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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천하의 경영자 - 상 - 진시황을 지배한 재상
차오성 지음, 강경이 옮김 / 바다출판사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최근 KBS에서 '누들로드'라는 다큐멘터리가 방송이 됐었다.
'아시아의 면 (누들)이 대륙과 문화권을 넘어 세계인의 입맛을 바꾸어가는
반만년의 흥미로운 여정'이라는 취지에 맞게 중국 내륙의 숨겨진 오지를 비롯한
아시아 중근동 유럽 10개국을 2년 동안 탐사 취재한 취재팀의 노력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새로운 스타일의 다큐멘터리였다.
난 이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중국의 영향력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중국이라는 나라가 세계에 미친 영향력은 비단 음식 뿐만이 아니다.
다양한 문화와 경제력의 힘으로 이제 중국은 미국과 경쟁하는 대국이 되었다.
지리적으로 중국과 인접해 있는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중국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나라 중 하나일 것이다.
이렇게 역사적인 관점에서만 봐도 우리는 중국이라는 나라를 알아 둘 필요가 있다.
'중국'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이 무엇인가.
세계 7대 불가사의에 속하기도 하는 '만리장성'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 않는가.
우리나라가 중국과 스포츠 경기를 할때면 신문 기사 제목에 '만리장성을 넘어라'라는
문구가 사용되는 것을 보면 그만큼 만리장성이 중국을 대표하는 문화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만리장성을 축조한 사람은 누구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진시황이 만리장성을 축조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그보다 훨씬 전인 춘추시대부터 북쪽 변방에 부분적으로 성벽이 건축되었다.
통일 왕국인 진이 들어서면서 북쪽의 흉노를 견제하기 위해
이들 성벽을 연결하고 증축한 것이다.
하지만 진시황이 만리장성의 증축에 대규모의 인원과 돈을 투입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중국 정부가 만리장성의 실제 길이가 알려진 것보다 훨씬 긴
8851.8km라고 공식 발표 했는데,
동쪽 기점을 압록강 변으로 잡아 지나치게 늘려 잡았다는 지적이 제기 되고 있다.
나 역시도 중국의 동북공정과 연관하여 중국의 이번 발표가 기분 좋지는 않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진시황은 만리장성을 축조하고, 군현제 실제,
화폐 및 도량형을 통일한 중국 역사상 가장 유명한 왕 중 한 명이다.
그리고 바로 진시황의 배후에는 진나라가 이룩한 모든 역사를 기획하고 실행한
진제국의 최고 경영자 이사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난 이 책 <이사, 천하의 경영자>를 읽기 전까지는 '이사'라는 사람에 대해서
아는 바가 거의 없었다.
<이사, 천하의 경영자>는 초나라의 하급관리에 불과했던 그가
어떻게 통일시대 진나라의 정국을 담당한 실력자가 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시황제를 좇아 분서갱유를 단행하고 철혈통치를 펼친 이사는
'중국 역사상 최고의 악역'으로 꼽히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진시황의 재상 이사의 모습이 아닌 인간 이사의 참모습을 그리고 있다.
2006년부터 중국 최대 인터넷 포털 티엔야왕에서 <이사, 천하의 경영자>을 연재하여,
지금까지 총 200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 이 책의 저자 차오성은
서른 한 살의 나이에 이 작품을 통해 하루아침에
중국 차세대 역사학계를 이끌어갈 블루칩 작가로 떠올랐다.
상, 하편 각각 500 페이지가 넘는 이 책 속의 이사의 모습은 우리들과 많이 닮아있었다.
역사 속에서 기억하는 악독한 이미지가 아니라 출세를 향한 자신의 욕망을 철저히 추구한
평범한 사람일 뿐이였다.
역사는 늘 1인자만을 기억한다.
그 1인자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한 수많은 사람들은 기억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사처럼 누구의 도움없이 오로지 자신만의 능력을 이용하여
진나라 재상의 자리에까지 올라 선 그를 그 누가 욕할 수 있을까.
물론 이사는 자신의 욕망을 위해 치밀한 작전과 음모를 펼쳐 수많은 사람을 희생시키기도 하였다.
그리고 결국 그는 자신의 그 끝없는 욕망으로 인해 투옥되어 셴양의 시장터에서 처형되고 만다.
비록 끝이 좋지는 않았지만 이사는 끝없는 자기 수련과 두려움 없는 도전을 펼쳐
결국 성공을 이루어 낸 대단한 인물이다.
바로 그의 이런 점이 난 너무나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하늘을 찌르는 자신감에, 끝없는 출세욕, 죽기를 각오한 배포 등 책 속에서 살아 숨쉬던
인간 이사의 모습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