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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일간의 아라비안나이트 - 상상초월 이집트, 버라이어티 수다로 풀다
김정은 지음 / 동아일보사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봤을때는 단순히 <1000일간의 아라비안나이트>라는 제목때문에
아라비안나이트를 재해석한 소설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은 이런 나의 생각을 보기좋게 빗나간 작품이였다.
방송작가로 10년간 활동한 저자는 갑자기 서른셋의 어느 날 떠나고 싶다는 원초적 본능에 충실,
도쿄행을 선택했다.
학구열도 빈약하면서 꾸역꾸역 들어간 서른여섯의 박사 1년차 때 재일교포 남편과
도쿄 레인보우 브릿지를 배경으로 웨딩마치를 울렸다.
그리고 1년 후 이집트 특파원으로 발령받은 기자 남편을 따라 카이로로 오게 된 것이
모든 사건의 발단이었다.
카이로에 있는 일본인 사회에서 기자 부인을 뜻하는 '프레스 마담'으로 불리며
버라이어티한 이집트 생활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피라미드밖에 몰랐던 미지의 땅, 무지의 땅 이집트에서 모든 것이 생소하고 이색적인 저자의
1000일간의 생활은 상상 이상의 재미와 모험으로 넘쳐난다.
아내에게 배신당한 데서 세상의 모든 여성을 증오하여 신부감 후보자를 찾을 수 없을 때까지
신부를 맞이하여 결혼한 다음날 아침에 신부를 죽여버린 왕에게 한 어질고 착한 아가씨가
자진해서 왕을 섬기면서 매일 밤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왕은 이야기를 계속 듣고 싶은 나머지 그녀를 죽이지 않고, 이야기는 1000일밤이나 계속되어
결국에는 왕과 이 아가씨가 사랑을 하게 되면서 행복한 결말을 맞는 '아라비안나이트'처럼
꼬박 3년을 프레스 마담으로 살면서 저자가 겪은 모험담은 아라비안나이트 만큼이나
흥미진진하다.
이전에는 이집트에 한번도 가본적이 없었던 저자가 살면서 몸으로 부딪치면서 만들어나가는
현실감 백퍼센트의 생생한 이야기는 대부분의 독자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나 역시도 이집트하면 피라미드와 람세스 정도 밖에는 모르고 있었으니
저자의 상황이 가슴깊이 와 닿았다.
또한 베테랑 경력의 방송작가 답게 그녀의 녹슬지 않은 언변은
이 책을 더 특별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다양한 이집트 사진들과 책 곳곳에 꼼꼼히 소개되고 있는 유적지의 설명과 지도들은
아마도 독자들에게 이집트 여행을 꿈꾸게 만들어주기 충분할 것이다.
이집트, 이 생소하기만 한 미지의 나라를 좀더 가깝게 느끼도록 만들어준
<1000일간의 아라비안나이트>를 읽으면서 어느새 나도 카이로의 매력에 빠져들고야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