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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안단테 칸타빌레
김호기 지음 / 민트북(좋은인상)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난 클래식 음악에 대해서 아는 것은 별로 없지만 그 중에서도 바이올린 음악을 가장 좋아한다.
바이올린의 섬세한듯 부드러우면서도 열정적이고 아름다운 음색이 너무나 좋다.
그래서 예전에는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연주가들을 보면서 나도 이분들처럼 바이올린을 한번
배워보자는 생각에 학원을 물색해보기도 했었다.
하지만 바이올린 연주에 대한 이런 나의 관심이 바이올린 자체에 대한 매력으로 옮겨가게 된 것은
어렸을때 본 한 애니메이션 때문이였다.
그 애니메이션은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은 <귀를 기울이면>이라는 작품으로
바이올린 장인을 꿈꾸는 남자주인공이 등장하는데, 난 이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바이올린을 통해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주는 연주가들 뒤에는
그 바이올린을 만들어 낸 장인들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몇 년 전에 텔레비전에서 외국의 유명 국제 현악기 제작학교를 찾아가 학생들의 모습과
바이올린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고된 과정 등을 담아낸 다큐멘터리 본적이 있었다.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예술가나 전문가에 대한 경칭 또는 칭호로 사용되는 말이자
우리나라 말로 하자면 거장으로 해석될 수 있는 마에스트로라는 칭호를 (여성은 마에스트라)
바이올린을 제작하시는 분을 지칭하는 말로 사용하는 이유를 이해하게 되었다.
작업을 하는 동안 늘 하나의 바이올린이 세상에 태어나 누군가의 손에서 음악으로 연주되고,
또 그음악이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 울려 퍼지는 즐거운 상상을 한다는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바이올린에 대한 저자의 사람과 열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하나의 바이올린을 완성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보통 넉 달, 그리고 전나무, 단풍나무, 흑단 등
들어가는 재료만도 70여 가지.
그 시간과 그 재료들에 제작자의 땀이 보태져 하나의 훌륭한 바이올린이 탄생되는 것이다.
그 긴 시간과 노력 속에서 어쩌면 각각의 바이올린 속에는 그 바이올린을 만든 제작자들의
영혼이 조금씩 흘러들어가 있는지도 모른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바이올린으로 일컬어지는 스트라디바리우스는
17세기부터 18세기에 걸쳐 이탈리아의 바이올린 제작자 스트라디바리 일가가
제작한 바이올린으로 그 가격은 수십억을 호가한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넘어 존경까지 받고 있는 바이올린 스트라디바리우스에는
어쩌면 스트라디바리의 마력이 숨겨져있는지도 모른다.
<내인생, 안단테 칸타빌레>에는 머나먼 타국 이탈리아에서 언어와 비교적 많은 나이라는
장벽을 뚫고 스트라디바리 국제 현악기 제작학교를 졸업하며 마에스트라 자격을 획득한
저자의 파란만장한 유학기가 재미있게 그려지고 있다.
그녀의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이유는 아마 그녀의 득특한 이력때문일 것이다.
김호기씨는 초등학교 때부터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살아온 음악가였다.
그런데 대학을 졸업하고 교향악단의 일원으로 행복한 시절을 보내던 그녀에게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 벌어진다.
왼손가락의 이상으로 더이상 바이올린을 연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 엄청난 시련 앞에서 그녀는 굳건히 일어선다.
바이올린 연주가가 아닌 제작가로 새로운 인생을 개척해 나가게 된 것이다.
절망 속에서도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은 저자의 모습에서 난 큰 감명을 받았다.
살아온 날만큼 살아갈 날들도 꿈과 사랑을 놓치지 않으려 순간순간 노력할 것이라는
저자의 마음을 본받아 나도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
(참고로 <내인생, 안단테 칸타빌레>를 재미있게 읽은 분들에게는
일본 드라마 '해협을 건너는 바이올린'이라는 작품을 추천해드리고 싶다.
경상북도 김천 출신의 재일한국인으로, '아시아의 스트라디바리우스'로 불리는
바이올린 제작의 세계적 권위자 진창현씨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인데
아마 많은 분들에게 김호기씨 만큼이나 깊은 감동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