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태양의 요리사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 - 박찬일의 이딸리아 맛보기
박찬일 지음 / 창비 / 2009년 9월

이탈리아 전통 요리를 내놓는 전문 요리집을 떠올리면 멋진 흰색 요리복을 입고

높다란 모자를 쓴 믿음직스러운 요리사들의 모습이 가장 먼저 연상된다.

요리사들은 주방에서 서로 단결하여 맛있는 요리를 열심히 만들고(불쇼는 기본이다)

홀에서는 단정하게 차려입은 웨이터들이 코스 요리를 계속 내오는 그런 모습이

내가 생각하는 이탈리아 식당의 풍경이였다.

솔직히 이탈리아 요리 전문점에는 아직까지 가본적이 없어서 대부분 텔레비전에서 보고

내 맘대로 상상한 모습이였지만 그래도 대충 비슷할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는 이탈리아 요리라고 해봤자 스파게티, 피자, 라비올리 등이 대부분이지만

그래도 여러 유럽 국가들 중에서도 이탈리아와 프랑스 요리는 이런 나에게 조차도 친숙한 편이다.

게으른 편집장에서 좌충우돌 셰프로 변신한 박찬일씨의 이탈리아 맛보기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는

무지한 나의 머리에 이탈리아 사람들의 유쾌함과 친근함, 군침이 절로 나는

다양한 이탈리아 요리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준 고마운 작품이다.  

어떤 사람을 좋아하게 된다거나, 어떤 일을 처음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을때는

그렇게 입문하게 된 계기가 있을텐데, 이 책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는

바로 날 이탈리아 요리의 매력에 빠지게 만들어준 입문 책이라고 할 수 있을것 같다.

이탈리아 요리를 즐기다 보니 어느새 이탈리아를 맛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만들어준

작품이기도 하다.

이탈리아 북부 토리노 근처의 요리학교를 마치고 시칠리아로 요리사 생활을 떠난 저자는

'파또리아 델레 또리'라는 작은 시골마을의 식당에서 발음하기 어려운 한국 이름 대신에

'로베르또'로 불리며 초보 요리로사로의 생활을 시작한다.

솔직히 처음엔 요리사라기 보다는 멀리 한국에서 이탈리아 요리를 배우겠다고 깡촌까지 날아온

이상한 녀석으로 노예처럼 굴러다니기 시작한다.

상하관계가 엄격하지만 그속에서 선배들의 가르침을 받으며 다함께 훌륭한 요리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피와 땀을 흘리며 열심히 일하는 일터를 상상했던 주방은 이 책엔 없었다.

실제 이탈리아 주방은 요리사들끼리의 시기와 질투가 넘쳐나며 온갖 욕설과 폭력이 난무하는

전쟁터와 같은 모습이였다.

철저한 실력 우선주의에, 뛰어난 요리사들이 부와 명성을 얻는 이탈리아의 요리 세계가

우리나라와 많이 다르기는 하지만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맥도날드의 빅맥을 따라한 요리를 만들어 미국에서 온 기자를 은연중에 조롱하는 요리사들의

모습이나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시칠리아 마피아의 실체, 말보다도 제스처를 먼저 배우는

이탈리아 사람들의 과도한 제스처 등 이탈리아의 진짜 모습을 이 책을 통해 보게 되었다.

장작을 때는 화덕을 갖춘 전통 피자집은 저녁에야 문을 열고, 쓰다 남은 재료는 모두 라비올리의

소로 처리되기도 하며, 이탈리아 사람들은 마늘 자체를 먹는게 아니라 향을 즐긴다는 사실 등도

이 책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를 읽으며 알게 되었다.

사람 냄새가 나는 책, 진짜 이탈리아의 향기가 나는 책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와 함께라면

이탈리아도, 이탈리아 요리도 제대로 즐겨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