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방불명자 오리하라 이치의 ○○자 시리즈
오리하라 이치 지음, 김기희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쉽지 않은 추리소설 <행방불명자>에 대해서 말하기 전에 이 책의 저자 오리하라 이치에 대해서

먼저 말해야 할듯 하다.

이 책의 저자 오리하라 이치는 1951년 일본 사이타마 현에서 태어나 와세다 대학

문학부를 졸업한 후 여행 잡지 편집자를 거쳐 1988년에 <다섯 개의 관>으로 데뷔하였다.

그는 본격 미스터리부터 호러, 서스펜스까지 다양한 작품 세계를 자랑하는데

특히 서술트릭의 대가로 평가받고 있다.

살인을 저지른 범인과 경찰의 쫓고 쫓기는 서스펜스나 밀실 트릭 등이 등장하는 추리소설과는

또다른 장르의 추리소설을 쓰는 작가라고 할 수 있을것 같다.

국내에는 비교적 최근에 와서야 그의 책들이 출간되기 시작했는데, 특히 <도착의 론도>,

<도착의 사각>, <도착의 귀결>로 이어지는 '도착' 시리즈들과 <유괴자>, <원죄자>, <실종자>,

<침묵자>로 이어지는 '자' 시리즈가 유명하다.

그리고 이 책 <행방불명자>는 '자' 시리즈의 가장 최근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내가 오리하라 이치라는 작가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도착의 론도>라는 작품 때문이였다. 

월간 추리상을 목표로 글을 쓰던 한 작가 지망생이 자신이 심혈을 기울여 썼던 원고를 친구의

실수로 분실하게 되고, 훗날 자신이 쓴 원고와 똑같은 내용의 소설을 쓴 사람이 월간 추리상을

수상하게 된 사실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처음부터 사람의 혼을 쏙 빼는 사건의 발생, 그리고 사건이 진행될수록 씨실과 날실처럼

얽히고 설키는 이야기들, 결국 마지막까지 읽고 난 뒤에야

비로소 사건의 진상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바로 이런 점이 오리하라 이치표 서술트릭의 묘미이다.

<행방불명자>도 이런 서술트릭이 절묘하게 펼쳐지고 있는 작품이다.

사이타마현 하스다시에서 할머니, 아들내외, 그리고 딸, 이렇게 일가족 네사람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행방불명 사건이 일어난다.

그러나 이 조그만 소도시에는 몇 년전에도 행방불명이 된 다키자와가처럼 일가족 네사람이

무참히 살해를 당한 사건이 벌어졌었다.

요시자와가 일가를 살해한 범인은 아직까지 잡히지 않고 있다.

두 사건들 사이에는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일까.

르포라이터 이기라시 미도리에 의해 다키자와가 행방불명 사건이 하나 둘 파헤쳐지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밤늦게 귀가하는 여성들을 골라 무차별 테러를 가하는 범인을 목격한

한 무명작가 '나'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세 사건들이 맞물리면서 <행방불명자>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사건의 중요한 배경인 하스다시 구로누마 늪처럼 어두운 책 분위기가 독자들을

압도하기도 하고, 복잡한 사건 전개 때문에 머리가 아프기도 하지만

일반적인 추리소설들에 질려있던 독자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올 작품이다.

과연 저자 오리하라 이치와의 두뇌싸움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는 독자들이 있을까.

올 여름에는 그의 마술같은 서술트릭을 더 많이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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