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 ㅣ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09년 7월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는 에도가와 란포 등과 함께 일본 추리소설계를

지금의 위치까지 끌어 올리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거장 중 한 사람인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이다.

그가 자신의 작품 속에서 창조해낸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는 일본의 국민 탐정으로 불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비교적 최근에 와서야 요코미조 세이시의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가 

출간이 되고 있는데, 그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불가사의한 혹은 잔인한 살인사건들을 다루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본연의 인간성이나 인간관계 등을 섬세하게 그려내면서 비극성을 높이고 있다.

그래서 그의 작품 <옥문도>, <팔묘촌>, <악마의 공놀이 노래>, <이누가미 일족> 등은

책을 다 읽고 난 뒤에도 한동안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

기묘한 살인트릭들을 하나하나 파헤쳐가는 긴다이치 코스케의 명추리는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부스스한 더벅머리에 낡은 옷을 걸친 긴다이치 코스케는 겉모습만 봐서는 전혀 명탐정의 포스가

느껴지지 않는 평균 이하의 남자이다.   

하지만 그는 누구보다 진한 인간성을 가지고 있어서 피해자에게 있어서는 가장 큰 아군이 되어준다.

게다가 그의 한치의 오차도 없는 기막힌 추리력은 많은 독자들을 탄복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는 저자가 1948년 1월 26일 일본에서 실제로 일어난

'제국은행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어 탄생된 작품이다.

이 책 속에서는 '천은당 사건'으로 바뀌어 수록되어 있지만 은행이 보석상으로 바뀌었을뿐

사건의 기본적인 핵심은 같다.

어느날 천은당이라는 보석상에 들어온 마흔 전후의 남자는 공무원이라고 하면서

이 근처에 전염병이 돌고 있으니 예방약을 먹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의 말에 지배인을 포함한 직원 전원이 약을 삼키는데, 그들이 마신 것은 청산가리였다.

사람들이 끔찍한 고통에 신음하고 있을때 범인은 시가로 치면 30만엔 정도에 불과한 

보석류를 가지고 도망을 간다.

희생자 13명 중 10명의 목숨을 앗아간 전대미문의 대소동의 범인은 아직까지도 잡히지 않고 있다.

천은당 사건이 일어난 후 50여일이 지나간 어느날 조간신문엔

츠바키 자작의 실종사건이 대대적으로 보도된다.

그리고 몇달 후 그는 싸늘한 시체로 발견이 된다.

츠바키 자작의 실종사건은 이렇게 단순한 자살사건으로 마무리가 되는듯 보이지만

이 책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의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된다.

천은당 사건과 츠바키 자작의 자살,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의 일본의 사회적 배경 등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인간의 욕망과 광기가 최고조에 달하는 마지막 장면에 가서는

놀라운 진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참고로 시공사 네이버 블로그에 올려져있는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 음악을 

책을 읽으며 함께 감상하면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