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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게임 1 ㅣ 잊힌 책들의 묘지 4부작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음침하고 기괴하면서도, 환상적이고 신비로운 새로운 분위기의 소설 <천사의 게임>은
<바람의 그림자>로 국내에도 알려진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책이다.
꽤 긴 이름의 저자는 스페인의 인기 작가로 2001년 출간한 <바람의 그림자>가
전 세계에서 1200만 부 이상 판매되는 대성공을 거두면서,
그는 스페인에서 가장 성공한 소설가로 알려지게 된다.
이번에 국내에 출간된 그의 신작 <천사의 게임> 역시 2008년 발표되자 마자
스페인에서 10개월 만에 170만 부가 판매되는 대기록을 세웠으며,
전 세계 40개 언어로 번역될 예정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등 이른바 '사폰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천사의 게임>은 여러가지 면에서 그의 전작 <바람의 그림자>와 일맥상통하는 점이 많다.
두 작품 다 스페인 바로셀로나의 혼란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면서,
어둡고 기괴하며 공포스러우면서도 미스터리하고 신비로운 책의 분위기가 닮아있다.
또한 한 남자가 겪게 되는 사랑과 증오 등의 이야기 주제와 함께,
'잊혀진 책들의 묘지'라는 의문의 공간이 등장하면서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이 책 <천사의 게임>은 한 문장으로 정의 내리기에는 너무나 복잡 미묘한 작품이다.
이 책의 주인공 다비드 마르틴은 가난과 고통으로 가득 찬 어린시절을 보낸 소설가이다.
전쟁에서 죽지 않고 살아 돌아온 아버지와 마르틴의 곁을 그의 어머니가 떠나버리고
어린 마르틴은 유일한 삶의 희망이자 친구인 책과 함께 가난과 외로움을 견디며 자라난다.
그의 아버지는 전쟁에서 살아남았지만 그의 정신과 영혼은
이미 죽어버렸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병들고 지쳐있다.
나라를 위해 싸웠지만 그 누구의 인정도 받지 못하는 현실에 절망한 그의 아버지는
무식한 자신의 컴플렉스 때문이지 마르틴이 책을 보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바로 그럴때에 마르틴의 곁을 지켜주는 존재가 '샘페레와 아들'이라는 서점과
그 서점의 주인 아저씨 셈페레씨이다.
가끔씩 술을 마시면 마르틴이 숨겨놓은 책을 찢고 폭력을 행사하기는 하지만
마르틴의 아버지는 근본적으로 나쁜 사람은 아니다.
자기 몸 하나 건사하기에도 벅찬 상처받은 아버지를 마르틴은 사랑한다.
그러던 어느날 <기업의 소리>라는 신문사의 야간 경비일을 하던 그의 아버지가
의문의 남자들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만다.
이 세상에 철저히 혼자 남겨지게 된 마르틴은 <기업의 소리>라는 신문사의 스타이자
편집인의 친한 친구인 페드로 비달의 요청으로 신문사의 사환으로 채용이 된다.
그리고 부유한 작가인 페드로 비달과 신문사 편집인인 바실리오의 후원을 받으며
마르틴은 글을 쓰기 시작한다.
<기업의 소리>에 첫 번째 작품을 쓴 지 1년이 지난 어느날 마르틴은 해고를 당하고
비달의 주선으로 출판사와 계약을 하고 '저주받은 사람들의 도시'라는 시리즈물을 내게 된다.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쉴 여유도 없고 그에 합당한 액수도 받지 못한 다년간의 불공정 계약을
맺은 마르틴은 필명으로 저속하고 폭력적이며 자극적인 이야기를 써 나간다.
출판사와 계약을 하자마자 마르틴은 늘 살고 싶었던 버려진 저택 '탑의 집'으로 이사를 간다.
베일에 쌓인듯한 저택 '탑의 집'에는 어떤 비밀이 있는 것일까.
그러던 어느날 비달의 운전사 딸이자 그의 비서인 크리스티나가 마르틴을 찾아와
비달이 쓰고 있는 책을 살펴봐 달라고 부탁한다.
자신을 보살펴 준 비달에 대한 고마움과 크리스티나를 향한 사랑 때문에 마르틴은
비달의 소설을 대신 써 주면서 자신의 소설도 함께 쓰기 시작한다.
마르틴이 쓴 비달의 소설은 평단의 극찬을 받으며 히트를 치고,
마르틴이 쓴 마르틴의 소설은 혹평만 받게 된다.
마르틴이 크리스티나를 사랑하는 것을 알려면서도 그녀에게 청혼을 한 비달의 모습은
비겁하고 야비하게 느껴졌다.
알고 봤더니 비달을 죽이려던 암살자들에 의해 마르틴의 아버지가 운 나쁘게 살해를 당한
것이였는데, 그렇다면 비달은 마르틴에게서 사랑하는 아버지와 여인을 빼앗고
마르틴의 정신과 육체를 갉아먹는 소설을 쓰게 만드는 악질 출판사를 연결해준
장본인이니 원수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절망에 빠진 마르틴에게 거액을 제시하며 자신을 위해 책을 써 달라는 안드레아스 코렐리라는
의문의 남자가 나타나는데, 그는 악질 출판사와의 계약건은 자신이 해결해 주겠다고 말한다.
결국 마르틴은 의문의 화재로 출판사의 편집인들이 샐해되면서 자유의 몸이 된다.
이 사건을 일으킨 사람은 안드레아스 코렐리일까.
그는 도대체 누구이며 왜 마르틴에게 종교관련 책을 써 달라는 것일까.
또한 '탑의 집'에 얽힌 비밀은 무엇이며 마르틴은 그 신비로운 책을 완성할 수 있을까.
<천사의 게임>의 진짜 이야기는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쉽지 않지만, 그래서 더 특별한 책 <천사의 게임>의 특별한 이야기를
많이 분들이 즐기실 수 있었으면 좋겠다.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이 다음 책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