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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기담 - 바다가 들려주는 기묘한 이야기 ㅣ 기담 시리즈
김지원 엮음 / 청아출판사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바다기담>은 우리나라 최초의 해양설화 모음집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삼면이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오래된 역사와 전통만큼이나
바다와 관련된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바다기담>은 오랫동안 할머니, 할아버지로부터 아이들에게로, 또 그 아이들이 자라서
후손들에게 들려주면서 구전되어 내려온 이야기들을 채록해서 엮은 설화집이다.
나도 누군가에게 들어서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는 중국 사신의 수수께끼를 맞힌
어느 무식한 뱃사공의 이야기처럼 옛날 옛적부터 전해내려온 이야기,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재산 황금 삼천 냥과 백미 삼백 석을 스님에게 시주하여
남은 돈이 한 푼도 없어서 얻어먹는 신세로 전락한 경태라는 사람이
부처님 전에 공양을 하고 왕이 된 이야기처럼 기기묘묘한 이야기들,
(물론 이 야기기 속에도 용궁과 용왕이 등장하기에 이 책 <바다기담>에 속할 수 있었다.
우연히 용왕의 딸 계월 아가씨의 이부자리를 봐주는 시비를 따라 용궁에 가게 된 경태는
그곳에서 계월이에게 반하게 되고 용왕의 사위가 된다)
또 바다와 인연을 맺은 사람들 이야기 속에는 율곡 선생이 호를 율로 쓰게 된 이야기가 등장한다.
율곡 선생이 한창 아이들을 가르치던 시절
여러 아이들 중에서도 유난히 영리한 아이가 하나 있었다.
어느날 그 아이의 뒤를 살그머니 따라가 본 율곡은 아이가
큰 연못으로 가서는 물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사실 그 아이는 동해 용왕의 왕자로 율곡 선생의 학문이 높다는 이야기를 듣고
선생님한테 가서 글을 배우고 오라는 부왕의 명을 받아 율곡 선생에게 공부를 배우러 왔던 것이다.
율곡은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아이를 따라 용궁 구경을 가게 된다.
율곡은 용궁에서 자신의 이름 패를 목에 건 호랑이를 목격하고 그 이유를 물으니,
아이가 그것은 율곡 선생이 호랑이에게 잡아먹힐 팔자라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또한 아이는 그 운명을 피할 방법을 들려주는데, 집이 안보일 정도로,
몇 해고 하루도 빠뜨리지 말고 계속 밤나무를 심고 가꾸면
아마 호랑이가 집으로 들어가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 아이가 말했던 대로 호랑이가 율곡을 찾아 집으로 오지만
밤나무에 가로막혀 들어가지 못하고 소리를 질러대다가 분에 못 이겨 집 앞에서 죽고 만다.
그 후 율곡은 화를 면할 방법을 미리 알려준 용왕의 아들과 호랑이를 막아 준 밤나무를 기리는
의미에서 자신의 호에 '율' 자를 넣었다고 한다.
너무 황당한 이야기인지 모르겠지만 지금 읽어봐도 흥미롭고 재미있다.
그 외에도 이 책 <바다기담>에는 지역과 지명의 유래 이야기와 섬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다.
재미와 교훈이 넘치는 우리나라 토종 해양설화를 읽으며 민족의 역사와 선조의 지혜를
느껴보는 것도 좋을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