 후지와라 신야는
도쿄예술대학 미술학부 서양화과 학부 중퇴 후, 20대부터 30대까지 10여 년간 인도,
티베트, 중근동 등 여러 나라를 방랑하면서 사진을 찍어왔다.
<아메리카 기행>은 인도로부터 시작해, 동양기행을 마친 그가 홀연히 떠난 200일간의
아메리카 기행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동양기행>이라는 작품으로 후지와라 신야를 처음 만났을때 난 적잖은 충격을 받았었다.
단순한 여행 에세이라고 하기에는 그의 사진이나 글이 예사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천제적으로 어두운 그의 사진들은 아름답다기 보다는 건조하고 적나라하며
꾸미지 않은 그대로를 드러낸다.
(바로 그의 톡특한 사진 기법 때문에 사진가들 사이에서 그의 사진에 대한 아마추어,
엉터리 사진 논쟁이 한때 뜨거웠다고 한다.)
특별히 사진에 대해서 아는 것도 별로 없고 나만의 사진철학이 있는 것도 아니였지만
개인적으로 난 그의 사진이 마음에 들었다.
이국의 전형적이고 미화된 사진 부류 보다 그의 사진에는 더 마음에 와닿는 뭔가가 있다.
최근에 출간된 그의 책 <아메리카 기행>은 사진 보다는 그의 에세이가 주를 이루는 작품이다.
(사진은 책의 앞부분에 몰아서 수록해 놓았다.)
20세기 미국은 아메리칸 드림으로 대변되는 나라였다.
꿈과 행복을 쫓아 미국으로 모여든 수많은 이민자들은
미국에 가면 무슨 일을 하든 행복하게 잘살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하였다.
바로 '아메리칸 드림' 이야말로 현재의 미국을 만들어낸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세계 제 1위 강국 미국의 위상이 현재 많이 손상된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미국은 여전히 매력적인 나라이다.
이 책 <아메리카 기행>은 모터홈 거주자의 미국 여행기라고 할 수 있다.
'모터홈'이란 엔진이 달린 집, 또는 이동하는 집, 쉽게 말해 주거 가능한 자동차를 뜻한다.
모터홈이란 최근 '1박2일'이라는 인기 오락 프로그램에 등장하여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은
캠핑카의 한 종류라고 할 수 있다.
국토가 넓은 미국이나 육로로 이웃나라에 갈 수 있는 유럽에서는
차를 이용한 레저 여행이 성행하고 있다.
그래서 장기간의 드라이브 여행을 할 수 있도록 각종 생활설비를 갖춘 자동차인
캠핑카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후지와라 신야는 흔히 고속도로의 나라로 불리는 미국을 자동차 안의 시점에서
바라보고 싶다는 생각에 모터홈 여행을 감행한다.
언제, 어디서나 숙박이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에 시작한 여행은 많은 어려움에 봉착한다.
모터홈은 전미 수백 군데에 있는 모터홈 주차장을 이용해야 하며 모터홈만의 교통법규가 따로 있다.
6개월간 모터홈을 몰고 미국 곳곳을 여행하면서 그는 생존 노하우를 터득해 나간다.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는 황량한 도시와
무미건조한 사람들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화장을 전혀하지 않은 미국의 맨 얼굴을 드러내는 듯한 그의 책에는
모래처럼 메마른 현대인과 현대사회의 감성이 넘쳐 흐른다.
왠지 모르게 처연하고 고독한 미국의 모습이
결국은 우리들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아서 쓸쓸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