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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
배명훈 지음 / 오멜라스(웅진)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미래 사회의 모습을 상상해 본적 있는가.
SF영화나 드라마 등에서도 종종 미래 사회를 다루고 있다.
최근에 극장에서 재미있게 본 영화 '스타트랙 더 비기닝', '터미네이터 : 미래전쟁의 시작' 에서도
사람들의 상상에 의해서 만들어진 미래 사회의 모습이 등장한다.
두 영화에서처럼 먼 미래에 사람들과 여러 우주종족들이 함께 살게 될지,
혹은 인간과 기계가 대립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히 언젠가는
공상과학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볼 수 있던 기상천외한 상상들이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어렸을때는 21세기가 되면 날으는 자동차가 개발되고 모든일이 컴퓨터로 처리되며
사람들을 도와주는 로봇이 있는 그런 사회가 될줄 알았다.
올해로 2009년이 되었지만 상상속의 이런 놀라운 변화가 현실화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전기 자동차가 개발이 되고 있고 로봇 연구가 계속 이루어지는 등
사람들의 눈에 잘띄지는 않지만 변화는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다.
막연하기는 하지만 어쩌면 먼 미래의, 혹은 가까운 미래의 우리나라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듯한
작품이 바로 이 책 <타워>이다.
소설가 박민규씨로부터 '100년 후, 한국 문단은 작가 배명훈이 이 땅에 있었다는 사실에 뒤늦은
감사를 표해야 할 것이다.'라는 찬사를 받은 이 책의 저자 배명훈씨는 <타워>를 통해
어느 누구도 상상치 못했던 현실속 바벨탑의 모습을 상상해내고 있다.
이 책에는 높이 674층에 인구가 무려 50만 명이나 되는 빈스토크를 바탕으로 한
연작소설 6편이 실려있는데 각각의 작품들마다 각기 다른 주제를 가지고
색다른 매력을 뽐내고 있어서 책을 읽는 내내 설레였다.
이 책의 제목이자 작품의 배경이 되고 있는 타워 '빈스토크'는 높이 2408m, 674층으로
되어있는 지상 최대의 마천루로 인구 50만이 살고 있는 그 자체가 독립 주권을 가진
하나의 나라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권력 계층이 밀집해 있는 부촌이 있고, 병원부터 시작해서 백화점, 영화관 등 없는게 없으며,
군인들도 주둔해 있고, 국경이 네 층이나 되는 빈스토크는 가이드북에 나와있는
엘리베이터 노선도를 보지 않고서는 목적지를 찾아 갈 수 조차 없다.
네 발로 걷는 개가 권력의 정점에 있는 영화배우 P이기도 하고(보디가드까지 있는 최고의 스타다),
코스모마피아와 끊임없이 전쟁을 벌이기도 하는 빈스토크는
사람들의 욕망의 대상이자 비난의 대상이기도 한 참으로 모순된 곳이다.
사람들은 빈스토크에 들어가고 싶어 하면서도 바벨탑이라고 부르면서 희화하기도 한다.
구약 성서 중에 있는 전설의 탑 '바벨탑'은 바벨의 거리에 세워 하늘에 닿게 하려 했으나
하느님의 노여움을 받아서 파괴된 전설상의 미완성의 탑이자
실현 불가능한 가공의 계획을 지칭하는 말이기도 하다.
인간의 허영과 허무에 대한 경고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난 <타워>에 실려있는 6편의 작품 중에서 '타클라마칸 배달 사고'가
가장 마음에 들었는데, 왠지 아련한 로맨스 작품 같으면서도 '전차남'과 비슷한 상황이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따뜻한 작품이였다.
미래의 어떤 사회라고 책에서 직접 지칭하고 있지는 않지만
처음에는 단순히 미래 사회의 모습을 독특한 상상력으로 풀어나가고 있는 작품인지 알았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빈스토크'라는 곳은 저자 배명훈씨의 상상속에서 탄생한 마천루이지만
동시에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묘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때론 황당하고, 때론 기발한 상상력에 웃다가도
마냥 웃고 있을 수만은 없는 날카로운 통찰력이 엿보이는 작품이였다.
어쩌면 먼 미래에는 정말 대한민국의 어느 곳에 '빈스토크'가 세워질지도 모를 일이다.
p.s. 부록에 있는 <내면을 아는 배우 P와의 '미친 인터뷰'> 부분은 정말 꼭 추천해 드리고 싶다.
웃다가 쓰러 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